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갈길 먼 북한 여성의 위상
아직도 갈길 먼 북한 여성의 위상
  • 문장순
  • 승인 2022.05.04 09: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賢母良妻! 이것이 여성의 꿈이기도 한 시절이 오래지 않다.

어느 탈북남자는 인터뷰에서 결혼하면 남자에게 배급을 두 배로 줘서 가부장제가 유지될 수 있었다고 우스게소리 처럼 말하는 것을 들었다. 북한 가정에서 남편은 절대적 영향을 지닌 세대주라는 의미다. 북한에서 세대주는 가정을 대표하고 배급도 세대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고난의 행군 이후 장마당 세대가 등장하면서 가정에서 세대주의 영향력은 퇴색되고 있다. 오히려 지금은 세대 주가 여자인 것 같다.‘라는 말까지 나올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김정은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세대주의 위상은 무의미 해 지고 있다.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여성들이 직접 가정경제의 주체로 등장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그 중에서 북한 여성들의 전문직업 종사자가 증가하면서 세대주의 의미를 더욱 약화 시키고 있다. 여성이 의사, 처녀 대의원, 궤도전차 운전자, 전투기 조종사, 율동 운동보급원(에어로빅강사), 평양시민 보안국 교통지휘대 교통보안원, 여자 축구선수 등 다양한 분야로 역할 영역을 넓혀가며 여성의 직업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사실, 북한 여성에 대한 지위 향상은 해방 직후부터 시작되었다. 북한은 이미 1946'남녀평등권법령'을 제정 공포했다. 이 법에는 봉건사회의 첩 제도를 없앴고, 토지 개혁으로 지주와 일본이 남기고 간 토지를 몰수해 4인 가족에 약 1.8정보를 무상으로 분배해주며, 여성도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해방 직후 우리나라 여성들이 이름조차 가지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이 법은 파격적인 것이었다. 이렇게 출발한 북한 여성의 위상은 그야말로 형식적이었다. 1970년대 이후 북한 사회가 가부장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여성은 전통적인 여성상으로 다시 변화하기 시작했다. 부모를 잘 모시고, 남편과 자식을 혁명가를 만드는 것이 북한 여성의 삶의 일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야말로 남녀평등권법령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북한 기록영화태양의 품속에서 꽃들은 만발한다.‘ 조선녀성에서는 봉건적인 생활방식을 버리고 남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억세게 투쟁하는 여성의 모습을 치켜세우지만, 현실 가정생활에서 세대주인 남편에게 예속되어 수동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이런 여성들이 1990년대 중반 경제난 이후 장마당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실업상태임에도 여성은 장마당에서 장사를 배우면서 자본주의를 체득했다. 이런 상황에 발맞추어 김정은도 여성의 직업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북한 여성들은 개인의 능력을 발휘하기보다는 북한 당국의 체제 선전을 위한 곳에 동원되고, 가정에 돌아오면 봉건주의 잔재는 남아있으며 가정경제까지 책임져야만 하는 고단한 삶을 지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여성들은 결혼에 적극적이지 않고, 결혼을 했더라도 출산에 관심이 줄어들었다. 남한 여성들의 결혼과 출산 기피 현상이 북한에도 나타나고 있다.

결국, 북한 여성들이 어느 정도 전문직으로 진출하는 경향을 보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매우 피상적이고 대부분의 여성은 가정생활에서 부부가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외형상 남녀평등을 외치고 있지만, 현실은 아직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는 남한도 유사한 현상이다. 물론 남한과 질적인 차이는 있지만, 남북한이 남녀평등에 대해서 겪고 있는 공통적인 점도 있다.

한 사회에서 남녀평등의 정도는 그 사회의 성숙도를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라 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의 남녀평등이 생활 속에서도 실천적으로 구현될 수 있다면 통일의 가능성 또한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남숙(통일시민대학연합회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