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 ‘결혼은 선택, 연애는 필수’ 유행
북한도 ‘결혼은 선택, 연애는 필수’ 유행
  • 박남숙 전 통일시민대학연합회장
  • 승인 2024.01.24 2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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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된 체제에서도 인간들의 삶의 욕구는 막을 수 없는가 보다. 북한에서 결혼에 대한 인식과 풍습이 점차 바뀌고 있다. 결혼은 그 사회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문화다. 그동안 북한은 서구문화에 부정적 인식을 지니고 있어 결혼에 서구식 풍습이 스며드는 것을 경계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의 결혼 의식과 풍습은 점차 서구를 닮고 있다.

그럼 요즘 북한의 결혼문화는 어떻게 변했을까? 북한에도 남한의 유행가 가사처럼 결혼은 선택, 연애는 필수라는 유행어가 생겨났다. 동거부터 시작하는 커플도 있을 정도다. 사실, 북한 가족법은 남자 18, 여자 17세부터 결혼을 할 수 있다고 법적 결혼연령을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결혼적령기는 여자 23-25, 남자는 27-30세 정도였다. 이탈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나이가 되면 일정한 연령에 달한 남녀는 당연히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결혼적령기를 넘기면 노처녀, 노총각 딱지가 붙기 십상인데, 최근에는 남녀 각각 25, 30세를 넘겨도 대수롭지 않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는 남녀의 군입대도 결혼연령이 늦어지는 원인이 될 수 있지만 보다 큰 이유는 개인주의 확산으로 보인다. 과거와는 달리 당국에서 직장을 보장해주지 않고 생계도 자신이 꾸려야 하는 사회경제환경이 형성되었다. 이런 과정에 외래문화가 들어오면서 북한의 청년들은 당에 대한 헌신보다는 자신의 생활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환경은 자본축적에 관심을 보이고 편리하고 안락한 삶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당과 국가에 부합하는 결혼관은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당 간부를 선호하는 결혼관도 점차 경제력이 있는 사람을 결혼의 상대로 선택하는 경향이 늘어나는 이유도 요기에 있다. 한마디로 결혼관이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스며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결혼식의 풍습도 변화고 있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결혼방식보다는 서구적인 분위기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식 결혼식장을 찾고 웨딩드레스를 선호하고 있다. 결혼식에도 멋있고 화려함을 추구하려는 사고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결혼 이후에도 이러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 자신들의 삶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협의이혼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이혼은 개인적인 이유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최근에는 이혼이 그렇게 어렵지 않은 현상이 되었다. 여기다가 출산에도 적극적이지 않다. 아이는 누가 키우며 가난한 살림에 내 아이에게 힘든 삶을 주고 싶지 않기에 출산도 꺼리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북한도 저출산 문제가 중요 현안으로 등장했다. 다자녀 우대정책으로 다산모 치료권’, ‘자녀교육 보조금’, ‘주택 공급 우대정책’, ‘임산부 우대정책등을 펼치고, 급기야 김정은은 11년 만에 개최한 2023년 전국 어머니 대회에서 출생률 감소를 막아야한다며 모든 어머니들이 자식을 많이 낳아 키우는 것이 곧 다름 아닌 애국이라고 강조하기까지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북한 청년들의 결혼에 대한 생각 변화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혼관의 변화 요인은 개인주의적 사고의 확산이라 할 수 있다. 북한으로서도 대응책 마련이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 청년교양보장법(2021), 평양문화어보호법(2023) 등을 통해 청년들의 개인주의적 사고를 막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바라는 대로 결혼문화가 형성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근 북한 청년들의 결혼 문화변화가 북한체제의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박남숙(전 통일시민대학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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