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 힘은 양심인데
진보의 힘은 양심인데
  • 대구경제
  • 승인 2020.02.1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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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신도 '민주'도 없는 민주당 지도부, 박근혜 데자뷰?...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양심불량 싸가지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권기식
권기식 대구신문 명예회장

 

요즘 민주당과 여권 인사들의 행태를 보면 이 말이 수긍이 간다. 자칭 '민주'를 이름에 넣은 정당이고 영원한 민주주의자인 김대중 노무현 김근태의 정신이 깃든 정당인 민주당 지도부의 행태는 부끄러움을 넘어 역겨운 생각이 들 정도이다.

우선 임미리 교수 고발 사건을 보자. 세상 어느 제대로 된 민주 정당이 비판 칼럼을 쓴 교수와 언론사를 싸잡아 검찰에 고발할 수 있을까? 비난 여론에 떠밀려 고발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보인 행태는 더욱 가관이다. 임 교수가 과거 안철수의 씽크탱크에 몸담았던 이력을 들먹이며 쪼잔한 사족을 다는 것도 민망하지만, 이해찬 대표도 윤호중 사무총장도 사과의 말 한마디가 없다. 일반 국민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최소한 양심 진영에 대한 립서비스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들이 하는 짓을 보면 과거 수구 반민주 세력들이 보여준 행태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우리 국민 누구도 민주당이 능력이 있어 집권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을 개돼지로 보고 권력을 사유화한 박근혜 정권에 분노한 수백만의 촛불이 만들어준 정권이다. 그런데 마치 내가 잘 해서 잡은 권력인 것 처럼 오만방자하다. 이해찬도 추미애도 무오류의 오만에 빠져 촛불시민들을 내려다 보고 있다.

추미애 장관의 행태는 더욱 가관이다. 대권욕이 묻어나는 정치행태에 '내가 이 꼴을 보려고 촛불을 들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아니 민주 정부의 법무장관이라는 인사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고 발표부터 먼저한 뒤 여론수렴은 나중에 하겠다고 한다. 민주주의는 여론을 수렴해 정책을 결정하는 것인데 정책을 미리 결정하고 여론수렴은 형식적으로 나중에 한다는 것인데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다.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때의 데자뷰 느낌이 들어 소름이 돋는다.

민주당에 '민주'가 없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 인사들은 공천 눈치를 보느라 침묵한다. 참 비겁하다.

요즘 진중권 전 교수가 많이 바쁠 것 같다. 진보가 망하면 않되니 면역 강화 예방주사를 놔야 하는 데 병증이 심각해 매일 주사를 놓아 대야 하니 참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가끔 주사를 놓는 나도 힘든 데 그는 얼마나 힘들까? 언제 만나면 삼계탕 보양식 한번 대접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탄핵을 당하고도 반성이 없는 수구세력들에 대해서는 비판조차 하고 싶지 않다. 이번에 또 선거장이 섰다고 불량품 들고 5일장에 나가는 양심불량 장사꾼 같은 자들에게 무엇을 바라겠는가? 그저 순박한 우리 이웃들이 불량식품 사먹고 탈이나 나지 않아야 할 텐데 하며 기도만 할 뿐이다. 그런데 유기농이라면서 화학비료 쓴 농작물을 내다 파는 양심불량 농사꾼 처럼 민주당이 차츰 '양심불량 정당'이 돼가는 것이 안타깝고 슬플 뿐이다.

촛불정신을 도둑 맞은 것 처럼 황당하고 분하다. 진중권 처럼 울지는 못하고 뒷산에 올라 외치련다. '야 이놈들아. 이 무도한 놈들아. 너희가 그러고도 민주주의자냐? 내가 이런 꼴 보려고 촛불을 들었냐?'

* 권기식 본지 명예회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인간개발연구원장, 평창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양대와 일본 시즈오카현립대, 중국 칭화대에서 동북아시아 국제관계를 연구하고 강의했다. 현재 한중도시우호협회장 겸 대구경제신문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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