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소는 건달 소
남한 소는 건달 소
  • 문장순
  • 승인 2023.01.3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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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달의 의미는 잘생기고 허우대 멀쩡하지만 일은 안 하고 빈둥거리는 사람을 빗댄 말이다. 조폭, 깡패, 양아치, 백수, 난봉꾼 등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이 말의 유래는 불교와 힌두교에서 인도의 환상 종이라는 간디르바라에서 유래됐다는 통설이 있다. 다른 말로 하면 건달바, 건달파 라 부르기도 한다. 이 상상의 동물은 평소에 음악을 좋아하고, 향기를 먹고 사는 자유로운 인도의 요정이다. 이 말이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일은 안 하고 빈둥거리며 행패를 부리는 건달의 의미로 전락해버렸다.

19986월과 10월 두 차례,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이 일명 통일 소 1,001마리와 함께 판문점을 넘었다. 남한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통일 소가, 북한에 정착해 통일 역군으로서 충실하기를 남북한은 모두 소원했다. 하지만, 허우대 멀쩡하고 튼실한 몸의 남한 소는, 북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병이 나서 죽기도 했다. 북한 주민처럼 깡마르고 왜소한 북한 소는 종일 열심히 일했지만, 평소에 일해본 적 없는 통일 소는, 일을 잘할 줄 몰라 건달 소라는 별명만 얻었다. 남북한의 문화차이는 사람뿐만이 아니다.

봄이 되면 논밭에 또 다른 소, 즉 인간 소가 등장한다. 한때 농기구가 부족한 북한에, 남한에서 농기구를 보냈지만, A/S가 되지 않아 들판의 흉물로 남게 되었다. 3명의 장정이 쟁기에 줄을 묶어 앞에서 양쪽으로 두 사람이 당기고, 한 사람은 뒤에서 밀어주면서 일소처럼 밭을 갈았다. 통일 소에 거는 기대는 북한 주민들이, 인민 경제 130% 달성을 목표로 했을 때, 풍체 좋은 건달 소가 일은 안 하고 계속 도망치려 해, 인민경제 100%는 커녕 10%도 못 한다.”고 붙여진 별명이 건달 소가 되었다.

남북한 농촌 현실을 나타내는 단적인 사례이다. 단지 농촌 현실만이 아니다. 농사짓는 방식의 차이가 남북한 주민의 사고와 언어까지도 바꾸어 놓고 있다. 그래서 북한 농촌의 발전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실은 내년 북한 주민의 식량부족도 지속될 모양이다. 통일부는 2021북한의 식량 부족량을 정확하게 추계하기는 어렵지만, 정부는 올해 북한이 100t 이상의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미 농무부도 2021/ 2022년 북한의 쌀 생산량을 도정 이후 기준으로 136만 톤으로 추정했는데, 이는 27년 전 고난의 행군시기(1994) 생산량 다음에 가장 낮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러한 추정치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올해 들어 미사일 도발이 유달리 빈번했는데, 한편에서는 식량부족으로 시달리는 주민들이 있다. 이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한마디로 어이없다. 더구나 북한 식량 난민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직접 피해자는 노인과 어린아이다. 9세 이하 어린이의 사망률은 40.5%, 6세 미만의 유아사망률은 51.2% .

이쯤 되면, 인민대중 제일주의라는 북한의 구호가 무색해진다. 인민대중은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고, 미사일로서 국가의 과시에 이용하고... 이를 우리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미사일 제일주의로 바꾸는 건 어떨까?

북한 식량을 개선하기 위해선 남한에서 놀고 있는 건달 소가 북한에도 많아지면 얼마나 좋을까? 동물들이나 사람 손이 덜 필요한 농업이 북한에도 가능하다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농업 무문에 특히 농기계 분야에 예산 투입이 늘어나야 한다.

북한에도 하루빨리 건달 소가 많아져서 남한의 건달 소와 만나지면, 아마 그때가 통일이리라.

박남숙(통일시민대학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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