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자본주의'의 극치, 우크라이나전쟁
'재난 자본주의'의 극치, 우크라이나전쟁
  • 대구경제
  • 승인 2022.05.19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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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허더슨 미주리대 명예 연구교수, 미국은 전쟁을 통해 세계경제에 대한 지배권 지속을 추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생한 이 전쟁은 단순히 군사적 충돌에 그치지 않는다. 당장 한국 등 동아시아의 미국 우방을 포함한 서구의 경제 재제는 전 세계에 파급 효과를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와 교역을 끊고 값이 뛴 원자재와 식량을 사들일 수 있는 '부자 국가'와 그렇지 못한 '가난한 국가'는 이 세계 경제 충격파를 감내하는 데 있어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즉, 이 전쟁 최악의 피해자는 가난한 나라들이다. 우크라이나의 농업 붕괴는 연쇄 반응으로 남미의 곡물가를 상승시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아프리카 빈국의 식량난은 가중되고 있다.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망의 붕괴는 미국 등 다른 자원 부국에 대한 의존도 심화로 나타난다.

미국의 진보적 경제학자 마이클 허드슨(미주리대 명예 연구교수) 교수는 이런 상황들에 주목하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즉 러시아와 서방간의 대결은 결국 미국의 경제 패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양극화 뿐 아니라 선진국 내부에서도 양극화는 가속될 것이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은 노동자들의 삶을 짓누를 것이다.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과 러시아의 대결은 결국 전 세계적 신자유주의 심화·확장으로 귀결될 것이다. 

이는 '재난 자본주의'가  전형적인 모습이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재난 속에서 자본과 공권력은 취약해진 경제 시스템을 공략하며 산업을 자신들에 유리하게 재구성한다. 자본에겐 재난이 '새로운 사업의 기회'가 되지만, 노동자와 빈국의 시민들은 그 앞에 속수무책이다.  

불안정하게나마 유지되던 글로벌 세력 균형은 이미 붕괴하고 있다. 미국은 패권을 강화하기 위해 고삐를 죄고, 러시아는 고립을 자청하는 '자충수'를 두고 있다. 서방의 동쪽 끝이자 동방의 서쪽 끝에서 벌어진 전쟁이 뿜어낸 정치·경제적 자장 속에 중국과 일본, 한국과 북한 등 동아시아 국가들 역시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위험한 선택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중이다.

다음은 마이클 허드슨 교수의 홈페이지(michael-hudson.com)에 지난 5월 3일 실린 "우크라이나 4단계 작전(Ukraine 4 Steps On)" 일부 내용이다. 미국의 코미디언이자 극작가, 정치평론가인 케이티 할퍼(KATIE HALPER)와 <네이션紙>, <데모크러시 나우> 등에서 활동한 캐나다의 진보적 저널리스트 아론 마테(AARON MATÉ)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유스풀 이디어츠(Useful Idiots)>와의 인터뷰 내용을 마이클 허드슨 교수가 발췌해 올린 내용이다.편집자



질문 : 우크라이나전쟁 배후의 경제적 논리에 대해 설명해 달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더 정확하게는 러시아와 미국 간 이번 전쟁의 경제적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허드슨 : 어느 편에서 전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러시아 입장에서 경제적 요인은 주요한 것이 아니다. 러시아는 그동안 나토의 동진으로 위협받아 왔고, 이에 대한 자구책으로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러시아계 지역을 장악하려 한다. 러시아의 속셈은 군사적인 것이다. 반면 서방의 계산은 전혀 다르다.

이번 전쟁의 경제적 결과에 대해서 말하자면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의 대폭 상승, 식량의 생산 감소와 가격의 대폭 상승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대부분은-이른바 Global South-외채를 상환하지 못할 것이다. 상환 불능을 선언하거나 부채 탕감을 받아야 한다.

