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영웅 만들기
북한의 영웅 만들기
  • 문장순
  • 승인 2022.07.0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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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영웅은 난세에 태어난다고 한다. 이 말을 그대로 빌리면 영웅은 시대의 산물로 이해할 수 있다. 난국 속에 새로운 변화를 찾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주는 이가 있다면, 그가 영웅이리라.

그럼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영웅들이 있을까? 구국의 상징 이순신. 생명과 사투하는 의사 이국종, 아덴만의 석해균 선장, 축구에 박지성, 축구 대표팀의 영원한 켑틴 손흥민, 케이팝의 대명사 방탄소년단 등등... 이들은 스스로 노력하여 그들의 이름, 나아가 나라를 빛내 주었다. 그러나 국가가 그들에게 공식적으로 어떤 큰 혜택을 주진 않는다. 그 누구도 영웅이 되기를 그들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의 능력으로 많은 이들에게 영웅이란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면 북한에도 이러한 영웅들이 있을까? 공화국 영웅 또는 노력 영웅 등으로 불리는 많은 영웅들이 있다. 그러면 영웅이란 남북 모두 같은 의미일까? 북한에서 영웅은 시대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그 역할을 강요한다.

김일성 시대에는 전쟁 이후 용감하고 헌신적인 사람들의 상징적 존재로 전쟁영웅을 만들었고 사회주의 건설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하여 근로자의 본보기로 생산 영웅을 내세웠다. 많은 영웅들 가운데 천리마 운동의 기수로 평양방직공장에서는 여성으로서 첫 노력 영웅 길확실이 만들어졌다.

김정일 시대에는 약해지는 수령 권위의 확보와 국가에 대한 충성심, 주민 생활개선을 추진하기 위해 공화국 영웅, 숨은 영웅을 만들어냈고, 또 고난의 행군 이후 식량문제가 절실해지면서 생산혁신 영웅, 농민 영웅 등의 이름으로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이름의 영웅들을 만들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면서 강성국가 건설과 인민 생활 향상을 앞세우면서 또 다른 많은 영웅을 만들어가고 있다. 수령 결사옹위 영웅, 핵미사일 영웅, 돌격 영웅, 속도 영웅, 체육 영웅, 음악 영웅, 나아가 모성 영웅에까지 이르렀다. 심지어 수령 결사옹위 영웅은 선택 기준과 그 사람이 어떤 일로 영웅이 되었는지조차 인민들은 잘 모른다.

그러면 북한은 왜 이렇게 많은 영웅을 만들까?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면 재투자하여 생산을 늘리고 그것이 또 더 많은 이윤 창출로 이어지면서 개인의 이익도 늘어난다. 반면 사회주의 국가는 국가목표 달성을 위해서 인민대중을 동원은 하면서 물질적 보상을 줄 수 없기 때문에 정치 도덕적으로 명분상 보상을 주는 차원에서 또 정권 지지기반 확보를 위해 여러 영웅을 배출하고, 이들에게 식량, 부식, 취업이나 진급, 주택 배정, 의료 혜택 등의 특혜를 줌으로 일반 인민들에게 자극을 주고 본보기를 보여주고자 함이다.

북한당국은 영웅 정치를 내세워 생산성 향상과 당의 충성심을 유도하여 사회주의 체제를 지속하고 권력을 유지하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영웅의 남발로 더 이상 인민들의 호기심과 기대감의 상실로 생산성과 충성심은 도리어 낮아지고 있다.

당과 집단을 위하여” “내 나라 제일로 좋아의 구호 시대는 지났다고 봐야 할 것이다.

세계와 교류하면서 기술과 자본 도입으로 생산성을 높여 인민들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일 것 같다. 장마당을 통한 자본주의에 눈을 뜨게 된 그들에게 영웅이란 이름만으로 더 이상의 충성심을 기대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 같은데, 앞으로 그들의 통치전략의 하나인 영웅 정치가 얼마나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민인옥(대경통일교육연구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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