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동화를 읽어 본 적이 있나요?
북한 동화를 읽어 본 적이 있나요?
  • 문장순
  • 승인 2022.04.22 10:53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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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다가갈 수 있는 또 하나의 끈, '동화'

동화는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할까? 말 그대로 동화는 어린이들을 위한 이야기다. 동화는 어린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꿈과 희망을 주기도 한다. 더 나아가서 그들이 생각하고 행동해야할 교훈을 담고 있다. 그래서 동화는 그 사회가 지향하고자 하는 방향이 드러난다. 동화를 통해 우리는 그 사회가 어린이들에게 어떤 꿈을 주고 희망을 주는지 볼 수 있다. 곧 동화는 어린이들의 미래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남과 북으로 나뉘어 살아온 지 70여년 이란 시간이 흐르고 있다. 그동안 남북의 동화의 내용이 얼마나 변했을까. 공통점이 있을까 아니면 아예 다른 내용으로 이야기를 전개 시키고 있을까. 이런 궁금증은 평상시 동화를 활용한 통일 수업을 하다 생겼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초등학생에게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런저런 동화책을 보다가 갑자기 북한 동화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것이다. 당연히 선입견이 있었다. 정치, 사회분야가 이렇게 많이 변했는데 북한의 동화도 역시 변했을 꺼야 라는 선입견이었다.

어린시절 만화 속에 등장하는 북한인물들은 불여우나 탐욕스러운 돼지등으로 표현되었다. 조금은 과장되고 자극적인 등장 인물들이 나타날 것이고 사상교육도 담겨있을 것이고 우리와는 분명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북한 동화를 보면서 내가 편견에 사로잡힌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점차 들기 시작했다.

김형운 북한 작가의 호박속에서 자란 토끼라는 작품을 한번 보자. 어미 토끼가 새끼를 열두 마리 낳았다. 이름을 첫째, 둘째, 셋째,......라고 붙여주었다. 어느 날 솔개를 피해 달아나다 넷째 토끼를 호박줄기 밑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를 지켜보던 호박 아주머니는 넷째를 불쌍히 여겨 보살펴 주었고 토끼는 호박 속으로 들어가 꿀젖을 먹으며 자랐다. 넷째가 커감에 따라 호박도 점점 크고 통통해졌다. 이를 견디지 못한 호박 아주머니는 호박순도 잘라내고 아기 호박도 떨구며 넷째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호박 잎과 줄기는 점점 말라갔다. 넷째가 들어있는 호박은 점점 커졌다. 바람이 세지자 호박아주머니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 호박을 안은 채 땅에 넘어졌다. 지나가던 멧돼지가 좋아라 하며 호박을 주워 달아났다. 멧돼지가 앞발로 호박을 내리치자 그안에서 넷째가 나왔다. 바깥세상에 나오게 된 넷째는 배고픔에 헤매다 엄마와 형제들을 만나게 된다. 뒤늦게 호박 아주머니를 찾아갔지만 이미 아주머니는 세상을 떠난 뒤였다. 토기는 슬퍼하며 호박 아주머니가 남기고 간 호박씨앗을 심었지만, 아주머니를 만날 수는 없었다. 넷째는 효도해야 할 순간을 놓쳤다고 울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좀 장황하게 이야기를 늘어놓았지만, 이 동화는 토끼를 통해 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처럼 북한의 동화는 권선징악과 관련한 교훈적인 요소가 많다. 여기다가 북한동화는 순수한 우리말, 의태어, 의성어 등을 많이 사용한다. 그래서인지 북한동화는 생각보다 술술 읽혀졌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형식의 내용이어서 더 그렇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내가 접한 북한동화들은 익숙한 우리의 동화를 읽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북한동화라는 사전지식이 없었다면 우리나라 동화로 알고 지나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북한의 동화 중 사상성이나 우상화를 담은 책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북한동화들이 아직 우리의 전통적인 사회문화를 담고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된다.

남과 북이 우리의 전통문화가 담겨진 동화 정도는 서로 공유할 수 있는 부문이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동화가 남북이 다가갈 수 있는 또 하나의 끈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남북동화 속에서 나타난 공유점을 찾아서 통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 또한 통일로 가는 길일 것이다.

박희정(대경통일교육연구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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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관열 2022-04-24 23:06:58
칼럼 잘 읽었습니다 선생님
동화를 널리교류하여 통일을 이루는데 초석이 될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응택 2022-04-24 01:43:45
박희정 선생님의 유치원생이나 저학년 학생들에게
동화책으로 교육하는 모습이 생각이 납니다.
동화를 통하여 남.북한간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는데
공감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소미준 2022-04-22 21:13:16
역시 남한과 북한의 같은 정서를 가진 하나의 민족입니다. 감동입니다~~~~
네째 토끼 덕분에 효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합니다.

신두균 2022-04-22 13:18:45
박희정 선생님 ㅡ내용 잘 읽었읍니다ㅡ
수고가 많았읍니다ㅡ

허순남 2022-04-22 11:28:58
통일이 멀리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 글을 통해 가까이 갈 수 있고 편견 없이 다가갈수 있는 용기가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