한상규의 심리상담칼럼
한상규의 심리상담칼럼
  • 한상규 교육전문기자
  • 승인 2018.08.28 18: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 인생의 주인공

 

지난 2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100대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마다 요구되는 100대 기업이 선호하는 인재상에 빠지지 않는 주인의식이라는 부분이 눈에 띈다. 위계질서가 살아있는 기업조직에서도 오너의 명령에 복종하기만 하는 하인의식이 아니라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는 인재가 필요하단다. 주인의식에서 출발해서 인재상의 또 다른 덕목인 도전의식과 실행력도, 열정과 창의성도 나오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자신의 인생에 주인이 될 때 자신의 뇌와 잠재력을 깨우는 능동적인 삶과 가성비 있는 성취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10대 시절, 나도 내 인생의 주인이, 아니 연극으로 비유하자면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나 스스로 이전까지 뭐 하나 특별한 재능이라고는 없다고 여겼지만, 초등학교의 학예회 때의 왕자 같은 멋진 주인공 역할을 하고 싶었고, 주목도 받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대로 되지 않아 내 역할은 지나가는엑스트라 같은 존재로 느껴졌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고 다른 뭔가를 찾아서 도전해야만 했다.

그 당시 1980년대만 해도 해마다 625일 전후에 교내 반공웅변대회가 개최 되었는데, 고민 끝에 이 대회에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내게 어디서 나온 열정인지 학교를 파한 후, 집에서 치열하게 웅변 연습을 했다. 그런 노력 끝에 연사로 선발되어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를 외치던 이승복 소년의 절규를 전교생이 모인 자리에서 대언하듯이 마음껏 외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다소 내향적이고 소심하던 내 성격에 비춰볼 때 대단한 용기였고 실행력이었다. 학원에 다닌 것도 아니고 담임선생님 외에 누가 봐 준 것도 아니었다. 이승복 어린이의 외침을 인용하는 창의적인 원고 구성을 바탕으로 청중을 압도하는 목소리와 확신에서 우수상까지 받을 수 있었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내가 생각했던 나보다 실제는 더 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더 놀라운 것은 교실로 돌아왔을 때 반 친구들의 반응이었다.

이야! 정말 대단해. 너에게 이런 면이 있을 줄이야.”

우리가 보기에는 네가 제일 잘 하더라. 그런데 최우수상을 다른 애가 받다니, 이거 너무한 거 아니니?”

오지랖이 넓기로 소문난 한 친구는 시상이 잘못되었다며 담임선생님에게 찾아가 항의(?)하기도 했다. 그해 나는 내친김에 반장이 되었고, 전교회장에 출마 권유도 받아 임원까지 했다. 어쩌면 엑스트라로 끝났을 나의 십대 시절이 웅변 하나로 주목 받아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그렇게 웅변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던 나는 다른 대회에도 거침없이 나가게 되었다. 예체능 쪽의 재능은 영 아니었지만 공부, 백일장, 과학발명 같은 부문에서 두루 수상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나가면 가끔 그때를 회상하며 꿈에 대해 물어본다. 그러면 너도나도 할 거 없이 가수, 배우를 하겠다는 아이들이 많다. 아이돌 가수나 탤런트 같은 비주얼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한다. 콧대라고 세우거나 쌍꺼풀 수술을 해서라도 예뻐지면 내가 더 주목 받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중학생 즈음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방학 때면 성형 수술을 받겠다고 난리라고 한다. 연예인이 못되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해 열광하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 세대의 스포츠 스타 김연아나 박지성을 넘어 아이돌 가수들 레드벨벳, 엑소, 슈퍼주니어, 트와이스에 열광한다. 이러한 마니아적 현상은 자신이 주인공이 되고 싶거나 주목받고 싶은 욕구에 대한 대리만족으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뭔가 특별한 존재이고 싶고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살고 싶은 욕구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대는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당당하게 꿈꾸고 도전하는 그런 분위기와도 거리가 먼 것이 현실이다. 조금만 성과나 관계에서 뒤쳐진다 싶으면 조직에서 왕따가 되기 십상이고, 학생들은 학교에선 일등만이 주목받는 성적지상주의 분위기는 정말 견디기 힘들다. 답답한 현실과 막막한 미래, 그리고 일과 공부에 대한 압박감으로 갈수록 스트레스는 쌓이는데 풀 데는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인 반면, 행복 순위는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너무도 쉽게 자포자기하거나 현실도피를 택한다. 다들 저마다 최고의 인생을 살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데 왜 주인공이 아닌 조연으로 살아가려는 걸까?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인생의 주인공으로 태어나지는 않는다. 수많은 천재들, 노벨 수상자들을 만나고 연구한 영국의 작가 앤드루 로빈슨도 그런 사실을 말한다. 그가 쓴 천재의 탄생에 등장한 성공한 천재의 모델, 다빈치, 모차르트, 아인슈타인, 버지니아울프, 크리스토퍼 렌, 샹폴리옹, 마리퀴리,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티야지트 레이 등 10명을 살펴봐도 거의 대부분이 결손 가정이나 학습장애 같은 핸디캡을 갖고 태어나 어렵게 성장했다. 그들은 그런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의 재능을 일찍 깨닫고 최고가 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로 자신의 척박한 인생을 눈부신 천재인생으로 바꿀 수 있었고, 저자는 천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소설가 이외수 역시 자기가 좋아하는 한 분야에 10년 동안만 열심히 준비한다면 먹고 사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신이 인간을 만들었을 때는 먹고 살만 한 충분한 재능이라는 자원과 가능성을 주었다. 그런 자신만의 고유함과 특별한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인재라는 사실을 더 늦지 않게 알아채야 한다. 나는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 주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나는 내 인생이라는 연극의 주인공이다.’라는 확고한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무슨 일이든 대충대충 건성으로 하게 된다. 결국 패배자의 인생을 살게 된다. 때로 힘들거나 좌절감을 느낄 때, ‘챔피언노래 가사처럼 이렇게 한번 외쳐보는 것은 어떨까.

자신에게 바로 설 수 있는 네가, 남 앞에서 바로 설 수 있는 네가, 자기 인생을 사랑하고 즐길 줄 아는 네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즐길 줄 알고 미칠 수 있는 네가, 진정한 챔피언이다.”

 

 

 

 

 

*한상규박사심리학적 심리치료전문가는 영남대학교 심리학과와 동대학원에서 심리학박사(Ph.D. Cand) 및 한일장신대학교 심리치료학박사(Ph.D. in Psychotherapy)를 취득하였다. 현재 영남이공대학교에 출강하고 있으며, 한국청소년상담학회 중독예방학회장을 맡고 있다. 또한 상담 및 심리치료 전문기관인 오너스심리연구소 대표로 있으며, 심리치료(중독치료·정신분석·인지행동치료·청소년상담·진로학습상담·심리검사)를 비롯해 강연 및 칼럼리스트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