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설 차례 및 제사에 '탈예법'의 바람 불어
경북 설 차례 및 제사에 '탈예법'의 바람 불어
  • 대구경제
  • 승인 2019.02.0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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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북부지역 유교 전통도 시대변천과 불경기 영향으로 설 차례 및 제사에도 '탈예법'의 바람이 불고 있다.

 임청각(臨淸閣·보물 182호)으로 알려진 안동 고성 이씨 종택 석주 이상룡 선생(1858∼1932)의 현손자인 이창수(54) 종손은 "설 차례상은 작은 상 4개에다 과일 4개랑 포, 떡국까지 합해 10개가 채 안 되도록 간소하게 마련한다"고 했다.

이 종손은 일년내내 모셨던 제사도 간소화했다. 광복절인 8월 15일 4대조의 제사를 모두 모아 지내고 있으며 제사 시간도 자(子)시(밤 11시~새벽 1시)에서 정오로 변경했다. 제사를 마치면 가족들이 둘러앉아 비빔밥을 먹는다.

 임청각에는 옛부터 제사 간소화와 형제 간에 돌아가며 제사를 지내라는 가훈이 전해온다.

1744년 작성된 제사 매뉴얼인 '고성 이씨 가제정식'(家祭定式)에는 '제사상은 간소하게 차릴 것', '윤회 봉사(형제간에 돌아가며 제사를 지내는 것)를 할 것', '적서(嫡庶)의 차별 없이 모두 참여시킬 것'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남인(南人) 종가의 대표적인 퇴계 이황선생 종가도 변화하고 있다.

 퇴계 종가는 지난 2014년 1월 문중의결기구인 상계문중운영위원회(이하 문중운영위)를 열고 매년 자정 전후로 열리던 퇴계 불천위 제사를 오후 6시로 당겨 지내기로 결정했다.

 앞서 퇴계 종가는 2011년 '종손 말이 법'으로 통하는 종가문화에서 '문중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민주화를 단행한 바 있다. ‘제왕적인 종손’의 권한을 축소 한 것이다.

 퇴계 16세손인 이근필(87) 종손은 "죽으면 납골당에 가겠다"고 했다.

이처럼 차례 및 제사를 간소화하는 종가들이 늘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이 경북 지역의 불천위 제사 173개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절반인 87곳이 자시가 아닌 오전이나 저녁에 치러지고 있다. 더욱이 불천위 내외의 제사를 따로 지내지 않고 '합사'해 한 번만 지내는 곳도 49곳으로 28%나 됐다.

고조부모 까지 4대 봉사 전통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경북의 종가 169곳 가운데 10곳은 3대까지만, 31곳은 2대까지만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북 향토 문화에 밝은 최성달 작가는 "많은 종가가 차례상이나 기 제사에 대한 전통 예법의 정신은 따르면서도 형식은 바귀고 있다“며 ”시대 적응 문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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