앞으로 각 나라들은 선택의 기로에 직면할 것이다. 에너지 없이 버틸 것인가, 아니면 외채의 노예로 전락할 것인가. 지난 150년간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GDP 성장의 핵심 요인이었다. 모든 통계자료가 증명한다. 에너지 소비가 GDP 성장과 개인 소득의 증대를 가져온다는 것을.

자, 이제 급등한 에너지 가격을 지불할 수 없는 나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연준 이사장을 지냈고 바이든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맡고 있는 재닛 옐런은 ‘우리가 하려는 일은 IMF를 이용해 미국의 단일 패권(unipolar hegemony)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정확한 인용은 아니지만 대충 이런 취지의 발언이었다. 미국은 세계에 대한 지배를 계속 유지할 것이며, 이를 위해 IMF를 이용할 것이란 얘기다.

더 풀어서 얘기한다면 미국 주도로 일종의 공짜 돈인 IMF 특별인출권(SDR)을 창출해 그 대부분을 미국의 해외 군사 활동 자금으로 활용한다(예컨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등). 나아가 외채 위기에 몰린 나라들에게 ‘외채 위기를 벗어날 수 있도록, 에너지와 식량을 구할 수 있도록 도와줄게. 단 조건이 있어’라고 통고한다. 그 조건이란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반노동 법률을 제정하며, 국가 공공시설을 해외 민간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것이다.

즉 나토의 러시아에 대한 전쟁으로 야기된 에너지 및 식량 위기는 각국 국가 기반시설의 민영화를 위한 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주로 미국 투자가 및 금융기관에게 매각될 것이다), 위기에 처한 국가들을(남반구 국가들과 특히 유럽) 미국의 영향권 안에 확실하게 묶어두는 계기가 될 것이다.

유럽과 유로화가 그 희생자가 될 것은 분명하다. 전쟁 이후 유로화 가치는 매일매일 추락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유럽이 러시아 및 아시아 대부분의 수출 시장을 잃었으며, 국내 시장마저 축소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에너지 수입 가격의 급등 때문이다. 유럽은 값비싼 미국의 액화천연가스(현재 사용 중인 러시아 천연가스 가격의 3-7배) 수입을 위한 항만 시설 건설에 30억 달러를 지출하기로 했다. 가스 가격이 급등하면 농작물 재배에 필요한 비료 생산에도 큰 차질이 생긴다. 어쨌든 유로화는 추락하고 있다.

현재 가치가 가장 많이 하락한 통화는 일본 엔화다. 일본은 에너지 전량, 식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반면, 자국의 금융 부문을 지원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금리를 매우 낮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일본도 이번 전쟁의 가장 큰 희생자 중 하나인 셈이다. 이것은 결코 우연적 사고가 아니다. 미국의 의도적 계획에 의해 일어난 일이다. 미국은 일본에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도 엔화 가치의 하락, 그에 따른 일본 소비자의 구매력 저하를 바라지는 않아. 일본에도 SDR을 배당하고 미국도 지원에 나설게. 단 조건이 있어. 헌법을 고쳐 핵무장을 하라는 거야. 그래서 우크라이나처럼 최후의 1인까지 중국과 싸우라는 것이지. 우리가 너희 대신 그것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줄게’

물론 일본 지배계층도 이러한 제의를 환영할 것이다.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일본 정부는 언제나 국민들을 희생시켜 왔다.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엔화 가치를 일거에 2배나 올린) 플라자합의로 당시까지 세계 1위였던 일본의 제조업경제는 1990년 거품 붕괴 이후 수축 일로에 있다.

이런 것들이 이번 전쟁의 경제적 결과다. 서방 언론들은 이번 전쟁을 우크라이나/나토와 러시아 간의 군사적 대결로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전쟁을 빌미로 미국의 동맹국들과 서방 전체를 미국의 통제권 아래 묶어두기 위한, 재닛 옐런의 표현을 빌자면 미국의 유일 패권을 재확립하려는 미국의 시도라고 보는 것이 진실에 훨씬 가깝다.

