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信義)의 기업가’로 통하는 글로벌 경제인 권병하
‘신의(信義)의 기업가’로 통하는 글로벌 경제인 권병하
  • 김유미 시민기자
  • 승인 2018.07.12 14: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로벌 전기부품·공업용 수소수 생성기 제조로 연매출 1억달러

세계 해외한인무역협회(World-OKTA) 회장도 역임.

말레이시아 말라야대학 한국학(한국어 포함) 전공 개설에 공헌

동남아시아가 한국경제에 중요한 전략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동남아 경제계에서 널리 알려진 말레이시아 한국계 기업인 권병하(69) 헤니권코퍼레이션 회장을 최근 대구경제가 만났다그는 말레이시아 국왕으로부터 지난 2006년 1월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백작(Dato)’ 작위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명해졌다. <편집자 주>

 

 권병하말레이시아 헤니권코퍼레이션 회장은 전력공급 전달 장치인 '부스덕트제조 분야에서 세계 3위의 기업을 일구며 늘 도전의 연속이었다생산품의 95%를 수출하는 헤니권코퍼레이션은 세계적인 기업인 GE와 지멘스 다음으로 업계에서 인정을 받으며 연간 1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산골에서 자라 국제적인 기업인으로 성공하기 까지 실력과 신의를 무기로 세계를 뛰어다녔다권 회장이 다니던 무역회사를 그만두고 해외에서 자기 사업을 하겠다며 말레이시아로 건너간 것이 1983년이다첫 사업아이템을 산소용접기용 '노즐'로 잡았다시장을 일본산이 독점하고 있었는데 가격 경쟁력이 우수한 한국산을 수입해 보급하면서 착실하게 사업을 키웠다.

 한국 시멘트 공장이 말레이시아에 진출하자 전봇대 공장을 세워 말레이시아 전역에 처음으로 나무가 아닌 시멘트 전봇대를 보급하면서 회사를 확장했다이후 전기산업에 진출해 지금의 부스덕트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기업으로 만들었다.

권회장은 기업을 성장시킨 비결을 묻자 "고객과의 약속은 환경이 바뀌어 손해를 보는 일이 생겨도 철저히 지켰고하나를 요구해오면 둘을 준다는 마음으로 응했다"고 답했다.

 

 권 회장에게는 시련도 없지 않았다그는 2001년 싱가포르 지하철 공사를 맡은 프랑스기업에 800만 달러 계약을 맺고 제품을 공급했다. 200만 달러어치를 공급한 시점에서 공사장 붕괴사고가 났고 고객사는 책임 소재를 놓고 싱가포르 정부와 소송을 벌이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3년이 지나 소송이 마무리됐을 때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다직원들은 손해가 크니 계약서를 다시 써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권 회장은 애초 계약대로 납품을 추진했고결국 600만 달러 이상을 손해 봤다.

보상은 뜻밖에도 납품한 프랑스기업으로부터 왔다신의를 지킨 것에 감동해 이후 굵직한 국제 공사 때마다 헤니권 제품을 써서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도록 도움을 준 것이다.

 그는 "성실과 멀리 내다보는 장기적인 관계 마인드가 제조업의 생명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손해를 보더라도 고객에 대한 신용을 확보한 것이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온 사례는 또 있었다영국 런던의 히스로 공항 터미널 공사를 맡은 건설회사에 납품했는데 현장 책임자가 제품 설명서만으로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메일을 보냈다권 회장은 즉시 저녁 비행기로 엔지니어를 보내 이틀간 충분히 사용법을 설명하고 돌아오게 했다.

 "하루면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데 이틀간 설명해달라고 했어요. 13시간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서 종일 설명하고 바로 비행기로 돌아간다니까 너무 고맙고 미안해서 엔지니어를 하루 쉬게 하려고 했다고 하더군요감동을 하였다며 완공 기념식에 비행기 표와 함께 초청장을 보내주더군요공사에 들어가는 수많은 부품 중 하나를 납품한 회사인데 말이죠이후 그 건설사는 마이크로소프트인텔 등 글로벌기업의 영국 공사에는 무조건 참여시켜 주었습니다."

