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국의 간수도 감동시킨 안중근
적국의 간수도 감동시킨 안중근
  • 대구경제
  • 승인 2023.02.02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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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철한 애국정신 지닌 사형수 모습에 감동한 간수에게 국군의 표어가 될 '위국헌신'써줘
일제의 반인륜적 폭압에 맞서 대도의 길을 간 안중근의사야 말로 대장부고 시대 영웅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이란 8자는 안중근의사가 만주 여순 감옥에서 일본 헌병 간수에게 건네 준 붓글씨다.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이다"란 뜻의 글을 사형 집행을 눈 앞에 둔 사형수가 감옥 간수에게 쓴 것이다. 

이 글 좌측에는 경술 3월 여순감옥에서 대한국인 안중근 근배라고 쓰여 있어,  쓴 날짜가 1910년 3월임을 알 수 있다. 안중근 의사는 이 글을  1910년 3월26일 사형이 집행되기 10분 전에 썼다고 한다. 세로 137센티미터, 가로 32.8센티미터 명주천에 붓글씨로 쓴 것.

만주 여순형무소에서 재판정까지 왕래할 때 안중근의사의 경호업무를 담당했던 일본 헌병 상병 지바 도시치(당시 25세)에게 기념으로 써 주었다고 한다. 

간수인 지바 상병은 강인하고 투철한 애국정신과 매일 책 읽고 붓글씨 써며 자기를 성찰하며 사형수로 감옥생활하는 식민지 한국인 안중근의사의 모습에 크게 감명을 받았다. 

이와 관련된 일화가 유명하다. 하루는 지바 상병이 안중근의사에게 "당신과 같은 훌륭한 분을 죄수로 간수하게 된 것이 매우 괴롭소"라고 고백했다. 이에 대해 안중근의사는 "군인은 나라를 지키고 유사시에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이  그 본분이기 때문에, 서로의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자기의 임무에 최후까지 충실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요"라고 말해준다. 그러니 너무 미안한 마음을 갖지 말라는 뜻이다. 감동적인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지바 도시치(1885-1934) 상병은 안중근의사가 순국한 후 제대를 자청하고 일본으로 귀국해 고향 미야기현으로 가서 철도원으로 생활하며 안중근의사의 위패를 집 인근의 구리하라시 다이린사에 모셔두고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지바의 부인과 조카딸 미후라는 1980년 8월23일 이 유묵을 안중근의사숭모회에 기증했다. 우리 정부는 1993년 1월 15일  보물 569호로 지정하였다. 현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 글은 오늘날 대한민국 국군의 표어로 사용되고 있다.

맹자는 "대도(大道)를 행하는 사람을 대장부(大丈夫)"라고 했다. 20세기 군국주의 일제의 반인륜적 폭압에 맞서 대도의 길을 간 안중근의사야 말로 진정한 대장부이고 시대의 영웅임이 분명하다. 

 *필자인 정 송  경상북도 기획관리실장은 경북 상주 태생으로 행정고등고시 합격 후 행자부 과장, 울진 부군수 등을 지냈으며, 성균관대 행정학 박사를 수료했다. 50대 초반에 공직에서 나와 올바른 한국의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10여년 간 세계사와 일본 공부에 심취한 재야 연구가로 경산 산골에서 손수 움막을 짓고 텃밭과 비탈진 야산 나무를 가꾸는데 정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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