질문 : 당신의 말대로 세계 패권 유지가 미국 전략의 핵심이라고 한다면, 그 전략은 성공할 것으로 보는가?

허드슨 : 궁극적으로 이는 자멸에 이를 수밖에 없다. 거의 모든 미국의 정치인과 군 장성들은 “에이, 우리는 미국이 자살하는 걸 원치 않아”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분명히 이들은 그러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것은 거대한 도박이다.

내가 보건대, 미국의 군부는 러시아 에너지 금수 조치라는 경제제재에 대해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 또한 나토의 우크라이나전쟁을 주도한 네오콘 세력, 즉 국무부와 백악관 안보회의로부터 전쟁 계획 자체를 통보받지 못했을 것이다. 분명히 군부 내에는 전쟁에 대한 커다란 우려가 있다. 하지만 군부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게 미국적 전통이다.

놀라운 것은 유럽에서도 전쟁에 대한 유일한 반대가 마린 르펜과 같은 우익세력에 국한된다는 점이다. 유럽의 좌익은, 이젠 좌익이라고 부르기도 뭣하지만, (독일) 사회민주당이나 (영국) 노동당은 하나같이 나토를 추종하고 있다. 자국의 경상수지를 악화시키고 자국 경제를 미국에 의존하게 만드는 정책 이외에 다른 정치적 선택지가 이들 정당에게는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유럽이 미국의 정책을 무기력하게 따르는 현 상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우크라이나전쟁에 관한 유엔 표결 결과를 보면 많은 나라들이 러시아 제재에 대해 반대하거나 기권했다. 세계 경제에 거대한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백인 서방 세계(유럽과 북미)와 유라시아(중국, 인도, 러시아, 그리고 주변 지역) 사이에 철의 장막이 드리워지고 있는 것이다. 만일 중국, 인도, 러시아가-지정학의 창시자 매킨더가 핵심 지역이라고 불렀던-하나로 뭉친다면, 아시아의 나머지 지역은 어떻게 될 것인가?

문제는 대만과 일본, 남한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것이다. 이들은 어느 편에게도 중요한 국가들이다. 그런데 지난 4월 말 나토 사무총장 옌스 스톨텐버그는 나토가 남중국해에도 진출해야 하며, 태평양에서부터 중국을 봉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아시아 지역에서도 분쟁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나토에 관여하는 유럽의 한 정치가는 우크라이나전쟁의 결말에 관해 경제적으로, 또는 협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오로지 군사적 해결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군사적 상황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러시아는 결코 이 전쟁에서 질 수가 없다. 만일 패배한다면 나토가 자국과 국경을 접한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배치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토는 또한 북쪽의 러시아 인접 국가인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에도 핵무기를 배치하려 한다. 미국 또한 패배를 감수할 수 없다. 미국이 지면 바이든의 재선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분명히 2024년 대선에서의 승리를 목표로 군사, 경제적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그 공략 대상은 미국의 유권자들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미국 국민들 사이에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관한 공개적 논의가 거의 없다.
 

질문 : 확실히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우크라이나전쟁에 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백악관 내부에서는 매우 다른 기류가 감지된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어떤가? 경제제재를 견뎌낼 수 있을까? 러시아는 최근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했고, 유럽의 다른 국가들은 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지불하라는 푸틴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러시아가 더 많은 유럽 국가들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하고도 버틸 수 있을까, 아니면 단순한 협박에 불과한 것인가?

허드슨 : 러시아는 이미 상당 부분 자급자족적 경제체제가 되었기 때문에 경제제재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소련 붕괴 이후 1990년대의 가혹한 충격요법에도 살아남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충격요법에서 살아남은 국가라면 웬만한 제재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러시아는 이미 20-30년 전에 경제적 충격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러시아는 유럽보다 훨씬 경제적 생존 능력이 강하다.

