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독 같은 대사, 친구 같은 대사
총독 같은 대사, 친구 같은 대사
  • 권기식 명예회장
  • 승인 2020.04.2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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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한 외교가를 취재하는 언론인이나 전문가들 사이에 '총독 같은 대사, 친구 같은 대사'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부임 이후 줄곧 고압적인 외교를 선보이고 있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친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해리스 미국 대사는 지난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주 한국에 글로벌 호크를 인도한 한미 안보협력팀에 축하를 전한다"며 한국에 인도된 글로벌 호크 실물 사진을 올렸다. 한국 군당국이 해리스 대사측에 군사보안에 해당하는 전략자산 인도 사실을 공개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해리스 대사는 이를 공개했다. 외교사절인 대사가 주재국의 반대의견을 무시하고 군사보안 사항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 관례를 벗어난 월권행위이다. 그는 부임이후 수차례 외교관례를 벗어난 행위를 계속해왔다. 그래서 일부 국민들은 해리스 대사를 '미국 총독'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심지어 콧수염을 기른 그의 외모와 일본계 미국인이라는 출신 이력을 들어 일제 치하의 조선 총독을 연상시킨다는 비난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권기식 명예회장

 


반면 올해 초 부임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유창한 한국어 실력과 특유의 친화력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방역 관련 한중 협력을 효율적으로 이끌어 내면서 공공외교적 측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에 마스크를 실은 트럭을 보내는가 하면 태고종이 주관한 한중 코로나19 종식 기원법회에 참석하는 등 한국인의 마음에 다가가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해리스 미국 대사의 월권 행보가 반미 정서를 불러 일으키는 반면 싱하이밍 중국 대사의 친한 행보는 중국에 대한 우호적 정서를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두 대사의 외교 스타일의 차이는 두 사람의 출신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해리스 미국 대사는 미국 태평양군사령부 사령관을 지낸 군 출신인 반면 싱하이밍 중국 대사는 여러 차례 한국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직업 외교관 출신이다.

대사는 자국의 외교안보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주재국과의 우호에 힘을 쏟아야 하는 자리이다. 아무리 강대국 대사라 하더라도 외교관은 총독 처럼 군림하는 역할이 아니라 주재국 국민의 마음을 사는 공공외교의 대표자 역할을 해야 한다. 오바마 정부 당시 주한 미국 대사를 지냈던 마크 리퍼트 전 대사가 '한국인의 영원한 친구'라는 별명을 얻은 것은 그가 보인 겸손한 태도와 한국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역대 최악의 미국 대사라는 비난을 사고 있는 해리스 미국 대사와 역대 최상의 중국 대사라는 호평을 받고 있는 싱하이밍 중국 대사의 엇갈린 행보가 가져올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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