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부의 지방고사 방치는 반(反)민주주의
문정부의 지방고사 방치는 반(反)민주주의
  • 대구경제
  • 승인 2020.01.10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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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 ‘폭망’했다는 아우성이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인구가 사상 처음 전국의 절반을 넘어섰다는 통계가 나왔다.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인구(2,592만5,799명)는 강원 충청 경상 전라권 등 비수도권 인구를 1,737명 차이로 앞섰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비수도권 지방에 주소를 두고 있지만 서울에 실제로 사는 이는 이보다 많을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꾸준히 증가하던 수도권 인구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는 0.22%포인트 상승에 그쳤으나 이후 다시 상승 속도를 높여 왔다. 이는 수도권에 한국 경제가 집중돼서다. 경상도의 조선 철강 자동차 기계 섬유 산업이 무너지면서 일자리를 따라 인구가 북상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앞으로 비수도권 인구만 계속 감소해 전 국민의 70~80%가 수도권에 몰려 사는 기형적인 한국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충청도에 행정부를 이전하는 세종시를 신설하고, 지방에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혁신도시를 건설한 노무현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에 대해 이후 정부가 후속 대책을 내놓지 않아 지방쇠락 현상을 바로 잡지 못했다. 균형발전의 불씨가 꺼진 것이다. 87체제 이후 민주정부들이 지방 쇠락을 방치하는 것은 한 마디로 적폐다. 수도권 집중은 고려 말 개성 소수의 권문세족들이 국부를 대다수 장악한 거나 마찬가지다. 폐정 중에 폐정이고 악정 중에 악정이다. 특히 노정부 철학을 계승을 자처한 문 정부마저 균형발전을 계승하지 않고 있는 것은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다.

비수도권 지방 사람들은 장시간·저임금 노동으로 뼈 빠지게 번 돈이 교육비·주거비·의료비·통신비·교통비도 마련하기가 힘들다. 못살겠다는 아우성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반(反)서민적인 사회다. 지방 대도시 고등학생 졸업자들은 ‘인 서울’이 목표다. 살벌한 입학전쟁을 거쳐 서울 소재 대학에 들어가도 제대로 된 집을 셋방도 구할 수 없어 닭장 같은 지옥고(지하방, 옥탑방, 고시원)라 불리는 주거 조건이 극도로 열악한 곳에서 4년 청춘을 보내야만 한다. 지방에 살아도 토호들은 서울에 집 하나쯤은 갖고 있고, 지방 대학이 부실해도 내 자식은 서울로 보내면 된다. 죽어나는 건 비수도권 지방의 못사는 사람들이다.

지방 쇠락의 단적인 예 하나다. A씨와 B씨는 1990년 대구에 30평형대 아파트를 갖고 있었으나 B씨는 서울로 이주했다. 2019년 현재 A씨 아파트는 2억 원대이고 B씨 아파트는 10~20억 한다. 기회균등사회라는 이상이 정부 정책 때문에 무너졌다. 수도권 집중화 사회에서 살아나는 방법은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길 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불가능하다. 이제 지방 집을 팔면 서울에 달동네 전세방도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이후 소수 기득권 세력의 가치 독점이 가장 큰 사회악이다. 87년 6월 항쟁에서 민주주의를 외친 것은 대통령 병자들이 돌아가면서 권자를 누리는 걸로 변질됐지만, 본래는 좀 더 자유롭게 균등하게 살고자 하는 바람이었다. 2000년을 전후하여 빈부 양극화 문제가 고질병으로 대두된 비민주적인 사회가 돼 버렸다. 하루 세끼 적당히 때우기도 버거운 저소득층이 있는가 하면 외제차에 틈만 나면 해외에 나가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부자들이 대비된다.

문재인 정부가 잘못한 정책 중에 대표적인 것이 지방(비수도권)의 피폐를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新)신분제 사회, 승자 독식 사회이기 때문이다. 정치, 문화 전 분야에 걸쳐 비수도권 지방은 한국의 ‘내부 종속민’이다. ‘종속민’라는 말은 듣기에 끔찍하지만 조선 시대 종, 즉 노예다.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가 나빠지고 있다는 증거 중의 하나는 수도권으로의 중앙집중화가 더욱 심화되었다는 사실이다”라고 지적했다.

문 정부의 지방 쇠락 방기는 그들의 존재 이유인 민주주의 정신에도 배치된다. 권력운용에만 눈이 멀어 지방이라는 존재는 보이지 않는 것인가. 문 대통령은 국가를 운영하는 정부의 수반인가, 정책은 내팽개친 채 정권 획득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권력집단의 우두머리인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강자와 약자 부자와 빈자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균등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로컬흥국’까지는 아니라도 쇠락해가는 비수도권 지방을 살리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질주하는 수도권에 비해 휘청거리는 비수도권에 생기를 불어넣어 다시 되돌리지 않으면 후세 사가들은 망국의 시발로 기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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