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시집 내는 안도현의 예천 귀향 살이
8년 만에 시집 내는 안도현의 예천 귀향 살이
  • 기자 안윤서
  • 승인 2020.07.25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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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갑오동학의 격전지 예천을 주제로 잡지 2호 낼 것

고교생 시 워크숍과 전국 시인 초청 ‘예천시회’도 구상 중

국민시인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詩)는 버릴 수밖에 없는 연탄재에서 인간의 역동성을 요구해 낸 명작이다. 그런데 그가 자신에게 물었다는 그 시처럼 스스로 불붙는 연탄이 되려는 것일까.

안도현 시인이 대동강이 풀린다는 지난 우수 경칩에 안태고향 경상북도 예천으로 귀향했다. 낙동강과 내성천 사이에 솟은 학가산을 배경으로 둔 강변 마을 호명면 황지리. 육십줄에 들어 40개성상 동안 정든 전주를 떠나 그의 시 ‘낙동강’의 무대인 내성천 생가 옆에 하얀 새집을 지었다. 보슬비가 내리는 고향집에서 밀짚모자를 쓰고 풀을 뽑느라 책 볼 시간이 없다는 그를 만났다.

 

“스무 살 즈음 전라도로 대학을 가서 40년 살았는데, 글 쓰고 중․고등학교 교사하고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쳤지요. 작년에 우석대에서 단국대로 강단을 옮기면서 안동에 계시는 어머니 곁으로 돌아와서 살고 싶었어요. 몇 살이라도 젊을 때 가서 할 일이 있으면 하고 인생 막바지를 고향의 공기를 마시면서 사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안 시인의 수필집 「사람」에서 드러난 안동과 예천에 대한 사랑으로 어린이 같은 귀거래사를 풀어낸 것. 그는 귀향해 예전 어릴 때 떠난 고향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예천산천」을 창간했다. 예천의 수려한 자연환경과 역사, 문화를 알리는 잡지다. 조현설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발행인을, 권오휘 대창고 교사 등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했다.

창간사를 보면 단순히 안식하려고 고향을 찾으려는 것이 아님을 단박에 알 수 있다. “늘그막에 하향(下鄕)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에너지를 생산하는 상향(上鄕)을 꿈꾸고 있다”는 말이 이를 웅변한다. 가을에 낼 제2호를 준비하느라 쉴 새가 없다. (1894년)그해 뜨거웠던 예천의 갑오동학운동을 담아 보려고 생각중이다. 안 시인의 「서울로 가는 전봉준」은 그의 사관이 근대의 시발점이 된 동학을 눈여겨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시심의 8할은 내성천이란다. 탯줄 같은 내성천은 무한한 추억이 담겨 있고 애정이 샘솟는다.

“안동에서 살면서 방학이 되면 태어난 생가가 있는 황지리 큰집에 와서 살다시피 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유일한 은빛모래 강입니다. 지율스님도 기거하면서 수년간 온 몸으로 반대했던 내성천 상류 영주에 댐이 생겨 강이 시들어가고 있습니다. 내성천을 살리는 데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생각입니다.”

예천을 모르는 이가 적지 않음도 안타까워한다.

“60년대 인구가 17만 명에 가까웠던 예천은 이제 5만 남짓 작은 고을이지만 개발과는 거리가 먼 산간벽지여서 보존돼 있는 게 많아요. 앞으로는 그게 장점으로 부각돼서 예천이 각광받을 날을 기대해봅니다. 전국의 시인들에게 예천의 이곳저곳을 보여주며 시심이 발동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가칭 ‘예천시회’를 내년 봄부터나 할 생각인데 코로나19가 걱정이란다.”

안 시인은 24,25일 우리나라 전통마을 중 이름난 예천 금당실에서 열리는 야간축제 ‘금당야행’에 시인과 함께하는 인문학콘서트를 진행한다.

언제부터 쉬느냐고 물었다. “저는 글쟁이로서 아직 현재진행형입니다. 아직은 좀 더 써야 합니다. 박근혜 정부 때 시를 안 써가지고 8년 만에 내달에 시집을 냅니다. 귀향 시 등 60여 편입니다.”

20세기초 프랑스가 인상주의 화풍을 세계에 수출했듯이 한국의 전통을 예천에서 찾아내 전국에 아니 세계에 드러내고 싶은 소박한 야심을 엿볼수가 있다. 지난 2017년에 100만부가 팔리고 외국에서 번역 된 그가 쓴 성인 동화 <연어>의 은빛연어처럼 망망대해를 돌아다니다가 어머니의 품안으로 돌아와 한살이를 마감하는 마침표가 결코 아니다. 쉼표라는 느낌의 그에게서 인생 2부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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