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소학교 도화공작에는 무엇이 담겨있을까?
북한 소학교 도화공작에는 무엇이 담겨있을까?
  • 문장순
  • 승인 2023.02.1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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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란 무엇일까? 여러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필자는 미술은 자신의 표현이자 세상과 만나는 방식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미술가는 미술을 통해 자신의 미적 세계를 드러내고 그것을 통해 다른 사람과 교감하고 또 메시지를 준다. 이러한 개개인이 가진 미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가운데 하나가 교육이다.

미술교육이 바로 그것이다. 미술교육은 개개의 잠재적 능력과 창의성을 이끌어내어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성장을 도와준다. 이때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개인의 잠재력과 창의력이 제약을 받거나 개인의 세계관이나 가치관이 변형되기도 한다. 북한 학교의 미술교육을 보면 우려스러운 부문이 많다. 물론 필자는 북한 미술교육을 직접 지도하거나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지는 못했다. 우연한 기회에 북한 소학교 도화공책 책을 보게 되었는데, 당혹스러운 부문이 적지 않게 보였다. 소학교 도화공작은 우리로 치면 초등학교 미술교과서다.

도화공작의 내용을 보면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이 미술교육의 정치화를 들 수 있다. 도화공작의 표현 주제를 살펴보면 김일성 가계 우상화, 김정일 찬양, 미국과 일본에 대한 적개심 및 투쟁심 고취, 전쟁과 관련된 무기, 모범소년 당원 모습, 노동절 축제, 사회건설 현장 등의 그림이 있다. 김일성, 김정일과 관련된 내용들은 학년마다 포함되어 있다. 지도자의 위대함을 형상화하여 일종의 우상화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김정일 고향이라고 일컬어지는 삼지연 부근에 김정일이 서 있고 무지개가 떠 있는 그림이다. 이런 내용이 곳곳에 들어 있다.

여기다가 미제국주의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시키는 그림도 매 학년마다 담겨있다. 인민군이 미군과 싸워서 이기는 내용이다. 아마 학생들은 어린 시절부터 미국은 타도의 대상이고 우리의 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그림을 그릴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심어지고 적개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미술교육을 통해서 지도자 우상화, 사회주의 체제유지와 애국심, 단결심 함양 등을 교육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조선화에 대한 내용도 도화공작에는 적지 않게 담겨져 있다. 조선화는 북한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미술 장르다. 전통적인 동양화와는 달리 입체감을 강하게 살리고 특히 인물에 대한 표현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등 나름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조선화를 소학교 도화공작을 넣어 어린이들이 북한의 독특한 미술 장르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미술의 새로운 영역을 보여주고 전통성을 살리는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한다 할지라도, 조선화에도 장군님이 다녀간 집 등을 주제로 하는 부문이 있어 이 역시 정치색을 담고 있다.

또 도화공작 내용에는 생활과 관련된 실용적 부문도 있다. 현실 생활에서 필요한 부문을 그리거나 공작을 통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많이 있다. 실제 학생들이 소학교 2학년부터 조선소년단 생활을 통해 해야 하는 토끼 기르기, 학교물품 아껴쓰기, 학교 청소하기 등이 도화 부문에 담겨있고 공작 편에서는 단추달기, 거울주머니, 털개, 옷걸개 등의 내용이 있다. 이런 주제는 생활에 유용하게 사용 될 수 있는 그림들이 있다. 동화공작을 통해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함께 활동을 하면서 노동과 절약의 필요성을 느끼고 직접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북한 소학교의 도화공작은 학생들에게 미적 아름다움이나 창의성 발휘보다는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을 앙양하는 정치적 내용이 매 학년마다 포함되어 있어 미적 가치관이나 사고의 형성을 제약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일부 실용성 있는 교육 부문도 지나치게 집단주의적인 공동체생활을 강조하는 내용이 적지 않아 이 또한 창의적 사고를 형성하는데 제약받을 가능성이 있다.

통일이란 부문을 염두에 둔다면 북한 학생들이 미적 능력을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다가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동시에 북한 도화공작에서 우리가 이해하고 받아들일 부문은 없는지도 한번 생각해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서정숙(한국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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