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경호텔 속에 담겨진 북한 사회주의
류경호텔 속에 담겨진 북한 사회주의
  • 문장순
  • 승인 2022.04.19 21:26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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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면 아마도 주체사상탑, 인민대학습당, 평양개선문, 류경호텔 등을 꼽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건축물은 한 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요소가 반영되는 시대적 산물이다. 그래서 그 건축물을 통해서 건축된 시대상을 읽을 수 있다. 북한 건축물 중 자주 회자되는 것은 류경호텔이다. 북한에서 가장 높은 105층 건물, 착공 후 중단된 역사가 가장 오래된 건물, 세계 최악의 건물, 북한 피라미드 등 여러 가지 수식어가 따라 붙는 세간의 관심과 문젯거리를 함께 가지는 것이 류경호텔이다.

왜 이렇게 류경호텔이 많은 이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까? 그것은 류경호텔의 건축 계획에서부터 내재된 문제였다. 우선 건축 자체가 남북경쟁이라는 상황 속에 시작되었다. 당연히 남한보다 더 높게, 더 화려하고 웅장한 건축물로 만들고자 했다.

1980년대는 남북의 체제경쟁이 남한으로 기울기 시작한 때였다. 당시 남한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63빌딩은 1980년에 착공되어 1985년에 완공을 앞둔 시기였다. 북한 역시 류경호텔을 1989년에 열릴 세계청년학생축전에 맞추어 건축물을 완공하려는 목표로 추진되었다. 이러한 류경호텔은 몇차례 우여곡절을 겪다가 2018년 들어와서 겨우 건물에 조명이 들어오게 된다. 겉보기는 화려한 모습이나, 건물 내부는 아직 사용할 수 없다. 그야말로 무용지물이고 애물단지이다.

건축물은 그 시대의 특징을 함축적으로 드러내는 문화이자 예술물이다. 초기 북한 건축은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에 기반 하였다. , 구소련과 중국의 건축양식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주체사상이 점차 정립되어 가면서 주체건축이 강조되었다. 내용은 사회주의적인 것이며, 형식은 민족적인 것으로 건축하는 것이 바로 그 요체다.

이러한 주체건축의 양식은 1960년대 이후에 많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경우가 인민대학습당, 인민문화궁전, 평양대극장, 옥류관 등이 있다. 이러한 주체건축은 1980년대에 들어와서 보다 높고, 크고, 웅장한 모습으로 건축하여 사회주의의 위대함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류경호텔도 바로 이러한 흐름 속에서 건축하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에 주체사상탑, 평양개선문, 51일경기장 등이 건축되었다. 이 대부분의 건축물의 규모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평양시내의 랜드마크이자 중요 관광지인 주체사상탑은 세계 최고 높은 탑에 속한다. 평양개선문은 파리 에투알 개선문보다 높고 큰 세계 최대의 규모이며, 51일경기장은 관람석수를 따지면 세계 3위 수준이다. 평양고려호텔도 외국인 방문객의 숙소로 활용되는 평양의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류경호텔 역시 설립 당시 세계 최고의 고층건물로 건축하고자 했다. 그러나 류경호텔은 아직 완성된 건축물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을 대표할 수 있는 건축물들을 경제적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한 것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북한의 위상을 보여주기 위한 류경호텔이 지금은 오히려 북한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처음부터 경제적 위기가 과중되고 있는 시점에 거대한 자본을 투자해서 업적을 치장하고자 했던 발상 자체가 무리였다. 체제를 선전하려던 최고의 건축물이 체제의 모순을 증명하는 유물로 전락한 류경호텔은 현 북한 사회주의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그래도 북한 경제가 회복되어 류경호텔이 북한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건축물로 재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소미준(대경통일교육연구회 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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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정 2022-04-22 17:08:45
류경이라는 호텔이 있는지 기사를 보고 알았네요.. 어서 통일이 되어 한번 가봤으면 좋겠습니다

소미준 2022-04-22 14:03:11
옛날에 평양에는 버드나무가 많아서 류경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참 이쁜 이름이지요^^~~~

허순남 2022-04-22 12:19:13
어쩌다 한번씩 북한관련 소식을 접할때면 우뚝솟은 건물이며 아파트를 보게됩니다 그냥 그런가보다 여사로 넘겼는데 체제 선전과 위상을 올리는것이었다는 그런 속내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꼭 통일을 염두에 두지않더라도 진심으로 서로를 대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는 생각을 이글을 통해 절실히 느낍니다

정응택 2022-04-20 09:58:10
북한의 류경호텔은 북한체제선전을 위하여 경제 상황은 계획없이 시작하고 보는 전통적 건축방식인 것같다. 남.북한의 경제교류가 다시 시작된다면 북한의
경제 사정이 좋아진다면 류경호텔의 완공이 될 것을
기대하며

소미준 2022-04-20 09:35:09
하루빨리 통일이 되어서 직접 가보고싶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