권 회장은 현지 토착화의 중요성도 강조했다인도필리핀 등 거래 국가가 늘어날 때마다 현지인을 채용하는 전략을 구사한 덕분에 초기 시장 진입이 순조로울 수 있었던 것이다.

 

 헤니권코퍼레이션은 세계적인 불황으로 사업이 정체를 맞자 신사업에 뛰어들어 3년의 개발을 거쳐 지난해부터 산업용 수소수 공급기를 시장에 선보였다산업용 수소수는 식품 생산 기계에 끼는 오염물질 제거병원 등 의료시설의 친환경 소독세제가 필요없는 자동차 세차 등 다양한 응용을 통해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사업아이디어를 얻은 것은 집에서 사용하던 한국산 정수기 덕분이었다필터 교환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에 한국에 출장왔을 때 직접 사려고 대리점에 가보니 전부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으로 만들고 있었다.

"대기업인데도 전부 하도급 생산이더군요땅 짚고 헤엄치는 거로 보였죠정수기 기술이 앞서 있는 일본까지 찾아가서 연구하면서 수소수에 대한 아이디어가 생겼습니다."

  세계적 석유회사인 셸의 말레이시아 주요소마다 설치된 세차장에 수소수를 만들어 쓰면 세제가 필요 없다는 것을 어필했고셸 측에서는 친환경 방식이라며 적극 도입했다최근에는 대형 할인마트에도 공급하는 등 판로를 넓히고 있다.

 

 권회장에게 창업을 준비 중인 사람들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그는 페리클레스의 유명한 말을 되씹었다. "정치가의 덕성을 묻는 말에 페리클레스는 사람을 강조했다"며 "세상사는 결국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므로 성과보다는 사람이 우선이라는 것을 가치관으로 지속할 때 더 큰 기회가 온다"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 한국학교 설립에도 앞장섰다말레이시아에는 한국 교민이 12천여명이 살고 있다한국학교가 없어 교민 자녀의 한국어 교육 등에 어려움이 있자 권 회장을 비롯한 교민들은 한국학교 설립에 나섰다모금한 기부금과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교지 매입과 교사 신축교육기자재 구입에 필요한 총 36억원의 사업비를 마련했다말레이시아 한인사회에서 55%인 20억원을,국고에서 나머지 45%인 16억원이 지원됐다.

한국학교는 말레이시아 행정수도인 푸트르자야 인근쿠알라룸푸르의 주요 한인 거주지로부터는 2535km 떨어진 셀랑고르주 사이버자야에 3층 건물로 지어졌다한국 정규 교육과정에 더해 영어와 중국어까지 가르치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과정을 운영하며 첫해인 올해는 유치원 14초등학교 70명 등 84명이 입학했다.

말레이시아 최고 명문 말라야대학은 말레이시아에서 한국학(한국어 포함전공이 가장 먼저 개설된 대학이다동아시아학과 내에 한국학 전공을 개설한 초기부터 10년간 매년 1500만 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권병하 회장은 누구인가?

경북 예천군 용문면 하금곡리 출생(예천권씨)으로 용문국민학교(현 용문초), 대창중학교대창고등학교를 나와 고려대 경영학과고려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헤닉권 그룹 대표이사·회장으로 세계한인무역협회 회장을 역임했다모교인 대창고등학교 학생을 말레이시아에 초청하기도 하는 등 한국에 대한 지속적인 애정을 지니고 있다그는 세계한인무역협회(World-OKTA) 회장 시절인 2012년에 재외동포경제인의 대표적 성공스토리를 엮은 세계를 누비는 경영천재들(출판사한스앤리저자 한만수)을 출간하기도 했다.

 

<헤니권그룹 권병하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