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다양한 무형문화유산의 공유를 기대하며
남북이 다양한 무형문화유산의 공유를 기대하며
  • 대구경제
  • 승인 2024.03.2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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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무형문화유산인 비물질문화유산에 관해 관심을 표명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시각과 보존방식도 남한과 달랐다. 북한은 전통문화를 민족문화유산이라고 부르면서 정치, 사상적 성격을 강하게 부여하고 있다. 북한식 사회주의 인식으로 문화재를 관리하다 보니 김일성 가계의 우상과 관련된 문화유산에 포함 시키고 불교나 유교 문화와 관련된 문화유산은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남북한이 문화유산이라고 설명하는 내용 중에는 적지 않은 인식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등장한 이후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비물질문화에 대한 인정이다. 우리의 무형문화재에 해당하는 비물질문화유산은 북한에서는 그동안 북한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스럽다.

그런데 북한지역에서 생성된 무형문화유산이 남한에도 아직 전승되고 있는 것이 있다. 이미 씨름이 남북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적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의미 있는 문화유산이다. 이러한 유산은 6.25 전쟁 시기에 북한에서 넘어온 실향민들에 의해서 기술과 공연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작품이다. 민요와 탈춤, 굿거리, 음식, 기술, 공예 등 분야가 다양하다.

그중에서 서도소리는 황해도와 평안도를 아우르는 지역을 서도지역에서 전승되던 민요나 잡가 등을 말한다. 평안도 민요에는 조선 전기부터 서도 지방 사람들의 벼슬길이 막히자 그 설움을 푸념으로 읊은 수심가가 가장 유명하다. 그 외에도 용가리 나리, 박연폭포, 도라지 등이 있다. 서도민요 소리보존회가 이 서도민요를 보존하기 위해 북한서도 지방의 민요가 잘 보존되고 있다면 남북민요의 만남이 가능하다.

돈 돌날이 북청 군에서는 한식 다음날 각 마을의 부녀자들이 달래나 나물을 캐다가 오후가 되면 바닷가나 강변 또는 산에 모여서 춤을 추고 놀면서 부르던 춤과 노래이다. 우선 돈 돌날은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뜻이며 그리고 동틀 날, 곧 여명이라는 뜻도 있다. 옛날 북청 지방 사람들은 지금은 가난하고 살기 어렵지만 언젠가는 잘살게 되리라는 희망을 품고 이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이것이 일제 강점기에는 식민지가 된 우리 땅이 다시 우리의 손에 되돌아온다는 뜻으로 해석되어 항일의 성격을 띤 민요로 부각 되었다. 오늘날 북한에서는 군중 무용곡으로 주민들이 즐겨 부르고 있다. 남한 역시 속초지방에서 전승되어오는 돈돌라리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민요와 함께 탈춤도 남북이 함께 하는 민족유산이다. 대표적인 것이 봉산탈춤이다. 이 춤은 약 200년 전부터 매년 단오나 하짓날 밤에 행해졌다고 한다. 서민들의 가난한 삶과 양반에 대한 조롱, 파계승에 대한 풍자, 그리고 일부다처제로 인한 남성의 성에 대한 횡포와 행위를 묘사하는 탈춤으로 이때 엉덩이를 양쪽으로 과잉 적으로 실룩거려서 익살스럽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서민들의 억눌린 감정을 풀어주게 되는 민속놀이다. 양반문화에 대한 풍자를 탈춤이라 북한도 적극적으로 보존하고 있는 탈춤이다.

남한에서도 북한지역의 민간신앙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 있다. 예컨대 평안도 다리굿은 오래전부터 평안도 지방에서 전승되고 있는 굿으로 돌아가신 망자의 한을 푸는 굿이다. 북한은 민간신앙을 배척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굿이 어떻게 보존되고 있는지 알 수는 없다. 오히려 남한에서 보존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북한 비물질문화유산에는 이런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

남북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무형문화 문화유산의 유형이 다양해지기를 기대한다.

 

박종숙(대경통일교육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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