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예술발전소 3층에는 길에 대해 이런 글이 있다. 길은, 방법이기도/목적이기도 하고/과정이기도 하며/여행이라고도/인생이라고도 말하며/문화예술도 길이다........
통일로 가는 길도 이러하리라. 길을 만드는 것은 우리가 통일로 가는 하나의 방법이고 과정일 수 있다. 그 길을 새로 만들 수도 있고. 이미 있는 길일 수도 있다.
그럼 통일의 길은 어떤 길일까? 우리가 새로 개척해야 하는 길일까? 아니면 길은 있지만 다닐 수 없는 길일까? 통일로 가는 길은 있지만 다닐 수 없는 길이다. 분단으로 인해 가로막힌 길이다. 다시 말하면 통일의 길은 남북을 연결하는 도로와 철도다. 이 도로와 철도는 지금 끊어져 있다. 이 길이 열려 남북이 왕래만 한다면, 아니 그 길을 지나다니기만 해도 통일은 우리 가까이에 있게 된다.
물론 통일은 정치, 문화, 경제 등이 하나가 되는 단일체제가 가장 이상적이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통일은 단일체제로 가야 한다. 단일체제로 가는 과정에 우리는 부문별 통일도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길의 연결이다. 남북 간의 길의 연결은 통일로 가는 과정인 동시에 부문 통일이다. 길의 연결은 통일과 관련된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경제 부문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철도와 도로의 연결은 남북 모두가 경제적 이익을 가져오고 동시에 다른 영역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
남북도로나 철도의 연결 시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재인정부의 경우는 신북방정책을 내세우면서 한반도신경제지도를 발표했다. 이 내용을 보면 도로나 철도가 연결되었을 경우 남북 모두에게 미치는 경제적 효과가 매우 크다. 남한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고 북한은 경제위기를 탈출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우선, 경의선과 동해선이 이어지면 중국횡단철도, 시베리아횡단철도 등을 통해 유럽까지 이어진다. 환동해경제벨트, 환서해경제벨트가 형성된다. 환동해경제벨트는 부산·울산, 원산, 청진·나선, 러시아를 연결해 관광·자원·에너지벨트를 개발하는 계획이며, 환서해경제벨트는 수도권, 개성·해주, 평양·남포, 신의주, 중국을 연결해 산업·물류·교통을 개발해 남·북·중 경제협력 지대를 건설, 동북아 성장 시대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또 도로가 이어질 경우, 이 또한 마찬가지다. 북한을 경유해서 유럽까지 연결된다.
그러면 이러한 도로가 연결되면 실제로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도로나 철도가 연결되면 중국이나 몽골,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을 지나 유럽으로까지 연결되어 남한의 경제는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다. 철도는 항로에 비해 경제성이 높다. 우선 항로는 유럽까지 1만2,700km데 철도를 이용하면 약 8,000Km다. 길이가 37% 정도 줄어든다. 시간으로 따져보면 배로 가면 14일이 걸리는데 길이 열리면 42% 단축으로 8일 정도가 걸려, 제품 원가의 절약으로 경쟁력이 월등하게 높아진다. 도로가 뚫렸을 때 효과는 1년에 물류 통관 비용만으로 획득하는 것이 3조5천억 원으로 추산된다.
남한만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IBK기업은행연구소는 남북 간에 길이 열려 남북교류협력이 이루어질 경우 2014년 기준으로 해서 6년 뒤인 2030년에 북한의 1인당 GDP는 5,000달러로 예측했다. 연평균 30만 명의 새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한다.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남북의 도로와 철로 연결은 경제성을 넘어서 통일로의 다가가는 길이 될 수도 있다. 길을 통해 소통하고 교류가 이루어진다면 통일로 나아갈 수 있는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북한의 길의 연결은 통일로 나아갈 수 있는 길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박남숙(통일시민대학연합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