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인근 구룡포의 오래된 골목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진제공 : 구룡포사랑모임(사무총장 조이태)
사진제공 : 구룡포사랑모임(사무총장 조이태)

 

철강도시 포항의 남쪽 끝, 작은 항구 마을 구룡포는 겨울철 과메기의 본고장이자 100여 년 전 일본 어부들이 정착해 형성한 일본인가옥거리, 그리고 반세기 이상 전통을 이어온 ‘5대 노포(老鋪)’가 공존하는 살아 있는 어촌 문화유산의 마을이다.

구룡포사랑모임(사무총장 조이태)은 최근 50년이상 전통을 이어온 구룡포의 대표 5대 노포(老鋪)를 발굴하고, APEC 회의에 참석하는 국내외 귀빈과 관광객에게 “세월이 빚은 진짜 맛과 이야기”를 알리는 홍보 캠페인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 선정된 노포는 ▲ 하남성반점(舊 동화루, 1934년) — 구룡포 최초의 중화요리집으로 90년 전통을 잇는 부자(父子) 식당, ▲ 까꾸네 모리국수(1966년) — 어부들의 삶을 대표하는 향토 해물칼국수의 원조, ▲ 제일국수공장(1971년) — 해풍 건조 전통을 지켜온 구룡포 마지막 국수공장, ▲ 철규분식(1950년대) — 단팥죽과 찐빵으로 세대를 잇는 추억의 분식집, ▲ 함흥식당(1960년대 초) — 복요리 전문의 항구 노포로 겨울 별미를 대표한다.

이들 식당은 모두 반세기 이상 한자리를 지켜온 ‘살아 있는 지역문화유산’으로 평가된다. 단순한 맛집이 아니라, 구룡포의 역사와 사람, 가족의 이야기가 녹아 있는 생활사 공간이다.

특히 하남성반점은 대한민국 서정시인 양광모의 시집 『나는 꽃을 먹고 자랐지』의 「구룡포 하남성 반점」에 등장하며, 세월과 기억의 상징으로 노래된다. 또한 시인 권선희는 시집 『구룡포에 간다』의 「탁주」에서 “동화루 짜장면 생각 마이 했니더.”라며 한 그릇의 짜장면 속에 고향의 그리움을 담았다.

이처럼 문학과 음식이 공존하는 마을로서 구룡포는 최근 들어 문화관광형 지역 활성화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조이태 구룡포사랑모임 사무총장은 “구룡포의 노포는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바다와 세월,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녹아 있는 문화유산입니다. 이번 APEC을 계기로 구룡포가 ‘맛과 시가 머무는 마을’로 세계 속에 알려지길 바랍니다.” 라고 말했다.

구룡포사랑모임은 포항시·구룡포지역단체·지역 언론사 등과 협력해 오는 11월 ‘구룡포전통 5대 노포 사진전 및 시(詩)가 있는 맛기행’ 홍보 행사를 추진할 계획이고, SNS와 영상 콘텐츠를 통한 국내외 디지털 홍보도 병행될 예정이다.

바다의 바람과 계절이 빚은 과메기, 세월이 지켜온 노포의 맛, 그리고 역사와 이야기가 깃든 골목길— 구룡포는 이제 “시와 맛, 바다가 공존하는 마을”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구룡포 일본강점기 시절 건축물 거리
구룡포 일본강점기 시절 건축물 거리

 

한편, 구룡포사랑모임(구사모)은 1999년 전국 출향인을 중심으로 출범한 자발적 인터넷 출향단체로, 2004년에는 ‘구룡포 과메기’를 두산백과와 네이버 백과사전에 등재시키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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