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ㆍ경북의 소는 누가 키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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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경제
  • 승인 2020.04.2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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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란 말로 오용된 망국적인 ‘지역편당주의(偏黨)’의 결과 생긴 지역 패권 투표 현상 보인 총선

4ㆍ15 총선 이후 전국에서 김부겸(대구) 김영춘(부산)의 낙선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둘은 군포와 서울에서 인정을 받은 유망주 정치인이었으나 대구와 부산으로 내려와 험난한 길을 자초했다. 작년 위선과 부패가 얽혀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권위주의 유령이 되살아난 ‘조국사태’이후 보수 결집이 예상됐다. 대구·경북(TK)지역엔 그래도 김부겸만은 혹시나 했으나 여당의 대구봉쇄 발언 이후 추락을 막을 수 없었다.

TK지역은 25개 선거구 중 미래통합당 24석, 무소속 1석이다. 여당은 맥을 못 추고 무너져 0석이다. 보수우파 독주체제다. 물론 전남 전북 광주 등 전라도 국회의석 28석 중엔 미래통합당이 단 1석도 없다. 87년 대선을 앞두고 일부 정치세력들이 조장한 ‘지역주의’란 말로 오용된 망국적인 ‘지역편당주의(偏黨)’의 결과 생긴 지역 패권 투표 현상이다.

전국적으로 미래통합당 지도부 중엔 조경태(부산)만 생환하고, 국민의당과 무소속을 합해도 우파는 110석쯤이다. 의석이 2대 1이니 양당 체제라고 할 수도 없다. ‘코로나19’로 정권 실정 이슈가 묻혔고, 어려워진 빈곤계층이 분배를 강조하는 여당에 호응한데다 체제의 문제를 우파 책임으로 돌린 3040세대와 중도의 선택 때문이다. 여기에다 정권을 탄핵 당한 야당이 환골탈태하지 않고 ‘미래’는 커녕 ‘오늘’에 대한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다가 당명만 바꾸어 총선에 임했다. 서너 시간 M1 사격 연습만 하고 전선에 투입한 6.25전쟁 학도병 부대 운영 수준의 준비였다.

총선 이후 정치에 대해서는 미 펜실베니아주립대 정치학 박사 출신인 설한 경남대 교수는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타협과 합의의 정치다. 여당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해도 야당의 의견을 무시해서는 안 되는 협력 정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TK만 본다면 현역의원(김부겸39%, 홍의락33% 득표) 아닌 여권에서 장차관급 경력을 달아준 이재용(31%) 이승천(30.5%) 외에도 김대진(27.6%)등이 일정 득표는 했다. 지난 제16대 총선에서 통합민주당 권오을(안동)의 당선 이후 개혁파를 내세우는 정당으로는 처음으로 4년 전 당선됐던 김부겸의 이번 낙선은 어떤 후과(後果)를 가져 올까. 이번 코로나 위기에 김부겸이 각료를 지낸 여당 의원이기에 예산 1조400억원 증액하고 동산병원 감염병전담 지정을 며칠이라도 앞당기기도 했다.

수도권에서 참패하는 미래통합당에 대해 정권을 견제할 의석을 줘야한다는 지지자들의 의사는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 전라도 몰표를 보고 TK도 따라 할 수 밖에 없는 비극적인 여건은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찬란한 정신문화적 전통을 가진 지역이 통 큰 성향도 보여 줬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지지율로는 영남 유권자가 호남 유권자보다 훨씬 선진화됐고 관용적이다. 현재 국토상 영호남뿐만 아니라 수도권에 사는 실제적 영호남인도 마찬 가지다. 현 국토상 경남 경북 부산 대구 울산 선거구에는 더민당 지지율이 평균 20,30%인 반면 전남 전북 광주는 미통당 지지율이 그보다 훨씬 못미치기 때문이다. 

일당 독점으로 다양성과 관용이 없어지는 것은 발전에 장애가 될 것이라는 걱정은 합리적이라고 본다. 국력이 앞서간 프랑스가 영국에 왜 뒤졌는가에 대한 연구결과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 루이 14세는 1685년 종교 관용 정책인 ‘낭트칙령’을 폐지해 기술과 자본을 자진 20~30만 명 개신교들이 영국 네들란드 프로이센으로 이민을 떠나고 그 나라의 산업화를 주도했다. 엎질러진 물이 된 뒤에 1787년 루이 16세의 ‘관용칙령’으로 자유를 줬지만 산업혁명으로 가는 열차는 출발한 뒤였다. 차 지나간 뒤에 손 드는 격이다.

그런 점에서 김부겸과 전라도 미통당 후보들이 정치적 다양성과 경쟁체제를 선거기간 내내 강조한 것은 원론적으로 맞는 말이다. 김부겸의 대통령 주자론은 ‘친문(親문재인)계’가 당을 장악한 상태에서 ‘비문(非문)’인 김부겸 김두관 김영춘 이재명이 가능한지는 의문이지만.

여당 0석과 지역의 전략적 이익과는 어떤 상관관계인가. 여당이 앞으로 예산 배분에서 지역을 소외하고 정부에서 일하는 지역 출신 인사들의 밥그릇에 대한 불이익은 주지 않을지 걱정이다. 의석으로 봐서 숙고를 한 투표였는지 곱씹어 볼 일이다. 의석으로 전라도는 이익과 실리적 투표를 계속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전북은 한나라당 정운천을, 박근혜 정부에서 전남은 새누리당 이정현을 각각 당선시키는 이익을 택했다. 이번 총선에서 25석 중 여당 0석을 택한 의미에 대해 국회의원은 사명감을 느껴야 한다. 여기서 여당 1석을 주면 야당 의석수는 103석(미통당 탈당4석 포함하면 107석)이 102(106)석이 된다. 우파 25석의 주인공들이 여당 1석보다 더 분발해야하는 이유다.  

TK 의석수가 자꾸만 줄어들어서 한국 정치에서 지역이 축소돼 간다. 전남 전북 광주 등 인구 490만 명의 전라도가 국회의석 28석인데 반해 대구경북은 인구 530만 명에 국회의원이 25석이다. 92년 이후 18년까지 27년 째 대구의 1인당 GRDP가 꼴찌다. TK 정치인들이 ‘존재감’이 없다고 하는 이유다.

TK지역의 축소지향의 정치에 대해 뜻 있는 인사들의 고민이 깊어가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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