질문 : 러시아가 1990년대와 같은 경제적 시련을 겪을 것이라는 말인가?

허드슨 : 90년대만큼 어려울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중국과 인도, 기타 국가들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90년대에는 국가 내부가 완전히 붕괴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군사력도 경제 부문도 재건됐으며 (중국, 인도 등) 정치적 동지 국가들의 경제와 충분한 연계망을 확보했다. 바이든은 “우리는 우선 러시아를 파괴해야 한다. 러시아를 없애 중국을 고립시킨 다음, 우리의 주적인 중국과 대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미국에 반대하는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어쩌면 인도까지도 손보겠다는 것이다. 바이든이 이처럼 분명히 말한 마당에 중국과 인도의 반응이 어떨 것인지는 너무도 분명한 것이 아닐까.

인도는 이미 ‘우리는 러시아와 경제적으로 연결돼 있고, 이 연결을 단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 이후 러시아의 외환준비금은 서방에 강탈당했다. 앞으로 러시아는, 미국이 유럽 및 동맹국들과 체결한 것과 같은 통화스왑 체제를 중국과 구축하려 할 것이다. 루블화 및 위앤화로 양국간 무역 결제를 하는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러시아로부터의 막대한 가스 공급이라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나는 러시아가 (그동안의 유럽 우선 정책을 포기하고) 서방과의 경제 관계 단절(디커플링)을 결정한 것으로 판단한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서방 및 미국과의 경제 교류가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물론 이는 고통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러시아 국민들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대해 서방 언론의 보도와는 전혀 다른 인식을 갖고 있으며 약 80%가 푸틴을 지지하고 있다. 국민들의 사기가 꺾였던 90년대와는 전혀 다르다.

전쟁은 올해나 내년에 끝나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30년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1차 대전에서 2차 대전까지 대략 30년이 걸렸다). 그 결과는 아마도 유럽/미국과 유라시아의 균열로 나타날 것이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들이 유라시아 경제에 통합되는 한편 미국과 유럽 경제는 점차 축소될 것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서방 경제의 축소를 예상하고 있다. 최근 중국 시진핑 주석은 서방이 현재와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고수한다면 앞으로 10년간 유럽 경제는 확실히 축소될 것이고 미국 경제도 마찬가지라고 말한 바 있다. 나 역시 동감한다. 서방 경제는 축소될 것이다. 시진핑은 또한 스스로 ‘중국적 특색의 사회주의’라고 말하는 중국의 중앙계획경제가 (서방의) 민주주의보다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서구 민주주의는 매우 빨리 과두지배(oligarchy)로 변질됐고, 과두지배는 다시 세습적 귀족정(hereditary aristocracy)으로 타락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방의 민주주의는 더 이상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 세습 귀족정으로 변질됐다. 중국 정부는 금융계급이 독립적 (정치) 세력이 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은행과 신용은 공공재라는 것이 중국 정부의 확고한 신념이며, 금융세력이 투기적 금융정책을 통해 노동자들을 궁핍화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중국 경제와 미국 경제의 결정적 차이다.
미국에서는 은행가와 월가가 경제의 중앙 계획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들은 전적으로 금융, 보험, 부동산(FIRE) 부문의 이익을 위해 경제를 운용한다. 반면 중국에서는 공산당 주도의 중앙정부가 은행을 통제하고 있으며, 이들은 부자들의 자본 이득이 아니라 제조업을 진흥하고 공공기반 시설을 확충하며, 중국 경제가 서방에 예속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금융을 활용한다. 바로 이 때문에 미국이 러시아에 가했던 경제적 타격을 중국에는 결코 가할 수 없는 것이다.

질문 : 인터뷰 서두에 전쟁의 주요한 결과로 에너지, 식량 가격 등이 급등하고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엄청난 경제적 불안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앞으로의 상황을 어떻게 예상하나?

