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前단계로 북한과 ‘평화공존의 길’ 밖에 없다"
"평화통일 前단계로 북한과 ‘평화공존의 길’ 밖에 없다"
  • 김수영 기자
  • 승인 2021.09.0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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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국제사회에서 자족적 독립국가로써의 지위와 안정성을 갖추도록 도와줘야..."
‘우리 당대(當代)에 통일은 없다’는 김순규 정치학자의 역작 출간돼.

평화통일 前단계로 북한과 ‘평화공존의 길’ 밖에 없다며 남북관계를 균형감 있고 현실주의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경남대 북한대학원 석좌교수 출신 원로 정치학자의 남북관계에 관한 역작이 최근 출간됐다.

김순규 저 북한의 어제와 오늘

 

국회의원 4년 경험 외에는 평생 정치외교학 교수로 정년 퇴임한 김순규 교수(83)는. 최근 신작 <북한의 어제와 오늘>에서 “최악·최종 시나리오를 생각하여 북한에 대하여 집요하게 설득·요구해야 할 일은 베트남과 중국을 롤 모델로 삼아 점진적으로 개혁·개방하도록 유도함이 현실적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그는 ”이미 선진국 반열에 들어 선 우리가 자본·기술 제공을 아끼지 않을 뿐 아니라 국제금융기관의 지원도 주선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접촉·대화하는 방향으로 대북교섭 내용을 바꾸기를 권고“한다고 충언했다.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자족적 독립국가로써의 지위와 안정성을 갖추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내용을 쉽게 풀어서 한줄 한줄 마다 끝없는 조국애와 학자로서의 양심이 묻어난다. 대학가에서 다작(多作)과 명강의로 정평이 남아 있는 노학자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주장하는 핵심적인 부분은 우리의 대북(對北) 인식에 관한 문제이다. 특히 작금의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북한의 핵문제가 잠시 허공에 떠 있는 것 처럼 뒤로 밀려났지만, 한반도에서의 북한문제는 우리의 사활(死活), 존폐(存廢)와 관련되기에 잠시도 여기서 눈을 돌려서는 안된다며 작금의 우리 사회의 무관심 현상에 경종을 울린다.

저자는 대남 대북 정책에 있어서 북한은 일관된 정책을, 한국은 오라가락 하는 정책을 보인다는 가슴 아픈 지적도 마다 하지 않는다.

북한은 남·북 분단 76년, 북한 정권 탄생 후 73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한반도의 ‘공산화 통일정책’을 한번도 바꾼 적이 없다. 지금도 핵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국방력에 의거 조국 통일을 앞당기겠다”(2021. 1. 11 노동당 8차대회 사업총화 보고)고 선언하고 있다. 반면 우리의 경우는, 어떤 일이 있어도 ‘공산 한국은 원치 않는다’는 국민적 합의로 일관되어 왔다. 하지만 때로는 정권이 바뀔때마다 대북 정책·통일 정책이 강경과 온건, 냉(冷)·온탕(溫湯)을 오락가락한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때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북한을 바로 보고 옳게 판단하는 제정신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한다. 어설픈 「이론 중심 북한 알기」에서 「현실 중심·사실중심 북한 알기」로 제자리를 찾아야 할 때라며 그간의 북한 현지 방문과 정치학자로서 연구한 내용을 가감 없이 재기술했다.

북한은 2016년 5월 노동당대회 폐막식에서 ‘핵보유 국가’임을 선언한 후 지금은 美 본토까지도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개발·보유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인정하든 안 하든 간에 명실공히 북한은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 다음으로 9번째 핵보유국이 된 것이다.

핵보유국 북한이 노리는 대상은 남한이 아니라 그들의 이른 바 주적(主敵)인 미국이다. 미국을 굴복시켜 그들의 체제안정을 받아 내려는 것이다. 이 엄연한 사실을 두고 우리끼리 국내에서 ‘종북(縱北)이다’ ‘반북(反北)이다’ 진부한 시비를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무지(無知)를 벗어나고 대북 '사미인곡(思美人曲)'의 환상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한반도의 여러 설에 대서도 분명하게 정리를 한다. 북한은 쿠테타(coup d’état)는 물론 식량난으로 굶어서 붕괴될 가능성도 제로(zero)다. 쌍방 공멸(共滅)을 자초하는 군사적으로 제압 흡수통합하는 것도 반대다. 이념·체제가 근본적으로 상이(相異)한 나라 간의 연방(聯邦)도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한반도 주변의 이해 당사국 중 어느 한 나라도 남·북한 통일을 원치 않고 있다는 사실 앞에서 통일은 ‘우리의 소원’ ‘민족의 숙원’이라고 입버릇 처럼 외치지만,  ‘우리 당대(當代)에 통일은 없다’. ‘통일 도둑론’도 ‘통일 대박론’도 다 말장난이라고 저자는 단정한다.

미국이 북한을 조용하게 만들기 위해서 미국을 겨냥한 ICBM이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능력만 없애고 지금까지의 주요 제재를 풀어주는 시나리오도 상정할 수 있다. 아프카니스탄에서 미군이 철군하자 정부가 무너지고 탈레반 정권이 들어선 사례가 남의 일 같지 않다. 

김순규 정치학박사는 경상북도 경주 태생으로 경희대 교수를 거쳐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정년퇴임하고 경남신문 회장을 지냈다. 이후 21세기국제정경연구원장으로 경남, 경북을 오가며 활발한 강연 활동을 하고 이번에 36번째 저서를 출간 하는 등 노익장을 보여주고 있다. 11대 국회의원(경주월성청도 무소속)을 지내며 현실 정치 경험도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총리관저에서 청와대 출입기자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경북일보 김정모 기자에게 "11대 국회에서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로 국회를 출입할 때 명쾌한 해법을 지닌 김순규의원을 자주 만나 정치 기사를 참 많이 썼다"고 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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