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청원루, 부안 청원루, 예천 청원청이 같은 이름을 쓴 사연?
안동 청원루, 부안 청원루, 예천 청원청이 같은 이름을 쓴 사연?
  • 금보리 기자
  • 승인 2023.10.31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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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가 쓴 향원익청(香遠益淸)이 동아시아 유자(儒者)의 이상이어서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 데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흥망이 유수하니 만월대도 추초(秋草)로다, 오백년 왕업이 목적(牧笛)에 부쳤으니, 석양에 지나는 객이 눈물 겨워하노라”

이성계 정도전의 역성 쿠데타를 거부하고 고려의 멸망을 애닲아하며 낙향해 은거한 고려 유신(遺臣) 길재와 원천석이 각각 작자다. 안동시 풍산읍 소산마을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시(詩)다. 나라를 이끌던 인물들의 못자리 역할을 했던 소산이 요즈음은 한적한 시골마을로 옛 영화는 온데 간데 없다.

안동김가는 신라 왕족인 신라김씨로 고창 성주였던 김선평 태사 이후 후손들이 방방곡곡에 살지만 안동 풍산의 소산리는 대표적인 안김(安金) 마을이다. 같은 신라 종성인 상락김씨(경순왕의 손자를 시조로 하는 세칭 구안동김or선안동김)도 소산리에 일부 살고 있지만.

소산리에서 태어난 보백당 김계행, 그리고 김계권의 아들로 문호이자 세조의 왕사(王師) 학조대사가 초기 인물들이다. 조선시대 중기에는 그 후손인 김상용과 김상헌이 대표적. 김상헌이 청원루에서 가르친 (양)손자 영의정 김수항, 김상용의 손자 김수홍 등 '3수(三壽)‘, 김창집 김창협 김창흡 김창업 김창즙 김창립 ’6창(六昌)'이 안김의 최전성기 인물들. 조선시대 말과 구한국시대에도 6창의 먼 후손 중 정조의 고명대신 김조순(金祖淳)을 비롯해 '순'자, '근'자, '병'자 항렬 안김들이 나라를 이끌었다. 흥선대원군의 정적 김병기, 영의정 김병학, 김병시(총리대신)뿐만 아니라 김옥균 김가진 김좌진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들이 소산이 뿌리다.

지금 이 시대에 소산리에 연원을 둔 역사적 인물들은 사라졌지만 그들의 공(功)과 과(過)를 분석해 교훈으로 삼고 특히 그들이 추구했던 올바른 긍정적인 정신은 계승해야 할 것이다.

김빈이 짓고 청음 김상헌이 이름 지은 청원루(淸遠樓)는 길안면 만휴정(晩休亭)과 함께 안동김의 정신을 말해주는 문화재다. 청나라를 멀리한다는 뜻이라고 흔히들 쉽게 해석하지만 인의예지 향기의 맑고 멀리 퍼지는 향원익청이라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송나라 주자가 쓴 향원익청(香遠益淸)이 동아시아 유자(儒者)의 이상이기 때문이다.

소산 청원루에 앞서 전라도 부안의 누(樓)에도 이계동(李季仝)이 청원루라고 이름 붙였고, 예천 용궁에 여말에 지은 청원청(淸遠亭)도 같은 뜻이다. 안동예천이 합동으로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답게 ‘청원(淸遠) 축전’을 열어 정신문화 패스티벌을 했으면 좋겠다.

한편 조상 누대로 안동에서 살아오다 일제강점기 즈음 소산을 떠나 예천으로 간 김태관공의 후손도 있다. 안동의 부내(府內)에서 옛 남선면(현 안동시 정상 정하동 남선)을 거쳐 소산리에 살던 증참의공 김지찬의 지하(김광년 전 남부산림청장 등) 중 김태관공의 후손 서너 집이다. 김상진 항일지사, 범일(청와대비서관, 행자부 기획관리실장, 산림청장, 대구시장), 천일(전 계명대 의대 교수), 정일(김정일치과원장), 건일(전 서울남부지법 수석부장판사), 삼일(변호사), 윤구(전 명지대 철학교수), 인구(전 충북대 공대교수), 언론인 정모, 정화(서울강남치과 의사)가 그 후손들이다.

예천엔 소소당이 화제다. 김태관공의 6대 주손 김창기공이 고향(소산)사랑을 담아 소산 고향집(鄕第)을 본따 예천 금당실에 100년전 지은 집을 중창하여 그의 증손자인 김정모씨가 소산의 ‘소’자와 가훈인 繪事後素의 본질 진심 소박 본디 바탕을 나타내는 ‘소’자를 써 소소당(素素堂) 당호를 붙였다. 보기드문 가업계승이고 효의 실천이다.

이상 글은 안동김씨안동화수회가 펴낸 <근현대안동김씨>에 실린 기고글의 원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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