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게 부족했던 '보릿고개'로 일컬어진 사람들이 불과 수십 년 만에 첨단 반도체와 문화를 수출하는 선진국의 반석을 놓은 한국을 두고 국제사회에서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칭했다.
그 기적 위에 민주화가 올려졌다. 근대화가 완성된 '대한민국호' 과정에서 민주화를 외쳤던 민주화 세력의 대표적 인물들이 윤보선 장준하 김영삼 김대중씨등이다. 그 중 김대중씨는 유신 중앙정보부 의 동경납치와 80년 신군부 사형선고 석방으로 탄압받은 서사 조건이 되고 해가 갈수록 확대됐다. 양김씨는 5공을 딛고 대통령이 됐다. 3당합당으로 우파에 합류한 김영삼 전 대통령 그리고 86운동권을 바탕으로 김종필씨와 연대해 대통령이 된 김대중은 노무현 정권을 창출하고 21, 22대 국회 다수당이 된 최종 정치권력의 승자가 됐다.
mbc보도국장 논설위원을 지낸 전직 언론인이자 경북대 초빙교수로 '한국현대사70년'등을 강의한 강성주 씨가 쓴 '박정희 김대중 그들이 만든 세상'은 1961년 5·16쿠데타부터 유신이 끝난 1979년까지를 주로 다룬 책이다.
이 기간 박정희는 대통령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었고, 김영삼 김대중은 야당 지도자의 축으로 그에 맞섰다. 박 전 대통령이 산업화를 대변한다면, 먼 훗날 대통령이 되는 양김은 민주화정치세력을 대표했고 김영삼이 우파와 연합하면서김대중은 좌파 민주화세력의 주류로 인식됐다.
국제부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했던 저자는 1960년대 초부터 1970년대 말까지 18년간 엇갈린 길을 갔던 박정희와 김대중의 족적을 외신(外信) 기사를 길잡이 삼아 꼼꼼하게 살펴본다.
당시 외신은 지금과는 달리 막강한 위상을 갖고 있었다. 심한 통제를 받았던 국내 언론이 다루기 어려운 뉴스를 전했고, 국내 언론과 다른 시각으로 분석하고 전망을 제시했다.
국내에는 미국과 일본의 신문들이 배포됐고, 타임(TIME)지와 뉴스위크(Newsweek)지가 판매됐다. 그러나 한국 문제를 다룬 기사의 군데군데가 먹칠이나 가위질이 돼 있거나 페이지가 빠져있기도 했다.
저자는 1969년 3선 개헌을 기점으로 박정희와 김대중이 본격적으로 다른 길을 가기 시작했다고 밝히면서 유신시대의 경제발전, 남북 관계, 김대중 납치 사건 등을 상세히 조명한다.
아웃룩. 708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