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시장화가 만들어 내는 주민의식변화
북한 시장화가 만들어 내는 주민의식변화
  • 문장순
  • 승인 2023.09.16 2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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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시장화의 진전은 사회전반을 변화시키고 있다. 주민들의 생활방식이나 가치관들의 변화를 가져와 북한체제에서 변혁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북한에서 시장이 공식적으로 도입될 때만해도 시장화의 확산을 예측하기는 힘들었다. 북한 당국이 수시로 시장을 제한하는 정책을 실시해 시장화가 힘들 것이라고 필자는 짐작했다. 그런데 지금 북한이 시장을 폐쇄하고는 주민들의 삶을 영위해 나가기 힘든 지경이 되었다. 이미 당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종합시장이 500여개다. 비공인시장인 지방의 장마당까지 합하면 더욱 많은 숫자일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북한의 점차 시장이 점차 다른 부문에 파급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특히 주민생활이나 의식에 변화를 주면서 점차 북한체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것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알 수는 없지만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그렇게 부정적인 요소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주민들의 생존의식의 변화다. 과거 주민들은 배급체제에 의해 주는 만큼 먹고 교육받고 조직생활에 참여하는 등 북한체제가 만들어 놓은 제도적 방식에 따라 그대로 삶을 영위하면 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경제위기가 가속화되던 1990년대 중반이후 배급제는 중단되거나 아니면 아예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의식주 모두가 배급제였는데 이제는 모든 주민들이 각자가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해버렸다. 평양에는 그나마 배급이 진행되고 있지만 지방은 멈춘 상태다. 지방의 주민들은 자력생생을 해야 생존이 가능하다.

그래서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는 시장에 나가야 하고 시장에 가서 무엇을 해야 경제적 이익을 좀 더 많이 취할 수 있는지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동안 수령에 충성을 하면 당에서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줬는데 이제는 자기 자신이 이를 해결해야 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당과 수령보다는 시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은연중에 당보다는 나라는 존재가 중요하게 여겨지고 개인주의적 사고가 조금씩 형성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집단주의 가치관을 절대적 신념으로 삼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일일 것이다.

더구나 시장이란게 먹고 살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몰려들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곳이다. 경우에 따라 돈을 벌기 위해 불법적인 요소도 등장하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정보가 몰려들고 비리도 존재한다. 정보 중에는 남한사회의 여러 가지 소식들도 들어갈 수밖에 없다. 남한의 문화에 대한 선호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젊은층은 북한 드라마나 노래보다 남한의 드라마나 k팝에 더 적극적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심도 높아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기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사회에 대한 회의도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체제변화를 시도할 가능성은 당장에 보이지 않는다. 아직은 조직생활 속에서 익숙해져 순종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더구나 반체제적인 행위를 할 경우 어떠한 처벌을 받는지 종종 목격하지 않는가.

북한 주민들이 시장으로 인해 자신들이 살아온 삶이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새로운 삶을 동경하지만 북한 사회의 견고한 조직생활에서 익혀온 삶의 방식을 박차고 나올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시장은 주민의 삶을 조금씩 변화시키면서 동시에 의식도 바꾸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 주민들의 삶에 대한 생각이 조금이나마 같은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통일도 다가 오리라.

 

대경통일교육연구회  고문 신두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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