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에 나오는 ‘동화루 짜장면’ 잇는 구룡포 ‘하남성반점’
시(詩)에 나오는 ‘동화루 짜장면’ 잇는 구룡포 ‘하남성반점’
  • 박용 기자
  • 승인 2024.02.21 15: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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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된 장인이 만들어 마니아들의 꾸준한 발길을 모으고 있는 구룡포 노포 맛집

시(詩)집에도 나올 만큼 오래 된 ‘구룡포 동화루 짜장면’의 명성을 잇는 포항의 바닷가에 중식요리집 ‘하남성반점’이 마니아들의 꾸준한 발길을 모으고 있다.

옛 동화루 짜장면의 명성을 잇는 구룡포 중식요리집 ‘하남성반점’의 메뉴

 

동화루는 경상도 동해안 구룡포 사투리가 제대로 진하게 배어있는 권선희 시인의 ‘탁주’라는 독특한 형태의 시에도 나오는 1930년대 음식 브랜드다.

마치 KBS '인간극장' 한 편 또는 뱃사람의 한 인생을 통째로 시 한 편에 압축해 놓은 느낌이다.

경상도 사람이라 해도 구룡포 고을 사람이 아니라면 한번 읽어서는 전체적으로 무슨 내용인지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포항 방언이다.

구룡포 옆동네 대보(호미곶) 산골에서 팔남매중 막내로 태어난 화자는 어린시절 20살 위 큰형이 구룡포 읍내로 데려가 동화루에서 짜장면을 사 주었는데 그때 처음 먹어본 짜장면 맛과 큰형의 웃는 모습을 잊을 수 없다는 내용이다.

구룡포 출신 언론인이자 최시중 초대 방송통신위원장도 이 시를 읽은 감회를 밝힌적이 있다.

최 위원장이 구룡포중학교를 졸업 후 구룡포읍장의  도움으로 고등공민학교 계약직 교사로 취직했는데, 첫봉급을 받아 학생들과 동화루에서 처음으로 짜장면을 사먹었는데 그때 그 짜짱면 맛을 잊을 수 없다며 회고하기도 했다.

권선희 시인의 시 '탁주'를 읽을 때면 백석 시인의 시 '여우난곬족'도 함께 떠오른다는 이들이 많다.

권선희 시인과 백석 시인 모두 지방 토착어를 시어로 풍부하게 사용하는 공통점이 있고 '탁주'와 '여우난곬족' 두 시 모두 음식이 중요한 소재가 돼 미각과 기억이 공감각적 이미지로 오버랩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 시에 나오는 <동화루>는 일제강점기 동해안 최대의 수산 어획고를 올리던 구룡포항의 맛집(since1934)으로 구룡포사람들의 애환과 함께 한 정통 중국식 음식점이었다.

권선희 작시 ‘탁주’에 나오는 뱃놈 작중 화자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현재 구룡포에는 중식당 하남성반점(경상북도 포항시 구룡포읍 구룡포길 104-1)의 조태래(70) 사장이 옛 <동화루>의 오랜 역사와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바로 옆에 구룡포 근대역사문화거리가 있어 여행의 재미도 있다.

조 사장은 열다섯 살 때부터 동화루의 주방보조로 시작해 음식을 배웠으며, 수년전 옛 동화루 터에 하남성반점을 재건축하고 동화루 요리를 완벽하게 재현해 그 명성과 전통을 잇고 있다.

현재 하남성은 서울에서 내려온 조사장의 아들 조정일(39)씨와 함께 부자(父子)가 2대째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니 가히 '백년 맛집'이라 할만하다. 일본식 한자로 노포(老鋪)인 것이다.

“중국 산동에서 서해를 건너 제물포로 한국에 들어온 청요리가 한국화 돼서 60,70년대 귀한 추억의 문화와 감성이 깃든 음식으로 자리 잡은 자짱면이다. 정성을 다한 손맛으로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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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평 2024-03-09 20:12:55
하남성 반점은 일제강점기 동해안 최대의 수산 어획고를 올리던 구룡포항에서 구룡포사람들의 애환과 함께 한 전통있는 중국음식점동화루 (Since 1934) 요리를 재현하고 60년동안 한결같은 맛을 내는 장인과 그의 아들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 백년가게 구룡포 맛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