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와 조선화의 만남을 기다리며
한국화와 조선화의 만남을 기다리며
  • 문장순
  • 승인 2024.02.0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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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동양화라고 하면 미술의 한 분야로 인지하고 익숙한 단어이지만 한국화” , “조선화라는 용어는 익숙치 않으며 그 개념이 얼른 머리에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 조선시대의 전통적인 기법과 형식에 따라 그린 회화를 남한은 한국화, 북한은 조선화라 부른다. 그런데 분단이후 명칭의 차이 만큼이나 그림의 내용이나 기법도 다르다.

조선시대 회화는 채색이 화려한 그림은 여전히 그려졌으나, 사대부를 중심으로 유교의 질서를 반영한 문인화, 수묵화가 더 유행하였다. 한국화라는 용어가 미술계에 부각된 것은 해방 이후이다. 한국미술의 특질성을 보존하는 방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동양회화에서 보였던 일본 미술의 흔적을 지우고자 하는 의도에서였다. 그러다가 1980년대에 들어오면서 한국화라는 명칭이 공식적으로 등장했다. 1982년 제1회 대한민국미술대전과 미술교과서에 한국화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러한 한국화는 수묵의 사용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꼼꼼히 덧그리는 것보다 일필휘지로 그리는 특성이 있으며 필요시 채색을 가미하기도 한다, 여백의 미를 중시하므로 여백을 그저 채워야 할 빈 공간으로 여기는 서양화와 달리 여백도 또 하나의 공간이라 여긴다. 그래서 그려진 사물이 아닌 그 나머지를 차지한 여백도 작품의 공간을 차지한다,

이러한 한국화의 종류에는 산수화, 인물화, 화조화, 영모화, 초충도, 풍속화, 민화, 문인화 등이 있는데 문인화에서는 군자의 미덕, 인격, 품격 등을 표현하는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를 그리는 사군자가 대표적 그림이라 하겠다. 민화에서는 주로 십장생과 왕권을 상징하는 해와 달 다섯 개의 봉우리로 표현되는 일월오봉도와 길상과 벽사의 의미를 지닌 까치와 호랑이 등이 결합되어 표현되었다.

상대적으로 조선화는 1960년대 주체사상의 확립과 더불어 탄생한 북한의 우리식대로예술 형식의 일종으로 등장했다. 전통적 의미의 동양화와 다르고 서양화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장르로, 동양화와 달리 원색(原色) 위주인데다 사물의 윤곽을 분명히 나타내는 선의 흐름을 중시하는 사실적 기풍이다. 또 먹을 사용하는 수묵화보다 여러 색깔을 내는 채색화를 선호한다.

그런데 북한의 조선화는 사회주의적 예술을 강조하다 보니 사실주의적 요소가 강하다. 고유한 민족적 형식에다가 사회주의 현실을 재현하고자 한다. 그래서 인민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명확하고 추상적이지 않으며, 선명한 사실적 묘사가 이루어진다. 작품의 소재도 항일, 노동, 수령을 상징하는 자연물을 선정하는 경우가 많고, 자연풍경보다 항일투쟁 혹은 경제건설에 매진하는 노동자 모습을 주된 소재로 삼는다.

이러한 조선화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과거에 비해 민족예술이나 서정성과 대중성이 있는 주제화가 조금씩 등장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혁명성, 수령형상창조 등의 주제화보다 비중이 약화되고 있으며 미술에 정치적 색채가 얕아지고 있다. 더구나 상업성도 나타난다. 북한의 조선화가 남한에 팔리기 시작한 것이 1990년대다. 북한경제가 어려움에 처하자 그림을 외화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북한이 미술에서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아직 추상성적 표현이나 이념성은 그대로 남아있다. 아마 북한의 조선화도 시대적 흐름을 전혀 외면하고만 있지 않은 것 같다. 2018 광주비엔날레에서  ‘북한미술:사회주의 사실주의의 패러독스전시회가 이루어졌고, 경인일보가 2019~2020년에 진행한 조선화가 아카이브2021조선화의 거장: 인천 평화의 길을 열다등에서도 북한의 이러한 미술 흐름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교류를 통해서 남북한의 미술이 만날 수 있음은 다행이다. 한국화와 조선화가 만나서 서로를 이해하면서 다가갈 수 있는 길은 교류다. 뿌리는 같은데 표현이 다르다는 것은 언제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한국화와 조선화의 잦은 만남을 기대한다. 그러면 통일도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미술이 통일의 밑그림을 피울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서정숙 (한국화작가 (사)대구환경미술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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