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 밭에 뛰어든 임미애의 실험?
자갈 밭에 뛰어든 임미애의 실험?
  • 김정모
  • 승인 2022.05.11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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梨大女로 하방해 농삿일을 척척 해내는 억척 농부
고운 손이 의성들판에서 화장품이 아니라 흙으로 분칠
경제학도가 땀 냄새 나는 질박한 농기구 든 농부로...

오는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눈에 띄는 제1야당 정당 공천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이 경북도지사 후보 공천발표에서 지방에서 활동한 임미애(林美愛) 경북도의원을 내세운 것이다. 정당이 선거에서 후보를 공천하는 것은 데모크라시(민주정)에서 그 의미가 아주 중요하다. 대부분 정당들의 공천을 보면 그렇지 않았다. 민주정이 퇴보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런 점에서 경북 의성에서 농부 출신인 임 의원을 공천한 것은 정치판에 가뭄에 단비 한줌 온 것 같다고 해도 될법한 역작이다. 

임미애 경상북도 지사 후보
임미애 경상북도 지사 후보

 

 임미애는 이화여대 경제학과를 나온 86세대 학생운동권 출신이지만 좀 결이 다르다. 대부분 86세대 학생운동권들이 정치인의 선거운동꾼으로 출발해 금뱃지를 몇 번 달고 장관도 했다. 인생에서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직업이 없었다. 그 직업 전선에서 이상을 피우다가 정계로 가도 가야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다른 길을 걸었다. 이대 총학생회장 출신이니 그들과 같은 길을 걸었다면 의원에 장관으로 출세했을 지도 모른다. 버리고 농촌으로 들어간 것이다.

 임미애는 백두대간 소백산맥을 넘어 경북의 지리적 중심지인 의성으로 내려가 농부가 됐다. 농사를 짓고 소를 키워 먹고 살았다. 젊은 여성 농부가 대학을 나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공부를 가르쳐 달라는 사람이 늘어나자 의성읍내에 학원을 열었다. 수학을 가르쳤다. 낮에 농사짓고 소키우고 밤에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1인2역으로 잠 잘 시간도 부족했다고 한다.

그가 여기에서 어떻게 일하고 동네사람들과 지냈는지는 이 지역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 그러니 군민들이 가만 놔둘리 만무하다. 군의원 출마 권유로 2006년에 의성군의원에 당선되고 재선을 거쳐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당적으로 이례적으로 경북도의원에 당선됐다. 대구 구미 포항 등 도시지역에 민주당 당선이 있었으나 도내 군지역에서는 그가 유일했다.

물론 농사는 혼자 한게 아니고 여는 농가처럼 남편과 같이 한다. 이 여장부 여농부를 외조하는 남편 김현권도 나중에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됐다. 대구 언론계도 그를 주목해왔다. 그가 이대녀(梨大女)로 하방해 농촌에 왔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힘든 농삿일을 진짜로 해내는 억척 농부를 잘 견뎌냈다고 하는 점이다. 여느 아줌마처럼 수건을 머리에 매고 논두렁, 밭두렁, 골목, 텃밭 가리지 않고 다니느라 서울 장안에서 피부미인이라 불린 그의 얼굴은 까무잡잡하고 고운 손이 아모레화장품이 아니라 흙먼지로 분칠을 한다. 경제학도로 무거운 천하의 경세제민 담론도 없었고 오직 호미 한 자루 든 땀 냄새 나는 질박한 농부였을 뿐이다.

지난 3월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86세대 대표정치인 김영춘 전의원이 정치를 마감하면서 "거대담론의 시대는 가고 생활 정치의 시대가 왔다. 86세대가 기득권화하고 세상 변화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고백해 한국 정계에 가슴 먹먹한 한줄 문장이 된 바 있는데, 임미애는 젊을 때부터 현장에 뒹굴고 정치를 풀뿌리에서부터 했다. 그는 도의원으로서 도정을 제대로 견제하고 무지랭이 민의를 대표할 줄 아는 유별난 지방의원이다. 안동 출신에 경주 이씨를 내세웟지만 도민들은 대선 때 처음 나타난 사람으로 보여 미미하게 득표하는데 그친 이재명과도 다르다.

86세대 정계 용퇴론이 나온다. 그들이 이룩해놓은 것은 뱃지 선수 숫자밖에 없고, 도덕성마저 잃었다. 사회 직업전선에서 제몫을 능력도 있고 도덕성을 다져진 진흙밭에 뒹굴고 있는 진짜 86세대가 도처에 숨어있다. 가짜 86은 가고 진짜 86으로 교체해야한다.

임미애 후보에겐 미안하지만 당선가능성은 극히 미미하다. 여태까지 안하고 있다가 대선에 패배하고 이른바 ‘검수완박’이라는 법률안을 밀어붙이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어느 민주시민이 환영하겠나. 더구나 전국 시도 중 최악의 지지율을 보이는 곳이 경북이다. 국민의힘 후보가 전남도지사에 출마해도 마찬가지. 

자갈밭에 던져진 임미애후보의 이번 경북도지사 선거는 당선보다는 정치실험으로 역사는 주목한다.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뿐만아니라 여야 정당정치가 환골탈태하는 신호탄이 된다면 그것 만해도 국민은 즐겁기 때문이다.

*글쓴이 김정모 법학 박사는 신문사에서 데스크 청와대출입기자(박근혜 문재인정부) 논설위원을 지내며 공중파 방송 시사프로 패널을 했다. 중소기업 CEO를 거쳐 경북대학교에서 강사 계약직교수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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