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폐지 리어카 끌고 청와대 행진한 이유?
노인들 폐지 리어카 끌고 청와대 행진한 이유?
  • 김수영 기자
  • 승인 2019.03.31 1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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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줬다 뺏는 기초연금’ 해결하라!

3월 25일 낮, 100여 명의 '극한 노인'들이 폐지를 수레에 가득 싣고서 '줬다 뺏는 기초연금' 해결을 촉구하며 경복궁에서부터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기초연금은 다음 달부터 30만원으로 오른다. 행진을 마치고 청와대 앞에 다달은 어르신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라는 요구서를 청와대 측에 전달했다.

 

기초연금 30만원 시대가 열린다. 정부는 다음 달 4월부터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150만 명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기존 25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 지급한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정책이 빈곤노인계층까지는 미치지 못하는 맹점을 풀기 위한 조치이다.

하지만 이는 기초생활수급 노인 40만명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 때문이다. 우리 사회 가장 가난한 노인인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은 매달 25일 기초연금을 받았다가 다음달 20일 생계급여에서 같은 금액을 삭감당한다. “집주인 노인도 받는 기초연금을 나는 왜 못 받나!”라며 빈곤 노인들이 탄식하는 이유이다. 작년 9월 기초연금이 25만원으로 올랐을 때로 그랬고 다음 달에 30만원으로 올라도 이러한 일은 계속될 예정이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은 기초생활수급 노인에게 심각한 박탈감뿐만 아니라 노인 사이에 역진적 소득 격차까지 초래한다. 하위 70% 노인에게 기초연금이 지급된다지만, ‘줬다 뺏는 기초연금’으로 인해 기초생활수급 노인의 가처분소득은 그대로이고 차상위 이상 노인들은 기초연금만큼 증가한다. 최근 소득분위별 격차가 심해지는 원인 중 하나도 바로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다. 기초생활 수급 노인들은 모두 1분위 계층에 속하는데, 아무리 기초연금이 올라도 이들의 가처분소득은 그대로이기에 소득 격차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보건복지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의 ‘보충성 원리’에 따라 기초연금만큼 생계급여를 공제해야한다는 주장만 반복해 왔다. 더불어민주당도 2016년 총선에서 ‘줬다 뺏는 기초연금’ 완전 해결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정작 집권하자 모르쇠로 태도를 바꾸어 오늘까지 이르렀다.

지난 5년 빈곤 노인들과 노인, 복지단체들은 ‘줬다 뺏는 기초연금’ 해결을 위해 수많은 활동을 벌여 왔다. 매년 기초연금이 도입된 7월이면 빈곤 노인들이 대통령에게 ‘줬다 뺏는 기초연금’을 해결하라는 도끼 상소를 청와대 앞에서 진행하고, 작년 여름에는 뜨거운 태양 아래서 노인들이 청와대까지 거리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지난 정기국회에서는 2018년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보건복지부위위원회가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에게 부가급여 형식으로 기초연금 10만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으나 최종 본회의에서는 백지화되어 버렸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는다. 기초연금에서 우리사회 가장 가난한 노인이 배제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계속 놔둘 것인가? ‘줬다 뺏는 기초연금’을 방치하면서 포용적 복지국가를 주창할 수 있는가?

이제 대통령이 나서서 ‘줬다 뺏는 기초연금’을 해결하라. 이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다. 대통령이 의지만 가지면 가능하다. 2017년에 당사자 노인 99명이 이미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한 상태이다. 헌법적 심판으로 강제당하기 전에 정부는 이제라도 기초생활수급 노인의 연금수급권을 온전히 보장해야 할 것이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란다. 포용국가를 만들겠단다. 도대체 우리 사회 빈곤 노인들이 극한 상황에서 살고 있는데 이 수치와 청사진이 무슨 소용인가? 대통령은 우리 사회 가장 가난한 노인들의 절망을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건가? 이제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을 해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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