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당 등장으로 본 북한의 변화
장마당 등장으로 본 북한의 변화
  • 문장순
  • 승인 2022.05.22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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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국가에서 시장은 자본주의 병폐의 상징이다. 그래서 사회주의국가들은 시장의 역할을 최대한 축소시키고자 노력했다. 산업의 국유화는 필수적인 정책이었다. 시장을 대하는 태도는 국가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중에도 북한은 철저하게 시장을 배제했다.

북한에 장마당의 형태는 1945년 정권 수립 초기부터 시장을 약화시키면서 농산물 중심의 농민시장만 허용했었다. 농민들이 개인 영농에서 나오는 부산물 정도 판매를 허용한 것이다. 물론 시장이라고 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19588월 개인 상업을 완전히 폐지하고 국영유통이나 협동상업의 형태로 물건을 파는 상점을 국영화 했다. 이로 인해 농민시장은 자연히 사라졌다.시장을 철저하게 배제해서 사회주의 지향이라는 명분을 살렸다. 그러나 생산과정에서 파생되는 부산물 문제가 우선 다가왔다. 그래서 북한이 내세운 것이 농민시장의 부활이다. 농산물의 특성상 배급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이를 보완하는 방안으로 농민시장을 부활시킨 것이다. 그것이 1964년이니까 6년 만에 농민시장이 재개된 것이다. 농민시장은 10일장 형태로 운영되면서 농촌을 중심으로 개인 텃밭에서 생산된 것이나 협동조합에서 나온 부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상대적으로 공산품의 공급과 판매는 당국이 철저하게 관리했다.

이러한 문제는 농산물만 아니라 공업부문에서도 나타났다. 1984년 북한은 자재 재자원화 운동을 전개했다. 공장 기업소에서 나오는 부산물 등으로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만들어 보급하는 8·3 인민소비품이 거래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8.3 인민소비품의 가격은 지역별로 직매점별로 상품별로 서로 다른 가격이 적용되었다. 가격의 차등화가 등장한 것이다. 사실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 북한의 경제침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일부 지역에서는 생필품을 동네에서 파는 시장 곧 장마당을 등장하게 했다. 쌀 배급이 축소되고 국영상점에서 기본적인 생필품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 북한 경제난이 1990년에 들어오면서 구체적으로 표출되었다. 식량난과 생필품 부족은 장마당 확대를 부추겼다. 주민의 왕래가 빈번한 도로변에 시장이 형성되었으며. 거래되는 물품은 초기에는 개인경작이 허용된 텃밭에서 생산한 야채나, 계란 등에 일부 품목을 상호 물물교환이 이루어지고 간혹 돈을 받고 판매하기도 했다. 식량까지 매매하기 시작했다. 장마당이 확산되자 이를 막기 위해 북한 당국은 단속에 나섰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북한 당국으로서도 기본적인 배급품조차 공급 못하는 상황에서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었다. 결국 북한은 장마당을 공식화하는 조치를 취했는데 그게 종합시장이다. 2003년 북한은 장마당을 상설시장 형태인 종합시장으로 합법화 시키고 이를 통해 경제난 극복을 시도했다. 초기에는 종합시장을 구, 군 단위에 1개소 정도로 시작했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불법인 장마당이 곳곳에서 계속 열리고 있었고 판매 품목도 점차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미 시장을 경험한 주민들이 시장을 통해 물품 구입을 선호하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이러한 현상을 방관할 수만 없었다. 수차례 종합시장에 판매 물품이나 판매자 자격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그 또한 성과가 없었다. 쌀 등 기존 생필품을 공급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장을 통제하려는 북한 당국의 노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에는 2009년 화폐개혁을 통해 자본주의 흐름을 차단하려는 극단적인 수단을 택했다. 이 조차도 성과가 없었다. 이후 북한은 농업이나 공업분야에 자본주의적 요소들을 도입하면서 경제회생에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자본주의를 철저하게 배척했던 북한이 경제위기에 봉착하면서 부분적이나마 자본주의를 수용하기 시작했다. 북한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 가야 생존이 가능한지에 대한 답이 이미 정해져 있는 듯하다.
대경통일교육연구회 고문 신두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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