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노파 돌본 청도 효손의 '방호복 사투 간병'
코로나19 노파 돌본 청도 효손의 '방호복 사투 간병'
  • 지근영 기자
  • 승인 2020.03.22 07: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미정 안동간고등어 등 안동 기업인들 효행 격려금 1천400만원 경북도에 전달
안동이 시작한 온정의 성금 손길 경북도내는 물론 충남 전남으로 전국 확산 중

㈜예미정 안동종가음식체험관과 ㈜안동간고등어 등 안동 기업인들의 ‘코로나19(우한폐렴)’ 확진 노조모를 간병한 청도 효손(孝孫) 박씨를 격려하기 위한 온정의 성금 손길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안동 기업인들이 청도효손 성금을 전달했다. 중앙 황색 점퍼 입은이가 이철우 경상북도 지사

 

이들 안동의 8개 사업체 기업인들이 최근 '코로나19'에 확진 판정을 받은 80대 노조모를 병원에 까지 가서 직접 간병해 완치했다는 청도 박용하(31) 효손(孝孫)의 보기 드문 효행 소식을 듣고 효손을 돕자는 뜻을 모으고 긴급으로 성금을 모아 1차 마감분 1천400여만 원을 이날 경상북도 도지사실에서 이철우 지사에게 전달한 것이다.(사진)

이날 성금 전달식에는 조일호 ㈜예미정 대표, 강미혜 예미정체험관장, 박정남 안동동가음식교육원장, 김재문 ㈜안동간고등어 대표, 김재갑 ㈜안동간고등어종합식품 대표, 김정모 ㈜오리엔탈에이스라인 대표 등 6명이 참석했다.

이 지사는 이날 “코로나사태로 어려운 경북에서 박용하씨로 인해 희망을 봤다. 박씨를 도우려고 생각한 여러분들도 세계적인 미덕인 한국 효의식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의 기업인인 답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효손의 주인공은 지난달 28일 경북 청도에 사는 김갑생(85)할머니가 코로나19(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아 청도군보건소에서 포항으로 이송하려하자 청도에서 80㎞ 떨어진 포항의료원까지 이송하고 돌보겠다고 나선 손자 박용하(31)씨다. 박씨도 밀접 접촉자라 자가 격리를 해야 하는 청도군보건소와 포항의료원 측은 "다른 환자를 감염시킬 수 있다"며 박씨의 근접 간병을 막았다.

그러나 이튿날인 밤, 김씨가 신경불안증 병세를 드러내 간호사들의 옷을 찢고 의료원 복도와 병실을 마구 돌아다녀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게 된 포항의료원 측은 박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감염예방법 기본을 가르치고 별도의 침실도 마련해 줬다. 이날부터 박씨는 직장의 제과점 일을 휴직하고 방호복을 입고 할머니 식사를 돕고 간병에 매달렸다. 2주 기간 박씨가 갈아입은 방호복은 30벌이 넘을 정도로 죽음도 불사한 사투 간병이었다. 할머니는 입원 15일 만인 지난 14일 의료진과 손자의 지극한 정성 덕분에 기적적으로 완치 판정을 받고 귀가했으며 박씨도 음성 진단을 받고 할머니와 함께 퇴원했다 .

포항의료원 관계자는 "박씨가 정성을 다해 간병을 할 때마다 할머니는 안정을 찾고 미소를 지었다"며 "요즘 세상에 이렇게 효성이 지극한 청년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네 살 때 부모를 여의고 할머니와 둘이서 경북 청도군 청도읍 원정리에서 사는 박씨는 제빵사로 일하며 할머니를 봉양해온 조손 가정이다. 몇 년 전 할머니 김씨가 중증 치매 증세를 보이며 허리·고관절 수술 후유증에 신경불안증, 대인기피증까지 보여 힘들게 늙은 조모를 보살펴 왔다.

박씨는 "어머니 대신 키워주신 할머니의 노고에 비하면 제 간병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공부를 잘해서 훌륭한 사람이 된 것도 아니고 돈을 많이 벌어 호강시켜 드린 적도 없어 오히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사연은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코로나19 도청 브리핑에서 박씨를 소개하며 "손자가 얼마나 갸륵한지 모르겠다. 많은 젊은이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해 알려졌다.

한편 이 소식이 전파되면서 효손 박씨를 돕겠다는 온정의 성금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경북도와 청도군 등에 따르면 경북도청축구회, 청도군청, 청도소방서 등 공공기관이 잇따라 성금을 보내왔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충남도의 한 사업가는 박씨와 할머니 김갑생(85)씨에게 "앞으로 3년간 매달 생활비를 100만원씩 보내겠다"고 했다. 전남도에 사는 한 독지가가 성금 1000만원을 경북적십자사를 통해 기탁 의사를 전해왔다. 20일 현재 공공기관, 기업과 개인에게서 접수된 성금은 총 2079만원이다.

이 성금은 지난 19일 오후 이승율 청도군수가 박씨의 자택을 방문해 전달했다. 이 군수는 "천재(天災)로 일어난 ‘코로나19’로 청도 대구가 큰 실의에 빠졌는데, 청도 주민 박씨의 효행은 국민들에게 경북의 진정한 정신적 저력을 보여준 희망의 씨앗이 됐다"고 말했다.(인터뷰, 성금 기부자 명단 별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