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생태대의 詩 해설
21세기 생태대의 詩 해설
  • 편집위원 설준원
  • 승인 2020.11.09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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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 설준원 : 시인, 성서고고학자, 독도문학회장

 

광야 (曠野)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나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해설]

이 시는 지금까지 일제 강점기의 암담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와 조국의 광복을 염원하는 미래 지향적인 신념을 드러낸 저항시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생태대의 21세기에 와서 밝혀진 사실은 다른 깊은 내용이 내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육사는 1932년 3월, 조선일보사에서 나와 만주의 펑톈을 거쳐 베이징으로 가서 김원봉과 함께 의열단을 설립했던 애국지사 윤세주를 만났다. 그의 권유에 따라 그해 10월 20일 난징 근교 탕산에 의열단이 설립한 조선혁명군사 정치간부학교 1기생으로 마친 후 베이징에 있는 북경대학 사회학과에 들어가 학업을 계속하여 《대중》 창간 임시호에 평문 〈자연과학과 유물변증법〉을 게재하였으며 〈레닌주의철학의 임무〉라는 사회주의 사상 등 철학, 종교에 깊은 관심을 가졌으며 이 시기에 성경을 접하여 중국의 대문호 루쉰(魯迅)과 만나 교유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시는 단순히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적 흐름에 따라 시상을 전개한 것으로 보이지만 신 우주론적 신의 존재를 이야기하며 영감을 다양한 시적 상징으로 구약과 신약 성경의 내용을 함축한 것이다.

1연에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는 창세기의 태초에 창조된 빅뱅의 우주론을 이야기 하며,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는 우주론에서 인간세계를 연결하며 우주의 한 점에서 탄생된 인간이기에 우리의 몸은 소우주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2연의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에서는 구약의 아브라함, 이삭, 모세, 여호수아, 다윗, 솔로몬, 등으로 이어지는 하늘에 계신 그분 말씀의 대리자들(산맥)이 세상(바다)에서 선포를 하고 다스려 해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는 북이스라엘, 남유다로 갈라지면서 결국 이스라엘민족은 흩어지고 나라 잃는 설움을 당시 일제강점기 상황인 우리의 처지를 비유로 표현한 것이다.

3연에는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는 이사야, 예레미아, 에스겔, 다니엘, 요나, 미가, 스가랴, 말라기 등 예언자들이 메시아의 탄생을 예언을 해오면서 그리스도 탄생을 말한 것이다.

4연에는 “지금 눈 나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그리스도 예수는 갖은 핍박과 고난 속에서도 희생을 하시면서 곧은 한 마음으로 말씀(씨)을 선포한 것이다.

5연에서는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는 십자가에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사도 요한을 통해 2천년(천고)후에 천사들(백마)과 함께 오실 재림 목자(초인)가 있으니 간절히 원하는 백성들(광야)에게 구원의 선포를 하리라는 것이다.

광야(曠野)의 의미 : 曠(밝을 광)은 ‘비우다, 넓다’ 라는 뜻도 있지만 여기에서는 “밝다”라는 의미에 더 두고 싶으며, 野(들 야)는 민간 또는 성 밖 사람들에게 의미를 더 두고 싶은 것이다. 그것은 위의 해석으로 보아서 백마 타고 오는 초인에게 선택 받는 자들은 “밝고 빛나는 백성”들이기 때문이다.

[광야의 뜻]

曠(밝을 광) : 1. 비다 2. 공허하다(空虛--) 3. 넓다, 4. 너그럽다, 5. 밝다

野(들 야) : 1. 들, 들판 2. 민간(民間: 일반 백성들 사이) 3. 문밖 4. 성(城)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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