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란(檢亂)과 오초칠국의난(吳楚七國의亂)
검란(檢亂)과 오초칠국의난(吳楚七國의亂)
  • 강릉시민 함동식
  • 승인 2020.11.10 08: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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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사상 3대 승평시대(昇平時代)가 있었다. 승평의 사전적 의미는 나라가 태평하다 라는 뜻이니 민생은 안정되고 외방의 침입이 없으며 국부가 신장되고 번영을 구가하던 시기를 말한다. 그 첫 번째가 전한(前漢)의 경제(景帝),무제(武帝)년간이고 두 번째가 정관개원(貞觀開元)의 치(治)로 불리는 당태종,현종 재위 시기이며 마지막 세 번째가 청의 강희,옹정,건륭 3황제가 집권하던 기간이었다. 중국 역사상 이 세 번의 승평시대는 황제를 중심으로 강력한 중앙집권적 정치 체제를 갖추고 지방의 제후와 관리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면서 경제를 부흥 시키던 시기였다. 지금도 세계 경제사에서 깨어지지 않는 기록이 하나있다. 당의 태종,현종 년간의 총 생산규모가 전 세계 경제의 총 생산대비 8할을 차지 하였다는 사실이다. 이런 엄청난 경제적 번영으로 민생은 안정되었고 자연히 민수(民數)는 증가 하였다. 그리고 축적된 국력은 주변 이민족에게 당당히 맞설수 있는 힘의 원천이었고 왕성한 정복 전쟁을 수행할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이 승평시대의 특징을 보면 모두 건국 초기라는 것이다. 구 질서를 붕괴 시키고 등장한 새로운 국가 체제는 당연히 신진 정치 집단의 출현을 의미 하는 것이고 또한 새로운 정치 집단에 의해 반드시 개혁을 수반하게 되는 것이므로 태평성대의 도래가 가능했던 것인지 모른다.

벌써 일년 전의 일이지만 작년가을 온나라를 들끓게 만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보면서 클로즈 업 된 인물이 있었다. 사마천의 사기 열전 중 원앙조조열전 에 나오는 인물로 전한 경제때 관료로서 삭번령(削藩令)을 주장한 조조(晁錯)라는 사람이다. 삭번령이란 제후들의 봉지(封地)를 축소하여 제후들의 비대해진 권력을 감소 시키는 정책이다. 당연히 제후들의 반발을 불러왔고 오(吳),초(楚)를 중심으로 일곱 개 제후국이 반란을 일으켰으니 이것이 오초칠국의 난이다. 다급한 경제는 반란의 원인이었던 삭번령을 주장한 조조에게 거짓 입궁을 명하여 참형에 처해버렸다. 경제는 조조를 참하여 반란한 제후들을 달래었으나 난은 계속 되었으며 결국 무력으로 진압하기에 이른다. 이 오초칠국의 난은 결과적으로 제후의 권력 약화를 초래 하였고 중앙집권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경제의 아들인 한무제 치세의 기틀을 마련하는 발판이 되었다.

조조가 삭번을 주장할 때 이에 놀란 조조의 아버지는 장차 아들에게 미칠 재앙을 예견하고 음독 자살하였다. 원래 개혁이란 이렇게 힘든 것이다. 필연적으로 누군가의 희생이 요구 될수있으며 칠국의 난 처럼 세상이 혼란에 빠질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앙궁(未央宮) 동쪽 저자거리에 뿌려진 조조의 붉은 선혈은 한무제 시대의 승평기를 맞이하게 하였으니 한무제 시대의 번영은 실로 조조의 삭번령에서 비롯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국 사태를 보면서 조조는 삭번을 주장하다가 죽음을 당하였고 조국은 검찰개혁을 외치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마천이 원앙조조열전에서 말하길“옛것을 바꾸고 지금의 이치를 어지럽힌자는 죽지 않으면 망한다(變古亂常 不死則亡)고 하였는데 꼭 조 전 장관을 두고 한말 같다.

