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의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은 김일성의 지휘관 허형식 장군
육사의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은 김일성의 지휘관 허형식 장군
  • 금보리 논설위원
  • 승인 2019.04.01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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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시의 대표로 꼽히는 ‘광야’에 나오는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김일성의 상관 허형식 장군이라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저항시인 이육사의 시 `광야'에 등장하는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에 ‘초인’은 실제 만주에서 백마를 타고 무장 항일투쟁을 벌였던 허형식(許亨植) 장군(1909∼1942)이라는 주장이 학계에서 나오고 있다고 경북독립운동기념관측이 1일 밝혔다.

허형식 장군은 이육사의 외종숙(5촌)으로 일제 강점기 만주에서 항일투쟁 당시 육사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허 장군은 육사보다 다섯 살 어리다.

허 장군은 의병장 왕산 허위(許蔿)의 종질(5촌 조카)로 1915년 부친(허필)을 따라 만주로 가 독립운동에 투신했으며 중국 공산당이 주도한 한·중 통합 군사단체인 동북항일연군 제3로군 총참모장으로 북만주 일대에서 항일 무장투쟁을 벌였다. 김일성과 최현, 최용건, 김책 등도 동북항일연군의 하급 책임자다. 이 부대는 만주에서 한때 1만명의 병력을 보유한 가장 큰 항일 군사조직이었다. 김일성은 당시 이 부대 소속으로 함경도에서 보천보전투를 치르기도 했다.

허장군은 300여회 전투를 통해 27개 도시를 점령하고 일본군과 경찰 1557명을 사살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일본군의 총공세가 심해지자 김일성 등 동북항일연군의 상당수는 소련으로 피신했으나 허 장군은 끝까지 만주에서 저항해 ‘만주 최후의 항일 파르티잔’으로 불린다. 중국 정부는 1998년 허형식의 기념비를 세우고 공원도 만들었고, 2014년 국가급 항일전쟁 유적지와 함께 발표한 '항일영웅 열사' 300명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허 장군에 대해 역사학자 강만길은 “북만주에서 희생되지 않았다면 북녘 아니면 남녘에서 정권을 잡았거나 통일정부를 세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허 장군은 1942년 8월 3일 소부대활동 현지지도 중 만주국 군경 토벌대와 교전 중 부하를 살리고 항일회원 비밀문건을 적에게 넘기지 않고자 토벌대의 총탄을 맞고 전사했다.

허 장군은 공산주의자라는 이유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고 독립유공자로 인정도 받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몇 년 전부터 항일투쟁에 몸 바친 그의 업적을 재조명하고 독립유공자로 서훈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장세윤 동북아역사재단 박사가 '허형식 연구' 논문을, 강원도 원주에서 활동 중인 박도 작가가 지난 3월 22일 실록소설 <허형식 장군>을 출간하기도 했다.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강윤정 학예연구부장은 "오는 8월 안동에서 열릴 국제세미나에서 중국측 전문가인 연변박물관 허영길씨가 동북항일연군 주제를 맡아 허 장군 등 항일투사를 다룰 것이라며 그동안 자료가 부족했던 만주 항일 투쟁 발굴과 투사들에 대한 서훈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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