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과 평화연구소
옛노래를 들으면서 생각해 본 오늘!
나는 음악을 듣는 취향이 좀 다르다.
다시말해 좀 후지다. 특히 젊은 아이들이 내 취향에 질색을 한다. 그래서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은 나홀로 운전할 때만 듣는경우가 많다.
혼자듣는 그 음악은 1930년대에서 60년대까지 유행했었다는 뽕짝류이다. 내 나이 20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좋아하는 포크송은 아이들도 좋아해서 간혹 같이 듣기도하지만 흘러간 옛노래는 오로지 나 혼자만 듣는다. 이같은 취향이 오래된 것은 아니다. 아마도 40줄을 넘어선 이후부터인 것 같다.
타향살이, 나그네 설움, 이별의 부산정거장, 눈물젖은 두만강 등 흘러간 옛노래는 그 노랫말 자체가 한편의 시다. 전주나 간주도 선율이 아름답다. 가사도 가만히 들어보면 애잔하다. 이별, 상실, 그리움, 실연, 좌절과 슬픔과 한을 노래하고 있다. 아마도 그래서 내가 좋아하게 된것 같다. 물론 내 취향은 그때의 기분이나 정조를 반영하는 것이 분명하다.
분노와 증오 그리고 혁명적 열정과 시대적 승리감이 거세게 몰아쳤던1980년대에 유행했던음악과 노래가 입에 잘 붙는다. 시는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류가 잘붙었다. 잔치가 끝났다는 1990년대에는 차만몰면 그러한 내 속내와는 상관없이 아무거나 친구들이 틀어주는 대로 들었었다. 그때는 내 취향이 없었었다. 그런데 50줄에 들어서면서 비로소 내 취향을 다시 찾은 것 같다. 그러나 이 취향역시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러한 옛노래를 들어면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난다. 1960년대 노래 특히 "눈물젖은 두만강"을 들으면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약주한잔 드시고 혼자 흥얼그리시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르기도 한다. 어쨋든 내 기억이 선명해진 이후에는 아버지의 그런 노래를 들어 본적이 없다. 또한 구성진 옛노래를 들으면 1930년대 20~30살이었을 내 아버지 세대들의 삶과 고뇌와 선택을 생각해 보게된다.
해방공간에서 과감히 북쪽을 선택했던 그 시대의 지식인들과 독립운동가들 지리산과 한라산등으로 빨치산투쟁을 하러 들억어갔던 많은 사람들 어느갱도나 구덩이에서 풍화된 뼈더미로..., 무참히 학살 되었던 사실을 증언하는 사람들, 감옥에서 인생을 거의다 보낸 장기수들, 1920~30년대 중국이나 만주로간 사람들, 조선에 남아 지하공산주의 운동하던 혁명가들, 당시 좀 덜되고 떨어진사람 취급받았던 기독교인들이 생각난다.
님 웨일즈가 장지락을 인터뷰하여 쓴 소설<아리랑>과 이회성, 미즈노나오끼가 쓴<아리랑 그 후>는 1920~30년대 중국으로간 혁명가들의 삶과 사고와 고뇌를 생생하게ㅜ 보여주기에 지금도 가끔 책장 잘보이는 곳에 꽂아두고 들춰 본다. 그 외에도 해방공간의 격동에 뛰어 들었다가 처참하게 구겨진 사람들의 수기나 회고록도 좋아 한다. 사실 그런 수기류를 접하다보면 소설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그래서 나는 소설을 읽지 않은지 꽤 오래된 것 같다.
그러다보니 한때 책장구석에는 현대사(1.2대전사, 스페인내전,일본사,미국사,공산주의운동사)들이 널부러져 있던 때도 있었다. 물론 옛노래를 들어며 60~80년 전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김대중을 우습게 여기던 1960~70년대 지하 혁명운동을 하던 사람들의 선택과 역시 비슷한 정서를가진 1970~80년대 운동권의 선택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아옹다옹 다투던 1980년대의 혁명운동노선의 말로와 보잘 것없는 그 유산도 생각해 보았다.
가만히 보면 나는 흘러간 옛노래를 들으며 그때 그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는 것 같은 생각에 잠길때도 있었다.
왜, 당신은 그런 선택을 하셨습니까?
불가피한 한계와 피할수도 있었던 오류는 없었습니까?
현재 남과 북, 그리고 진보.좌파, 민족, 민주세력의 전망과 기대는 어떻게 보신시는지요?
그리고 10년 20년 후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요?
대한민국 아니 코리아의 전망은 요?
그렇게 옛노래를 들으며 이런저런 상념을 이고지고 있는 내 모습을 보노라면
마치 마키아벨리(1469~1527)의 독서소감이라는 책의 내용이 생각난다.
메디치가문의 복귀로인해 모든지위를 잃은 마키아벨리는 시골집에 은거하여
수많은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독서태도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저녁이 오면 나는 집으로 돌아와 서재로 들어가네...
문앞에서 온통 흐흙먼지로 뒤덮힌 일상의 옷을 벗고 다시 관복으로 갈아입지...
예절에 맞는 복장을 갖추고나서 옛 사람들이 있는 궁정에 입궐을 하는 셈일세...
그곳에서 나는 그들(옛 정치가, 군인,학자 등)의 영접을 받고
오직 나만을 위해 차려진 음식을 맛보면서...
그들과 스스럼없이 얘기를 하지...
이 서너시간 동안만은 나는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다네...
모든 고뇌는 잊혀지고...
가난도 두려워하지 않게되며...죽음에 대한 공포도 느끼지 않게되지...
그것은 나도 그들의 세계에 전신전령으로 들어가있기 때문이라네..."/
내가 옛노래를 들으며 잠깐잠깐 생각해보는 역사의 상상들이 마치 마키아벨리가 그랬던 것처럼 그의 독서습관을 이해 할수 있을 것 같은 뭐, 그런 느낌이들었다. 역사로부터 별로 배운 것이 없어 보이는 지금 한국의 주류 정치사회세력들을 마냥 바라만 보노라니... 그리 밝아보이지 않는 미래가 나름대로 걱정되어 옛노래를 들어면서 오늘을 생각해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