허드슨 : 2차 대전 이후 지난 70여 년간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들은 세계은행의 정책에 따라 자국의 식량 자급을 위한 곡물 생산을 하지 못했다. 이들 국가들은 식량과 에너지 공급을 미국에 의존해야 했다(세계은행은 개발 자금 지원의 조건으로 토지개혁을 저지했고, 식량 대신 미국에 필요한 열대 작물 등의 생산을 장려했다). 우크라이나전쟁과 관련한 미국의 경제적 목표는 세계의 에너지 무역을 미국(엑슨 모빌 등), 영국(BP), 네델란드 (로열 더치 셸) 등 서방의 석유 메이저들이 다시 독점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미국과 석유 메이저들은 제3세계 국가들을 경제위기로 몰아넣으려 할 것이다. 그리하여 이들 국가들이 외채를 갚지 못하게 되면, 미국과 민간 채권자들은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에게 했던 것처럼 이들 나라의 해외 자산을 압류할 것이다. 예컨대 베네수엘라는 미국 내 투자와 영국은행에 예치했던 막대한 금을 압류 당했다.

앞으로 중남미와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의 경상수지 적자 국가들을 대상으로 서방의 막대한 자산 압류가 예상된다. 이것이 세계 경제의 약한 고리이며, 바로 이 때문에 다가올 IMF 회의에서는 어떤 나라에 어떤 조건으로 SDR을 부여할 것인지를 놓고 거대한 투쟁이 벌어질 것이다. 세계적 차원의 계급전쟁인 셈이다.

따라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의 본질은 나토와 러시아의 군사적 전쟁이 아니다. 전 세계에 걸쳐 노동에 대한 자본의 통제를 계속 유지하려는 신자유주의 세력 대 노동계급 간의 한판 대결인 것이다.

질문 : 그렇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쟁보다 훨씬 거대한 위협이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인가?

허드슨 : 위협? 맞다! 바로 그것이 서방의 목표다. 예컨대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을 주관하는 클라우스 슈밥의 글을 읽어보면 이들의 속셈을 알 수 있다. 그는 세계 인구가 적정 규모보다 20% 많다고 주장한다. 특히 제3세계의 인구 증가가 문제라고 말한다. 서방의 모든 재단들이 그의 의견에 동의한다. 서방의 억만장자들은 ‘세계 인구를 좀 줄여야겠어. 사람들이 우리를 위해 부를 창출하기보다는 너무 많이 소비만 하고 있거든’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필요를 위해 생산을 하는 것은 부자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 그렇게 생산된 부는 부자들과는 상관이 없고, 부자들 몫도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권세력에 의한 부의 집중을 지속시키기 위해 경제적 재난을 조성해 세계의 쓸모없는 인구를 감소시킨다는) 거대한 신자유주의적 계획이 바이든 행정부와 딥스테이트에 의해 논의되고 있다고 우리는 추정할 수 있다.

질문 : 트럼프 때와 지금은 무엇이 다른가?

허드슨 :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그룹이 여전히 미국 정부를 장악하고 있다. 원래 트럼프는 국무부와 CIA를 청소하도록 군인 출신을 기용하려 했다. 하지만 사위가 이를 말렸다. 또한 미국 정부 내 네오콘을 청산할 수도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역시 네오콘의 파괴 행위를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네오콘은 트럼프를 그냥 무시했다. 예컨대 트럼프는 시리아에서 미군 철수를 원했지만, 육군은 철수를 거부했다. 누구도 그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따라서 트럼프 시대는 일종의 일탈로 간주할 수 있겠지만, 최근 들어 미국의 대통령이란 배후의 딥스테이트를 위한 얼굴마담에 불과한 존재로 전락했다. 나는 큰 차이를 느끼지 않는다.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별로 다르지 않다.
 

박인규 편집인(=정리·번역)(inkyu@pressian.com)

이 기사는 프레시안 기사를 옮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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