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산사태 원인?... 개간 벌목으로 허물어진 토지 방치해 폭우 내리니
경북 산사태 원인?... 개간 벌목으로 허물어진 토지 방치해 폭우 내리니
  • 금보리 기자
  • 승인 2023.07.20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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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사태 10곳 중 9곳은 산 아니라 사과밭’…당국 관리하지 않으면 사고 되풀이 될 것

예천 등 경북 북부지역에서는 모래와 흙더미가 쏟아져 내린 사고로 24명이 숨졌고, 3명이 실종돼 모두 27명의 인명피해가 일어났다.

경북 예천군 감천면 진평리 호우 피해 현장. 경상북도소방본부 제공
경북 예천군 감천면 진평리 호우 피해 현장. 경상북도소방본부 제공

 

왜 이번 폭우에만 유독 토사 유출이 많았는지 의문이 일 수 밖에 없어 본사는 취재에 나섰다.

사고 난 곳 대부분이 백두대간지역 기슭에 과수 재배나 개발을 위한 벌목으로 산을 마구 건드리고 이를 방치해 경사면 토사유출이 일어났다. 행정관청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위험에 대한 사전 예방 행정 부재 결과다.

토사가 덮쳐 2명이 실종된 마을 현장을 가보니 사고가 난 곳은 산이 아니라, 경사가 가파른 사과나무 '과수원'이었다.

사과 나무 옆으로 사람 키 높이의 토사가 몽땅 쓸려 내려갔다. 

 

이 마을에선 집 근처 밭에서 흘러든 흙더미에 깔려 2명이 숨졌다.

예천군 감천면 수한리는 벌목지 내부 3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마을 뒤편 과수원을 덮쳤다.

2명이 숨진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 산사태 현장 주변은 원래 숲이 우거진 곳이었으나 최근 몇년 사이 대부분 나무를 베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산사태로 마을전체 13가구 중 5가구가 매몰 피해를 본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일대도 주변이 사과밭으로 개간됐다.

이번에 토사 유출로 인명피해가 난 예천 등 경북지역 10곳 가운데 지목이 '산'인 곳은 단 한 곳, 나머지는 논과 밭, 과수원 등 포크레인 등 장비를 동원해 인공적으로 토지를 건드린 곳으로 보인다.

법규상으로는 산림청은 5년마다 산사태 우려 지역에 대한 기초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토대로 자치단체가 현장조사를 거쳐 '산사태 취약 지역'을 지정하고 예방 시설을 갖추도록 돼 있다. 산림청 기초 조사는 '산'에만 해당된다.

주민 A씨는 “이번 산 사태 위에 있는 과수원에서 토사가 쓸려 내려 와 산사태가 났다. 포크레인 등 장비가 산을 건드린 것이이 재해 주범이며 당국의 관리도 없다”고 말했다.

정철호 산림청 대변인은 "경작지나 도로 이런 부분은 가지고 있는 자료가 없어서 (산사태 취약지 지정)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모 군청 직원은 "밭은 조사도 안 하고, 관리도 안 하고, 농경지 유실은 관리 대상이 아니다"라는 말을 한다. 많은 인명피해가 날 만큼 위험하지만 농경지의 토사유출에 대한 관리는 단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단 얘기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실제로 제일 산사태(토사유출)가 많이 일어나는 지역이 사람이 건드린 곳인데, 거기를 지금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로 발생하는 곳과 예측하는 곳이 틀릴 수밖에 없다"며 당국의 관리부재를 지적했다.

임야 농지 등 토지에 벌목 임도 송전탑 양수발전소 태양광 사찰 등 각종 개발로 장비를 동원해 인공적으로 개발된 경사면 모두에 대한 통합 관리 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앞으로 폭우시 사고는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환경전문가 A씨는 "예천지역 사망자 상당수는 서울 등 대도시 주민이 계곡옆이나 허약한 산 아래 등 가옥을 지으면 불안한 곳에 거주했다가 피해를 봤다. 풍수지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집 지을 곳을 가려야하고 산천을 인위적으로 마구 개발하면 자연이 재앙을 준다는 것을 이번 사고를 통해 깨발아야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B박사는 "재난 대비를 사전에 하지 않고 있다가 피해가 발생 뒤 관청이 요란스런 수습 소동을 벌이는 것을 볼 때마다 헛웃음이 난다기부 기관이 아닌 관청이 거듭된 보상으로 세금만 축낼 뿐"이라고 지적했다.

큰 폭우피해를 당한 감천면 주민 C씨는 "감천면 석관천 주변은 한티재에서 산중턱까지 대규모로 사과밭을 조성, 빗물 흡수능력을 상실해 폭우를  견디지 못했다"며 "실종자3명을 찾지 못한 곳이 사과밭 주변"이라고 말했다.

한편 19일 현재 주민 실종자 2명이 발견됨에 따라 경북 지역 인명피해는 사망 24명, 실종 3명, 부상 17명으로 모두 4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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