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개선에 대한 한·미의 인식
북한인권개선에 대한 한·미의 인식
  • 문장순
  • 승인 2021.04.2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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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정 남북관계발전법이 최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대북전담금지법이라 불려지는 이 법이  미국 의회에서  주요 의제로 등장했다. 지난 15일 미국 하원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의 청문회에서 이 법의 일부 조항에 대해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공화당의 크리스 스미스 의원은 법의 일부 조항에 대해 국제인권 규약인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의 위반을 제기한 적이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 법에 대한 비판적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었을 가능성이 있다. 개인의 자유권에 관한 규약을 언급했다는 것은 개인의 자유권 제약과 관계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의회에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 통과될 당시에도 관련 시민단체 등에서 부정적 기류가 있었다. 법안 중 쟁점이 된 부문은 신설된 제24조다. 군사분계선 일대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과 시각매개물(게시물) 게시, 전단 등 살포 금지한다는 것이다. 25조에는 24조의 위반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4조가 자유권을 제약하는가 하는 문제인데, 정부의 입장은 다르다. 통일부는 법 개정으로 북한 주민의 인권증진에 기여할 수 있고 남북한 관계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정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북한 지역으로 보내는 전단 때문에 북한에 있는 이탈주민들의 가족이 위험에 처할 수 있고, 전단을 접한 주민 또한 처벌받을 가능성, 대북전단이 살포되는 접경지역 주민들도 안전 등을 이유로 정부와 여당은 법을 개정했다. 여기다가 2018년 판문점 선언에서 확성기 방송 중단과 전단살포 중지를 선언했기 때문에 정부는 대북전단금지문제를 어떤 형태로든 해결해야 할 상황이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대북전단금지를 하나의 자유권적 접근에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정부 측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 북한 인권증진 활동 등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라는 점이다. 최근 랜토스 인권위의 청문회도 대북전단금지법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 참석자 중 일부가 대북전단금지법이 지니고 있는 자유권의 제약을 언급하고 개정이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단 살포를 제한하는 것도 문제지만, 북한 주민들의 알권리도 무시한다는 점에서 접근한 것이다. 물론 이 위원회가 미국 의회 산하 위원회이기는 하지만 상임위원회는 아니다. 위원회의 입장이 의회의 공식적 입장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나 미국 의회에서 한국의 인권문제가 거론되고 그것이 민주주의의 제한이라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어 우리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인권과 자유의 가치를 내세우고 있는 바이든 정부의 입장과 랜토스 인권위의 의견 간에 맥락이 닿아있다. 랜토스 인권위와 우리 정부의 대북전단금지법의 필요성 주장 모두가 북한 주민 인권 개선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지니지만 그 방법이나 해법은 다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식을 좁힐 수 있는 가능성은 있을까? 현재로서는 그렇게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정부가 대북정책의 기조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수정하기는 힘들다. 남북대화 지향을 중심 축으로 삼는 이 프로세스가 현 단계에서 수정할 명분이 없다. 그 동안 유지해온 대북정책에 변화를 준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한반도 평화와 인도적 협력을 통해 북한 주민의 실질적 인권증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표현이 남북관계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당장에 바이든 정부의 인권외교와 간격이 좁혀질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만약 남북관계가 개선되어 부문적으로 교류협력이 모색되고 여기에다가 북미회담이 진전된다면 대북전단금지법의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있다. 인권문제로 남북관계가 악화될지 아니면 개선될지는 북한의 남북교류 의지가 얼마나 있느냐가 관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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