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 시대, 한국식 이익 외교 성공은?
신냉전 시대, 한국식 이익 외교 성공은?
  • 문장순
  • 승인 2023.02.2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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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지향하는 북·중·러의 연대에 남북관계 새로운 이정표 기대

·중의 전략경쟁이 점차 심화하고 있다. 최근 미·중의 갈등과 대립이 지속되면서 기존 국제질서의 불안성과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새로운 국제질서가 형성될 조짐이 보인다. 신냉전의 등장이 그것이다. ·중무역전쟁을 시작으로 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의 기존 국제질서의 균열이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미국은 기존 국제질서 수호에 적극적이다. 트럼프 정부는 중·러를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수정주의 국가들로 규정한 바 있고, 바이든 정부는 중국 견제에 집중하고 있다. 국제질서 변경을 주도하는 국가로 중국으로 한정한 것이다. 2022년에 발표한 바이든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에는 중국을 유일한 경쟁자로 지목하고 있다. 국가안보전략에 중국은 국제질서를 재편하려는 목적을 지니고 있고 그것을 진전시킬 수 있는 경제·외교·군사·기술적 힘을 지닌 경쟁자로 명시했다. 바이든 정부의 안보전략의 중심이 중국의 부상과 팽창을 억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 역시 세 차례 연임 실현으로 적극적으로 미국과 경쟁의 길로 갈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은 2021년 공산당 창당 100년에서는 의식주를 걱정하지 않고 물질적으로 안락한 사회인 샤오캉(小康)을 달성했다고 선언했고, 2022년 제20차 공산당전국대표대회에서는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기본 실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0주년인 2049년까지 전면적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중장기적인 목표이기는 하지만, 이는 시진핑이 2012년 당 총서기에 선출될 당시 언급한 중국몽을 중국식으로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기존의 방식대로 이러한 목표를 추진한다면 미국과의 경제·군사적 갈등 즉, 반도체, AI 등 기술패권에다가 미국의 자유, 인권 등 민주적 가치의 보편적 요구,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 등과 관련된 마찰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러한 국제질서의 재편 흐름으로 남북한 관계개선을 기대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선택의 기회가 좁다. 우리는 이미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과 공동보조를 맞추고 있다.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한··일 안보협력도 점차 강화하고 있다. 더구나 미국, 인도, 일본, 호주가 가입한 안보회의체인 쿼드, 영미권 5개국 정보동맹인 파이브아이스의 가입 여부도 검토 중이다. 이는 미국과의 같은 길을 걷는 것들이다.

한국은 점차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형국이고 여기에서 빠진 북··러도 협력과 연대를 점차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으로 이러한 모습이 좀 더 선명해지고 있다. 남북관계 진전은 주변국들의 협조가 중요한 변수다. 이런 국제질서 구도 속에선 남한이 미국과 밀착하면 할수록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과 더 가까워질 가능성이 크고 남북관계 진전도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

문제는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과 같은 도발을 시도할 경우이다. 작년처럼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핵 고도화와 미사일 발사에 대한 책임을 미국에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분위기를 봐서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결의도 쉽지 않다. ·러가 반대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여건에서 북··러 간의 교류협력이 증가할 수 있다. 그러면 북한은 남한과의 교류협력 동기가 약해진다.

국제질서가 냉전 속으로 빠져들면서 남북관계의 진전을 어렵게 하고 있다. 작년 12월 우리 정부가 발표한 인도태평양전략 최종보고서에는 치열한 패권 경쟁을 펼치는 미·중과 공동이익을 각각 추구하고 미국과 일본 등 가치공유국과는 협력하겠다는 외교구상이 담겨있다.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 공동이익과 보편적 가치로 접근하겠다는 의지다. 이러한 외교구상이 성과를 발휘해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만약 그러한 구상이 긍정적인 효과을 발휘하게 된다면 남북관계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다.

문장순(통일과 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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