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폭망한 자영업자의 ‘인내’ 이야기
코로나로 폭망한 자영업자의 ‘인내’ 이야기
  • 대구경제
  • 승인 2020.12.2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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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욕으로 배불리라’는 설교말씀?

지난 11월 29일 주일 예배 시간의 ‘기다림과 소망’. 주보 예배순서를 보니 눈에 들어온 설교제목이다. 자영업이 무너져 마지막 소망이 무너진 필자에게 솔직히 뭔 또다시 소망인가 했다. 목사님은 “가슴이 답답하다. 머리가 터질 것 같다”는 말로 설교준비가 참 힘들고 어렵다고 말씀에 귀를 열었다. 나의 삶에 직결되는 주제였기 때문이다.

평생 직장인으로 근로소득으로 살아오다가 돈 좀 벌어 보겠다고 적지 않은 금액을 대출받아 수 년 전 점포를 열었다. 수년 전 전국 최대 백화점으로 개점한 모 백화점 9층에  유명 브랜드로 커피류와 아이스크림을 파는 점포를 개점하고 장사를 했다. 그러나 고객이 예상외로 많지 않은데다 고품질을 이유로 제품 공급 원가가 비쌌다. 문제는 필자가 직접 일하지 않고 점원을 고용한 것이다. 근로자 관리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구구절절이 쓰자면 산더미처럼 많다.

설상가상 정부가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리면서 여느 자영업자처럼 직격탄을 맞았다. 그래서 많은 소규모점포 주인은 근로자(일며 아르바이트)를 내보내고 직접 일을 한다. 그러나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자영업은 본인이 매장에서 직접 일 해야 하는 것이 철칙임을 뒤늦게 알았다. 더군다나 올 한해에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폭격을 맞았다. 올해 수천만 원을 적자를 보았다.

다시금 그날 설교를 기억한다. “사람이 여호와의 구원을 바라고 잠잠히 기다림이 좋도다, 사람은 젊었을 때에 멍에를 메는 것이 좋으니, 혼자 앉아서 잠잠할 것은 주께서 그것을 그에게 메우셨음이라. 그대의 입을 땅의 티끌에 댈지어다 혹시 소망이 있을지로다. 자기를 치는 자에게 뺨을 돌려대어 치욕으로 배불릴지어다. 이는 주께서 영원하도록 버리지 아니하실 것임이며, 그가 비록 근심하게 하시나 그의 풍부한 인자하심에 따라 긍휼히 여기실 것임이라.”(예레미야애가)

설교 말미에 욥기 23절이 나왔다. 80년대 대학생시절 밤에 일하며 낮에 공부를 하는 힘든 삶에 오직 매달린 반가운 구절이다. “내가 가는 길을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순금같이 되어 나온다”. 잠자던 나의 가슴을 쳤다. 이날 설교는 나에게 하는 메시지로 들렸다. 처음의 회의가 더없이 은혜로운 설교로 바뀌었다.

나는 도스토예프스키처럼 러시아 유형을 산사람도 아니다. 일제 강점기에 순교를 감당한 주기철 목사처럼 고문의 고통도 없었다. 다만 돈 벌이 욕심에 실패했을 뿐이다. 부끄러움이 내 머리통을 쳤다.

고통 끝에 출애굽이 있고 메시아가 오기 전에 밤이 있다는 것을 앎은 히브리인들이 생존의 힘이었다는 말씀에 어둠의 의미를 잊었던 내가 발가벗겨진 채로 주님 앞에 섰다. “치욕으로 배불릴지어다”, “여호와가 해결할 때가지 잠잠히 기다리면 결국 땅을 차지하리라”는 말씀을 붙들었다.

낙망과 절망을 쓰레기통에 던지고 희망을 안고 예배당을 나섰다. 어둠 속에서 부흥을 꿈꿀 수 있는 시간을 주신 오직 주님의 달고 오묘한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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