문재인 정부 개혁 과제 중 하나가 검찰 개혁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나 공수처의 추진등은 가히 혁명적인데가 있다. 그동안 권력에 취해있던 검찰의 입장에서 보면 받아들이기 힘든 것일수도 있다. 삭번령에 반발하여 반란을 일으킨 제후들의 심정일 것이다. 조국 전 장관이 임명되자 인사 청문회도 끝나기 전 검찰의 전광석화와 같은 수사를 보면서 이것이 과연 정상인가 싶기도 하였다. 조 전 장관은 지금 기소되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지만 검찰의 요란한 수사치고는 제대로 건진 건 하나도 없어 보인다. 후임 추미애 장관의 경우도 마찬가지 이다. 만약 추 장관이 국회의원으로 남아 있거나 다른 부처의 장관으로 임명되었다면 이런 곤욕을 치르겠는가. 물론 그들에게도 과실이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 지도층 대부분의 자화상일 뿐이다. 그렇다면 검찰의 의도는 뻔하지 않은가 개혁의 총대를 메고 부임해 오는 법무 장관을 수사하고 각을 세우고 대립 한다는 것은 조직을 보호 하고자하는 의도이며 개혁에 저항하는 행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지난 일 년 동안 끊임없이 생산해 내는 검찰 발 뉴스를 보면서 피로감 마져 느낀다. 솔직히 오욕으로 점철된 검찰의 흑 역사를 모두 까발리고 싶지만 굳이 그럴 필요조차 없다. 지난 군사 독재 시절의 검찰의 부당한 행태는 차치하고라도 현 정부 출범 후 일어난 일들 만 으로도 이미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그동안 검찰은 너무나 비대한 권한을 소유하고 있었다. 사법체계가 비슷한 같은 대륙법계 국가인 독일이나 일본과 비교하여 보아도 확연히 알 수 있는 일이다. 검찰의 선택적이고 자의적인 수사관행은 그들 스스로 검찰을 부패한 권력 집단으로 전락 시켰으며 이제는 외부의 강력한 힘에 의해서 만이 개혁이 가능한 피동적 집단으로 추락 하였다. 얼마 전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검찰 독립을 훼손한다는 여론도 있었고 또 이런 여론을 등에 업고 검찰 내부에선 집단 반발 조짐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검찰은 신성한 검찰권 독립을 운운할 자격이 없다. 지난날의 과오에 대해서 반성하는 바는 없고 오로지 기득권 챙기기에 급급 하다면 이번 검란의 조짐이 과거 삭번령에 반발하여 반란을 일으킨 오초칠국의 난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번에 추장관이 윤석열 총장 관련 의혹에 대하여 수사 지휘권을 발동하여 검찰수사에 기대하는 바가 크지만 검찰이 조 전 장관 수사는 가혹하리만큼 매서우면서 윤총장 의혹 수사는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는 점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검찰이 이런 행태를 지속 한다면 세상의 공론(公論)이 어떻게 수긍 할수 있겠는가.

앞으로 국민적인 여론이 조성된다면 내년 1월1일 시행 예정인 검경 수사권 조정안보다 더 진일보한 검찰 개혁 방안이 논의 되어야 한다. 헌법상 보장된 검사의 영장 청구권이나 기소 독점권을 폐지하여 권력기관간의 견제를 통한 사법 정의를 실현 해야한다.

옛적 조조가 삭번을 주장 하면서 황제인 경제에게 올린 표문(表文)의 내용을 보면 오왕 유비(吳王 劉淠,후일 반란의 주모자)가 더욱 교만해져서 모반을 도모하고 있으니 삭번을 해도 모반할 것이요 삭번치 않아도 모반할 것이니 일찍 제압하는 것이 이로울 것이라고 진언한바 있다. 지금의 검찰은 더욱 교만 해지고 있으며 개혁을 하든 안하든 그들은 달콤한 권력을 놓지 않으려 저항 할 것이다.

그래서 검찰 개혁은 한시도 미룰수 없는 시급한 개혁 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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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혁 2020-11-12 12:48:27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