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5~6세기 석곽묘에서 가야 건국설화 그림이 새겨진 토제방울 나와
고령 5~6세기 석곽묘에서 가야 건국설화 그림이 새겨진 토제방울 나와
  • 이상문 기자
  • 승인 2019.03.21 08: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대 대가야국의 중심지인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사적 제79호) 내 소형 석곽묘(石槨墓·돌덧널무덤)에서 가야 건국설화 그림이 새겨진 토제방울이 나왔다. 가야사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로 오는 2021년 세계문화유산 등재에도 유리해졌다는 평가다.

 

문화재청은 (재)대동문화재연구원이 발굴조사 중인 고령 지산동 고분군에서 가야 시조가 탄생하는 '난생(卵生) 신화' 장면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이는 그림 6종이 새겨진 직경 5㎝가량의 토제방울 1점이 발굴됐다고 20일 밝혔다.

문헌으로만 전하던 고대 건국설화를 시각화한 유물이 발견되기는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토제방울에는 선으로 그어진 그림 6개가 있다. 선은 가늘고 깊지 않아 육안으로는 식별이 어렵고, 현미경으로 봐야 확인이 가능하다. 

연구원은 토제방울 그림이 '삼국유사' 가락국기(駕洛國記)에 나오는 수로왕 건국설화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토제방울 그림은 설화에 등장하는 구지봉 혹은 산봉우리로 짐작되는 남성 성기와 거북 등껍데기, 관을 쓴 남자, 춤을 추는 여자, 하늘을 우러러보는 사람, 하늘에서 줄에 매달려 내려오는 자루 등을 표현했다. 

 지산동 고분군 조사에서는 5세기 말부터 6세기 초 사이에 만든 소형 석곽묘 10기와 석실묘(石室墓·돌방무덤) 1기가 나왔다.

 

배성혁 대동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실장은 "가락국기에 실린 난생(卵生) 설화는 가야 지역 건국신화에 공통으로 나오는 핵심 요소일 가능성이 크다. 방울을 만든 대가야 장인은 대가야 시조 탄생설화를 보여주고자 그림을 그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덤에는 토제방울 외에도 소형 토기 6점, 쇠낫 1점, 화살촉 3점, 곡옥 1점, 두개골 조각과 치아가 출토됐다. 무덤의 주인은 신장 1m가량의 4, 5세 어린아이로 추정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