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탈여성 지원책 필요하다
북한 이탈여성 지원책 필요하다
  • 문장순
  • 승인 2020.06.04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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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부터 충청남도 인권센터가 북한이탈여성이 남한사회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각종 차별, 폭력, 임신·출산과 육아권 등을 보호하기 위해서 인권실태를 파악하고 있다. 북한이탈여성은 탈북과정에서 또 남한 정착과정에서 폭력 및 가족해체, 출신에 의한 차별 등의 경험은 남성에 비해 훨씬 힘들다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 남북하나재단, ()성빈센트 드뽈자비의수녀회 유지재단도 북한이탈 임산부 돌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북한 이탈 임산부는 남한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과 입국 초기 동반가족이 없거나 정착 지원에 대한 정책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고, 임신·출산·자녀 양육 등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에 도움을 주기 위한 노력이다. 경기도 여성비전센터도 2013년부터 북한 이탈여성의 성공적 정착과 정서적 안정을 돕기 위해 상담치유센터을 운영하고 있다. 북한이탈여성이 남한 사회에 적응하도록 그들에게 실질적으로 다가가고자 하는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이탈주민 여성을 위한 정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일반적인 지원에 여성들도 그 대상에 포함되는 정도였다. 대부문의 북한이탈주민은 북한 사회에서부터 익숙해 온 정체성도 있고, 남한 사회에서 새롭게 갖게 된 정체성이 복합되어 있다정체성과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 가운데  경제적 열악함과 사회적 차별도 아직 남아있다. 북한이탈주민이 겪고 있는 일반적인 어려움이다.

북한이탈여성은 남성과는 다른 독특한 환경에 놓여 있다. 여성으로서 갖는 신체적 조건, 결혼과 이별, 자녀양육, 북한 가부장 문화의 경험 등은 남한 사회에서 정착과정에 어려움을 주는 요소들이다. 북한이탈여성은 북한에 있을 때부터 특이한 경험을 한다. 남성중심의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를 체험했다. 가부장제도 국가가부장제이다. 사회주의대가정이라는 명분에서 여성은 자신의 가정을 넘어서 사회와 국가 차원에서도 주부의 역할을 요구받았다 가정의 세대주에 대한 순종과 복종이 수령에게도 그대로 나타나도록 했다.  

그런데 경제난이 시작되면서 가족생계까지 여성에게 부과되기 시작했다. 가사노동, 가족생계 등을 책임지는 슈퍼우먼이 되기를 요구받았다. 이 과정에서 여성은 남성들의 무기력함과 체제의 모순을 경험했고 그들 중 일부는 생계 등을 위해서 탈북했다. 탈북 이후 중국 등 제3국에서 또 다른 경험을 한다. 그곳에서도 생존을 위해 결혼하거나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3국에서 남편과 자식이 있는 상황에서 남한으로 오는 경우도 있다.

201912월 기준으로 북한 이탈주민이 약 33천 명인데 이중 여성이 72% 정도다. 최근 3년은 여성이 80%를 넘고 있다. 북한 이탈주민 중 여성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탈주민들에 대한 다양한 정책이나 제안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탈여성 만을 위한 맞춤형 대안들은 별로 없다.

북한이탈여성들이 남한 사회에 융합되어 함께 사회통합을 이루어가야 한다. 그러려면 북한이탈여성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그들이 생활 속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그들이 처한 환경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최근 일부 단체나 기관의 북한이탈여성에 대한 배려는 이런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더 나아가 그녀들의 위상과 관련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도적 차원에서 그들과 소통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장치다. 아직 의회에 진출한 이탈남성은 있어도 상대적으로 다수를 차지하는 이탈여성은 없다. 북한이탈여성 중에서 적지 않은 인재가 있음에도 말이다. 실천적인 것에서부터 제도적인 장치까지 북한 이탈여성에 대한 배려가 있을 때 사회통합도 한걸음 더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장순(통일과 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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