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정당’ 길 고집한 이육만씨 일생 조명한 ‘영남 인동초(忍冬草)’ 출간
‘DJ 정당’ 길 고집한 이육만씨 일생 조명한 ‘영남 인동초(忍冬草)’ 출간
  • 대구경제
  • 승인 2020.04.1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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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아들이 부친에 대해 쓴 ‘자서전(子敍傳)’으로 새로운 장르의 평전
71년 대선 취재 기자로 DJ를 만난 아버지와 가족이 겪어야 할 애환 그려

야당 불모지 경상도에서 독립운동 하듯 험난한 야당 정치인의 길을 고집하며 묵묵히 걸어온 이육만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상임고문의 일생을 조명한 책, ‘영남 인동초(忍冬草)’가 출간됐다.

아들이 아버지 이육만의 일대기를 쓴 자서전 '영남 인동초'

 

이육만 고문은 1971년 대통령 선거 때 신문사 기자로 활동하며 취재를 통해 만난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40여년 가까이 이어가면서 이른바 ‘DJ 정당’으로 자신이 낙선한 3번의 선거를 포함해 야당으로 무려 10번의 선거를 치뤄 낸 경상도  ‘DJ 정당’ 역사의 산 증인이다. 영남에서 호남 정당 후보로는 당선이 불가능한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가산을 탕진해 가면서 까지 지조와 소신으로 민주당 계열의 뿌리 당원을 이어간 그의 우직한 삶은 배반과 배신이 밥 먹듯이 일상처럼 여겨지는 요즈음 세태에 훈훈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 화합과 화해의 정신을 보여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인동초’라면 그 거목(巨木)에서 영남으로 갈라져 나온 한 가지, 영남에서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이 육만 고문의 삶은 ‘영남 인동초’로 부를만 하다는게 지역 정가의 평가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영남 인동초’이다.

책의 저자는 이육만 고문의 장남인 이성훈 대구MBC 전 보도국장이다. 저자는 기자로서 날카로운 시각과 간결한 필체로 아버지의 일생을 재평가하고 시대의 귀감이 될 그의 삶을 조망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아버지의 일생을 전쟁고아들과 함께 한 청소년기, 불의에 맞서 정론직필을 위해 뛰어다니던 신문 기자 시절, 교사로서 인성교육을 강조하던 교단생활, 질곡의 야당 정치인 시절,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황혼기 등 5개 범주로 나누고 시기별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일대기를 서술했다.

에피소드 가운데는 어둡던 야만의 시절, 인혁당 당수로 사형을 당한 도예종과의 인연과 영남 원외지구당 위원장으로 동병상련을 나누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 등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저자는 경제적으로 무능한 아버지를 둔 탓에 20번 이상 이사를 다녀야 했던 자신을 포함한 가족들의 애환과 야당 정치인으로서의 무기력함에 눈물을 흘리며 고뇌하는 아버지의 내면세계 등을 잔잔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의 장르는 독특하다. 작가가 자신의 일생을 가상의 인물에 가탁하여 서술한 글을 탁전(託傳)이라고 하는데 ‘영남 인동초’는 손가락이 하나 더 있는 육손이로 태어난 아버지의 여섯 번째 손가락이 화자로 등장해 자신이 지켜 본 아버지의 일생을 덤덤하게 그리고 있어서 탁전 형식을 일부 차용하고 있지만 엄밀한 의미의 탁전은 아니다. 자신의 일생을 스스로 서술한 책을 자서전(自敍傳)이라고 하고 다른 사람이 누군가의 일생을 기록한 책은 평전(評傳)이나 전기(傳記)라고 부른다. 아들이 아버지의 삶을 재평가한 이 책은 엄밀한 의미에서 평전(評傳)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의 장르를 자서전(自敍傳)의 스스로 자(自)를 아들 자(子)로 바꾼 ‘자서전(子敍傳)’이라 이름 짓고 평전 분야 새로운 장르로 선언한다.

저자는 자서전(子敍傳)을 기획한 것은 어느 날 아침 식사를 하면서 아들과 자연스럽게 나누던 대화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저자가 “할아버지의 일대기를 내가 쓰면 너는 나의 일대기를 써 줄 수 있느냐”고 묻자 그의 아들은 흔쾌히 “그러하겠다”고 대답했고 아들의 일대기는 손자가 써 주고 해서 자식이 부모의 일생을 기록하는 자서전(子敍傳)을 집안 가풍으로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영남 인동초’는 이렇게 시작된 집안 가풍 프로젝트의 1탄으로 세상에 나온 셈이다.

저자는 자식이 부모님의 인생을 정리해서 기록하는 ‘자서전(子敍傳)’이 연로한 부모님에게 최고의 효도 선물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과정에서 부모님의 고단한 삶을 들여 보게 됨으로써 자식도 성장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생긴 마음의 상처들이 저절로 치유되는 이점이 있다고 강조한다. ‘자서전(子敍傳)’의 활발한 출간으로 서점가에 이런 책들이 봇물을 이루면 개인 역사 기록들이 촘촘하게 모여서 시대의 역사 기록을 더욱 풍성하게 할 수 있기에 저자는 세상의 많은 아들, 딸들에게 지금 당장 부모님의 삶을 기록하는 시간 여행을 떠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 땅을 살아온 부모님들은 자식 입장에서는 누구나 위대한 인물, 위인(偉人)이므로 연로한 부모님 숫자 만큼의 자서전(子敍傳)과 위인전(偉人傳)이 서가를 가득 메울 날을 기대해 본다.

글쓴이: 이성훈 대구mbc 국장(010-3507-4833)

펴낸이: 김육헌 도서출판 한국정보인쇄 대표(010-3816-3342)

기획: 이영희 ㈜ 디자인 P&P 대표(010-9176-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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