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바위 도박판'으로 전락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야바위 도박판'으로 전락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 승인 2020.03.20 16: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와중에 여의도 정치판에 난데없이 '야바위 도박판'이 나타났다. 비례대표 의석 47석을 둘러싼 '정치 야바위판'이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27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에 '연동형 캡(cap)'을 적용해 연동율 50%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것이다. 국회는 이것을 정치개혁의 상징인 것 처럼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이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야바위판으로 전락했다.

야바위판을 제일 먼저 연 것은 미래통합당이다. 선거 승리를 내세우며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창당하는 꼼수를 저지른 것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은 맹비난을 퍼부었다.

그런데 선거가 임박하자 1당을 놓칠 것이 두려워진 더불어민주당이 전당원 투표라는 꼼수 형식으로 위성정당을 만들어 뒤늦게 야바위판에 뛰어들었다. 이름도 '더불어시민당'으로 지었다. 참으로 역대급 치촐한 여당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봉주 전 의원과 손혜원 의원 등이 주도하는 친문 비례대표당도 나와 야바위판에 한자리를 떡하니 차지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비례대표 후보를 둘러싼 야바위식 이전투구이다.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지난 16일 비례대표 명단을 발표하자 미래통합당이 패닉에 빠졌다. '한선교식 쿠데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격앙했다. 특히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인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을 당선권 밖으로 밀어내는 등 영입인사를 홀대한 것에 당내외의 비난이 쏟아졌다.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갈등은 후보 순위를 일부 재조정하는 선에서 마무리되는 국면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도 민망한 꼴을 하기는 마찬가지다. 더불어시민당에는 최근 창당된 '듣보잡'  군소정당들이 다수 참여했는 데, 그중 한 정당의 대표는 성추행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까지 받은 전력이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와 민주당 지도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친여 비례연합 논의를 주도해온 정치개혁연합과 녹색당, 미래당 등이 자신들을 배제시킨 데 대해 반발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위성정당, 양정철의 잔머리로 처음부터 민주당에서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친문 진영 내부에서 비례대표 헤게모니를 둘러싼 갈등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정봉주 전 의원이 주도하는 열린민주당에 합류한 손혜원 의원은 어제 "양정철이 아직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인지 그의 행보가 과연 문재인 정부를 위한 것인지 우리가 잘 살펴봐야 할 일"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 야바위판에 끼어들지 않은 정의당의 모습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어제 "비례위성정당은 위헌정당이고 가짜정당이다. 국민의 표를 도둑질하는 그런 꼼수정치에 정의당이 몸을 담을 수는 없다"며 비례대표 연합정당 불참을 확고히 했다.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고통받고 있다. 사망자는 늘어나고 자영업자들은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국민의 고통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나홀로 비례대표 야바위 놀음에 빠진 정치권은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무섭고 기괴하다. 금배지를 둘러싼 일부 반개혁 정치인들의 야바위를 투표로 심판해야 한다. 국민은 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만이 '촛불혁명'을 이뤄낸 위대한 국민의 자존을 지키는 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