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언어 이질화 극복 시급하다
남북한 언어 이질화 극복 시급하다
  • 문장순
  • 승인 2022.04.16 12:18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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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소통의 수단이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단순히 소통을 넘어 상호이해를 넓히고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래서 언어를 공유하는 사람들끼리는 쉽게 공동체가 형성되고 공동의 역사와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만큼 언어가 인간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남북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인 한글은 역사적으로 700년이 가까이 되어가고 그 근원을 따진다면 기원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남북의 구성원들은 긴 역사 동안 같은 언어를 사용하면서 공동체를 형성해왔다.

그런데 남북이 분단된 이후 언어의 소통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북한 이탈주민과 일상적인 대화 과정에서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왜일까? 바로 70년이란 긴 시간의 물리적 단절 외에도 남북이 추구해온 이념과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북한은 북한식 사회주의를 바탕으로 정치·경제체제를 구축했고 주민들의 사회생활도 규정했다. 남한 역시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념에 따라 정치·경제·사회체제 등이 형성되었다.

이러한 영향이 언어정책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분단 이후 남한에서는 서울 방언인 표준어를 계승하고 북한은 평양 방언 문화어를 표준 언어로 지정했다. 이후 남·북한은 국어 순화 또는 말 다듬기 사업을 각자의 표준어와 맞춤법에 따라 따로따로 했다. 이로 인해 남북의 언어의 이질화가 심화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남북한은 언어 소통의 목적이 다르다. 남한이 글이 중심인 사회라면 북한은 말이 중심인 사회이다. 북한이 말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당의 정책, 혁명사업, 교시 등을 인민들이 쉽게 이해하고 알아들어야 사회적 혁명을 명확하게 이행할 수 있고, 또 공동체 사회에서는 글보다 말이 훨씬 전달력과 설득력이 빠르고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확한 주어 서술어구조, 정확하고 짧은단어, 발음이 까다롭지 않은 것이 당정책 수행과정에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국한문 혼용, 한자어, 외래어의 사용을 배제했다

예를 들면 나무늘보를 세 가락 게으름뱅이’, 드라이크리닝을 화학빨래’, 주차장을 차 마당’, 톰과 제리는 운 없는 고양이와 꾀 많은 생쥐등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가급적 외래어를 배제하려는 의지가 언어정책에 담겨있다. 한 탈북민은 사람이 많은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했더니 만원이라고 적혀있어 엘리베이터 타는데 돈을 만원씩이나 내야 하나하고 계단으로 걸어 올라간 적이 있다고 한다. 한자어 배제의 극단적인 예시이다. 지금 예시한 사례들은 그래도 서로 갈등을 가져올 언어들은 아니다.

또 동일한 단어이지만 의미가 다른 경우도있다. 어머니, 혁명, 세포, 민주주의 등이 그것이다. 이념이나 가치의 차이에 의해서 나타난 것이다. 이런 언어들은 체제의 차이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는 용어조차 찾기 쉽지 않다.

이러한 어휘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것 외에도 남북에서 사용하는 언어에는 발음, 맞춤법, 띄어쓰기, 억양·어조 등의 차이도 있다. 그래도 이러한 부문은 오해나 갈등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조금만 서로의 차이를 인정한다면 이해가 가능한 부문이 많다. 문제는 어휘의 차이다. 어휘 중에서도 이념이나 가치의 차이에 의한 경우는 소통의 벽이 높을 수 있다. 이 부문은 우리가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념에 의한 갈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어의 이질화 극복을 위한 남북간 교류가 중요하다. 교류 과정에 남북이 서로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공감대를 넓히면서 언어 이질화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진정한 통일로 다가갈 수 있는 길이다.

 

 

민인옥(대경통일교육연구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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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정 2022-04-22 17:11:06
우리는 외래어 사용이 많은데 비해 북한은 순우리말을 많이 사용하고 지켜나가는게 대단하단 생각이 드네요..

허순남 2022-04-22 13:57:49
차마당, 화학빨래 ,운없는 고양이와 꾀많은 생쥐
우리와 같은 이미지 다른 표현이 얼마나 긴 분단의 시간임을 새삼 느낍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시간들이 필요한지 어느 누구도 알수 없겠지요 그러나 이런 공감대와 이질감 극복들이 소통의 벽을 허무는 좋은계기가 되고 통일로 가는길임에 동의합니다

신두균 2022-04-17 23:22:01
민선생님 ㅡ 잘 읽었읍니다 ,한민족으로 떨어져서 지난세월로 언어의 차이를 극복하는것도
작은통일을 이루는 것에 방법으로 생각해 봅니다

정응택 2022-04-16 15:53:47
언어의 중요성과 남과 북이 너무 많이 다른 언어의
표현차이로 같은 민족이 맞았나 할 정도로 너무 생소
하다는 생각 입니다. 만약 통일이 된다면 남.북이 언어가 통일이 되게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느낌이
통일 보다 먼저 생각됩니다.

소미준 2022-04-16 14:05:42
전 오늘 차마당에서 무지 오랫 동안 기다렸는데..ㅠㅠ
갑자기 평양의 차마당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