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기다리는 마음
통일을 기다리는 마음
  • 대구경제
  • 승인 2024.03.24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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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는 남한에는 굶주리고 헐벗은 친구들이 많아 통일되면 도와주러 가야 한다고 교육을 받았다.

그 왜곡된 교육으로 남한에 가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우연히 3국에서 남한 대학생들과 만남으로 또 다른 삶이 시작이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남한에 왔고 대학에 진학할 기회가 생겼다. 대학 입학원서를 받고 낮에는 컴퓨터학원을 다니면서 저녁에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혼자서 남한에 왔기에 생계도 내 몫이었다

아르바이트 첫 날 나의 말투에 손님들은 어디서 왔냐고물으면서 얼굴은 우리랑 비슷하여 먼 나라는 아닌 것 같다고 하면서, 나를 보는 손님들에게 북한에서 왔어요하자 북한?~북한 사람은 노란 눈으로 머리에 뿔 있고 붉은색 얼굴이라 하더니 우리하고 같은 사람이네라고 하였다. 그 시기는 북한분들이 한국에 오기 시작하여 북한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지는 않았다. 그래서인지 북한에서 온 나를 신기하게 보았다. 순간 나는 동물원에 원숭이가 된 것 같아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 이렇게 한 민족 이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도 남한에 오기 전까지는 남한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대학입학 전 아르바이트에서 이벤트 경험은 대학생활에 도움이 되었다.

대학 첫날 신입생 소개를 하는데 북한에서 온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던 친구들이 쉬는 시간에 내 주위에 몰려오더니 정말 북한에서 왔냐고? 생김새가 우리랑 같다고, 뉴스에서만 보던 북한 친구를 옆에서 보니 꿈만 같다고 하면서 잘 왔다고응원해주고 힘이 되어준 친구들이 지금은 각자 현장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

요즘도 친구들 만나면 대학시절 열심히 살던 나를 말하곤 한다. 항상 밝고 긍정적인 모습에 그늘이 없는 친구라 생각을 하였는데 네가 사는 모습을 보면서 놀랐다고 하였다. 그때는 새벽에 일어나 운동하고 버스비 천원 아끼려 스쿨버스 타고 한 시간 먼저 학교 가서 빈 강의실에서 책을 보면서 친구들을 기다렸다. 수업 마치면 오후에 병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마지막 버스 타고 종점에서 30분 걸어서 집으로 갔었다.

환승비 천원 아끼려고 걸어가는 밤길은 오늘을 잘 이겨낸 나와 대화 하면서 걸었다. 그때는 그렇게 살아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런 삶은 울고 싶어도 울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한 이유는 눈물에 약해질 내 자신이 두려웠다. 그렇게 혼자 살아가야 할 남한에서 힘인 된 건 종교였다. 기도하면서 하루하루를 이겨냈고 그 기도가 힘들어도 이겨 나아갈 수 있는 나를 만들었다.

대학졸업식 날 혼자가 싫어서 집에서 울고 있는데 교수님이 전화왔다. ”3년을 잘 이겨내서 고맙다고혼자서 남한에 적응 하는것도 힘든데 영어를 힘들어하는 네가 공부를 할 수 있을까? 중간에 포기 할 것 같아 냉정하게 대하였던 교수님을 이해해 달라고 하였다. 그러시면서 꽃다발 주려고 찾으니 보이지 않는다고, 혼자 어디서 울고 있냐고 하였다. 눈물을 참으면서 아르바이트 중이라고 하였고, 전화를 끊자 참았던 눈물이 폭우같이 쏟아져 한참을 울었다. 그건 3년이라는 시간 참았던 눈물과 말할 수 없었던 그리움이다.

학사모를 쓴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부모님이 그리웠고, 누구보다 넌 믿는다라고 하던 선생님이 보고 싶었고, 이런 날을 함께 축하하여 줄 친구들이 그리웠다.

통일을 기다리면서 힘든 시간을 견디고 왔건만 통일은 오지 않았다. 그날 울면서 통일되면 남한에서 혼자 잘 성장한 나를 보여드릴게요마음속의 약속도 이제는 멀어져만 가고 있다. 어릴 때 우리의 소원은 통일노래를 부르던 철부지 소녀가 남한에서 잘 성장하여 북한에 계시는 부모님과 선생님 친구들을 만날 그날을 기다지만 통일은 언제 올지?...오늘도 통일을 기다리면서 간절히 기도한다. 통일은 노래로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시작이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김순복(대경통일교육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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