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 왜 고용 절벽에 처했나
노동자들, 왜 고용 절벽에 처했나
  • 금보리 논설위원
  • 승인 2018.08.2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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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용 절벽, 정책이 문제다
문 정부 경제정책, 무능과 오류 남발
민주주의의 계율인 자치 산업현장에선 무시당해
전두환도 획일성으로 패망... 획일성이 심하면 전체주의로

 지난 대선에서 모든 정당 후보들이 고용증대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도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다.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걸고 문대통령이 진두지휘할 정도로 일자리에 다 걸었다. 결과는 암담하다. 고용절벽에 비견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997년 한국 등 아시아 외환위기, 2008미국 금융위기와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해 경제 공황이 오는 경우를 제이하고는 이례적이다. 그 원인은 무엇인가. 정부 정책이 문제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일자리 정책 로드맵’을 발표했다. 고용을 늘리고, 소득도 높이겠다는 게 골격이다.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81만 개 늘리고, 민간부문의 비정규직 남용을 방지하고 근로여건을 개선하는 방안 등을 담았다. 사실상 모든 일자리의 정규직화에 방점을 뒀다. 이른바 ‘정규직은 좋은 고용이고, 비정규직은 나쁜 고용’이라는 시각이다.

여러 회사에 협력업체 직원을 본사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라는 고용노동부의 명령이 내려갔다. 무리한 법 해석 논란이 있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수만 명이 정규직이 됐다. 고용은 일시적으로 안정됐지만 전체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난 건 아니었다. 정부의 근로자우선정책을 감지한 기업은 정규직은 물론 비정규직 채용문마저 걸어 잠갔다. 제조업 취업자가 12만7000명 감소했다. 모 대기업 인사담당 임원은 “기업의 채용 자율성과 절차가 무시되고 느닷없이 정부발 고용폭탄이 쏟아지는 상황에선 신규채용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공부문은 더 하다. 예산에 맞춰 운영되는 공공부문의 특성상 고용 창출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껏해야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식이었다. 고용 형태를 바꾸는 것일 뿐 일자리를 새로 만드는 건 아니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론형 정책 남발이 근본 문제다. ‘소득주도 성장론’의 큰 틀 아래 최저임금정책이 대표적이다. 근로자 임금 상승으로 소득을 늘리는 데에는 반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어떻게 임금 인상을 하느냐가 문제인데... 상승속도 상승지역의 일률성이 패착의 원인이다. 업종과 업체마다 다른 곳이 고용구조인데 이걸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한다는 게 실패가 예견됐다. 획일성 전체주의 국가, 과잉 정부, 비대정부의 역할이다. 히틀러, 스탈린, 모택동, 전두환도 획일성으로 망했다. 획일성이 심하면 전체주의로 민주주의의 적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고용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문제 제기가 학계와 경영계, 심지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같은 국제기구에서도 나왔다. 그러나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며 버텼다. 그것도 유리한 통계자료만 짜깁기했다는 논란을 자초하면서다.

그러는 동안 최저임금 인상에 강타를 맞은 자영업자들은 근로자를 내보내고 직접 일할 수밖에 없다. 아니면 문을 닫던지. 사업시설관리·임대서비스업(-10만1000명)과 교육서비스업(-7만8000명) 등 최저임금의 영향을 직접 받는 업종에서 일자리가 사라졌다. 음식점업 폐업신고는 16만6571건에 달하는 등 자영업자 폐업률은 90%에 이른다. 이런 업종에는 주로 저소득층이 일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근로자 우대 정책이 취약계층의 돈 벌 구멍을 틀어막은 셈이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5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주5일제가 시행된 이후 연간 근로시간은 10.3% 줄었지만 고용률은 0.6%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현대차는 2013년 심야근로를 없앴지만 고용은 늘지 않았다.

자치가 민주주의의 계율이다. 그러나 이 정부는 산업현장의 자율성을 무시했다. 근로자가 더 일하겠다고 해도 주52시간을 넘기면 처벌하는 방식으로다. 미국에선 지난해 정규직 근로자 가운데 50시간 이상 일한 사람이 49%였다. 이 가운데 60시간 넘게 일한 근로자는 22%, 70시간 이상도 9%에 달했다. 그런데도 연간 근로시간은 우리보다 적다.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어서다. 한데 우리 정부는 유연근로제에 대해 “근로시간 단축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며 부정적이다. 덩달아 유연한 노동시장을 만들기 위한 노동개혁은 금기어가 된 지 오래다.

김종호 호서대 법학과 교수는 “요즘 문재인정부의 정책을 보니 분통이 터질 지경”이라며 “좌파 이데올로기에만 집착하는것은 망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문 정부는 잘하는 것도 많다. 하지만 경제정책에는 무능과 오류를 남발하고 있다. 좌파든 우파든 그 이념에 과도하게 경직되어 전체를 볼 줄 모르면 실패한다. 시장에 대한 ‘보이지 않는 손’이 경제를 굴러가게 한다. 다만 굴러가는 과정에서 강자의 이익 독점이 심하면 ‘보이는 손’으로 정책 개입에 나서야 한다. 시장과 정부의 조화와 유연하고 신중한 정책만이 정치의 성공에 접근하는 길이다.

※금보리 논설위원은 언론사에서 정치,경제,사회,문화기자를 두루 거치고 데스크 편집장 편집국장 논설위원으로 일했다. 정치학(학사,석사), 경제학(박사수료), 법학(헌법학박사)을 전공했으며 경북대 영남대 안동대 경남도립대 등에 출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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