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규의 심리상담칼럼
한상규의 심리상담칼럼
  • 한상규 교육전문기자
  • 승인 2018.08.11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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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은 나도 몰라 : 코끼리와 사육

오래전 2005년도에 있었던 일로 기억된다.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코끼리 여섯 마리가 철제 담장을 부수고 탈출한 사건이 있었다. 어떤 소리에 코끼리 한 마리가 놀라서 뛰어 오르니 다른 다섯 마리도 등달아 달아나다 음식점 유리창을 부수고 사람이 다치는 등 소동을 있었다. 당시 대공원 관계자는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코끼리가 원래 잘 길들여져 있었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야생 초원 코끼리와 다르게 동물원 코끼리들은 단 한 번도 동물원 울타리를 벗어날 줄 모르고 자랐다. 이 사건은 체념과 무기력에 학습된 동물원 우리안의 코끼리도 한 번 마음만 먹으면 자리를 벅차고 뛰쳐나올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또 다른 코끼리 이야기는 에버랜드에 가면 볼 수 있는 코식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최근까지도 신문과 방송에서 세계적 학술지에 오른 말하는 코끼리 코식이라는 제목으로 흥미 있게 다루어지고 있다. 코식이는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사는 아시아 코끼리인데 좋아.”, “누워.”, “앉아”, “안녕.”, “아니야등 한국어 단어를 정확하게 발음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코식이는 사람의 말을 할 줄 아는 유일한 코끼리로 국내외에서 유명한 세계적인 동물 스타가 된 것이다. 발성기관이 없는 코끼리가 상식적으로 말을 할 수 없지만 마치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정확하게 일곱 개 정도의 단어를 말한다. 올해로 28세인 코식이는 1990년에 어린이대공원에서 태어난 후, 3~4살 무렵에 에버랜드로 와서 지금껏 사랑을 받고 있다. 에버랜드에서 일 년 간 코식이를 연구한 오스트리아의 인지생명학자인 안젤라 스토거 박사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사육사가 코식이의 유일한 친구였던 성장 환경이 코식이가 사람의 말을 할 수 있게 된 배경이 됐을 겁니다.

코식이가 이렇게 짧은 단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된 데는 사육사 김종갑 프로사육사의 애정과 노력이 있었다. 김종갑 프로사육사는 어렸을 때 경북의 한 시골에서 가난한 농사꾼의 집에서 태어나 개와 소를 키우며 자랐다.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갈 형편도 안 되었지만 동물을 돌보고 키우는 일이 재미있었고 잘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가축을 키워보면서 알게 되었다. 당시에는 생소했던 사육사가 되는 꿈을 안고 에버랜드에 고졸 사육사로 입사하게 된다. 초식사파리에 근무하면서 코식이뿐 아니라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16마리 새끼를 낳은 다산왕 기린 장순이길러냈다. 그는 이제 세계 최고의 사육사가 되는 것이 꿈을 이루었다.

그의 첫 시작은 시골의 가난한 농사꾼의 자식인데다 농고를 졸업하고 남들 다 가는 대학도 못가 본 불행한 인생에 지나지 않았다. 즉 그는 가난이라는 매인 쇠사슬을 학습한 코끼리 신세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가난해서 학원 한번 못가보고 대학도 다니지 못한 것에 대해 신세한탄하지 않았다. 오히려 틈틈이 농사일을 거들고 가축에게 풀을 먹이면서 흥미를 느끼고 자신의 재능을 찾았다. 농고시절 남들은 늦잠을 자는데 새벽 5시에 일어나 젖소에게 사료를 먹이고 우유를 짜는 등 부지런하게 노력했다. 에버랜드 사파리에 근무할 때는 동물들과 가장 친해지는 법은 동물들과 같이 자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침낭을 들고 하루는 코끼리, 하루는 기린 축사에서 자는 일을 사년씩이나 반복하면서 다산왕 장순이’, 말하는 코끼리 코식이를 길러내는 기적의 주인공이자 에버랜드 스타 사육사가 된 것이다.

우리는 가난이라는 쇠사슬을 끊고 자신의 인생을 개척한 김종갑 프로사육사에게서 사람에게는 어떤 힘든 상황에 있더라도 충분히 지금보다 더 잘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배운다. 자신에게 마음만 먹으면 동물원 울타리도 박차고 나갈 수 있는 큰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서울어린이대공원의 코끼리도 보았다. 더 이상 무기력할 필요가 없을 만큼 내안에 무한한 잠재능력이 있음을 인정하자. 또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지만 끊임없는 노력만으로도 사람처럼 말하는 코식이까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니 코끼리와는 비교조차 할 필요가 없는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가장 발달한 두뇌를 가진 존재가 누구일까? 우리 인간에게 불가능을 한계 지을 필요조차 없다는 말이다. 이제 우리의 가능성을 묶고 있는 한계라는 쇠사슬을 과감히 끊어버리자. 그러면 우리 인생을 무력하게 옥죄어 왔던 운명의 쇠사슬을 단번에 벗어낼 수 있는 일이 생기지 않겠는가!

 

 

*한상규 교육전문기자는 영남대학교 심리학과와 동대학원에서 심리학박사(Ph.D. Cand) 및 한일장신대학교 심리치료학박사(Ph.D. in Psychotherapy)를 취득하였다. 현재 영남이공대학교에 출강하고 있으며, 한국청소년상담학회 중독예방학회장을 맡고 있다. 또한 상담 및 심리치료 전문기관인 오너스심리연구소 대표로 있으며 심리학적 심리치료전문가(중독심리·정신분석·인지행동치료·청소년상담·심리검사)로서 심리치료를 비롯해 강연 및 칼럼리스트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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