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하는 짓거리가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입니까?" 가수 나훈아가 10일 은퇴 공연에서 한 말이다. 오래 만성화된 권력투쟁에 대해 누구나 느끼는 상식으로 꾸짖은 것이다.
저성장 늪으로 빠지고 있는 경제에 12.3 비상계엄으로 큰 타격을 주며 외교 국방까지 불안하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중국 일본은 맥아더의 원폭보다 무서운 트럼프 관세를 대비하느라 비상인데, 한국은 초유(初有)의 사건을 연일 목도하고 있다.
친위쿠데타라 불리는 대통령의 계엄이 실패하기는 처음이다. 박정희는 72년 계엄으로 유신체제를, 이승만은 반(反)이승만 국회가 도전해오자 6.25 전쟁 중 계엄을 하고 직선제 대통령이 됐다. 정변이 실패하면 죽는다는 것은 만고의 상식. 16세기 일본 전국시대 시마즈 무네하루 성주는 도요도미 히데요시에게 패배, 할복하자 국민들이 안타까워한 얘기는 유명하다.
역대 대통령권한대행 탄핵소추도 처음이다. 권한대행의 탄핵 의결정족수가 3분의 2인지, 과반수인지 논란이다. 국격을 실추하는 불행한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도 처음이고, 경호처와 사법수사관의 공권력이 충돌도 처음이다. 국군통수권자의 명령을 이행하다 구속된 육군참모총장도 처음이다. 주요 국가 기관의 수장이 구속되고 국가 기관의 대행 체제가 수두룩한 것도 처음이다. 정당이 공직자를 무더기 고발하는 고발 난타전도 처음이다. 탄핵 심판 사건의 이미선 수명 헌법재판관까지 고발당했다.
대통령이 반(反)국가세력이 있다면서 의법처리 하나 없는 기이한 일도 처음이다. 극심한 여당 불안정도 처음이다. 여당의 당수 교체가 예전 중국제 타이어 펑크 나듯 한다. 탄핵 가결 직후 한동훈 대표를 축출, 5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국민의힘 대표가 벌써 12번째다. 민주공화당은 18년 역사에 4명이다. 왜 국가가 필요한지에 대한 명저 <리바이어던> 저자 토머스 홉스가 와 보면 난장판의 국가기능 부전(不全) 상태에 대해 감짝 놀랄 일이다.
범법자 국회의원 배지들이 대로를 활보하고, 졸렬한 정객들이 명분과 논리보다는 실리와 계략, 우겨대는 억지 궤변이 횡행하고, 팬덤과 극단주의자들이 정상적인 민주정치를 어지럽히는 판에 소극(笑劇)이라고도 할 수 없는 싸구려 장난질 수준의 계엄 폭탄이 투하됐다. 그 폭탄을 던진 자는 유일한 악이 되고 나머지는 면죄되는 뒤집혀지는 자해 카드다.
총선에서 의석 과반수 획득에 실패했으면 국회 다수당과 타협을 하든지, 치적으로 높은 국민 지지를 얻든지 해야지, 비(非)정치의 방법으로 악수(惡手)를 내지른 것은 민주주의 규범인 헌법 준수와 법치를 거부하는 것은 민주정을 거부하는 독재자다.
원인(遠因)은 행정부 집권자와 국회 집권자 간의 3년째 ‘윤이(尹李)권력투쟁’이다. 법조 정치인과 운동권 정치인의 극한 투쟁의 결과다. 2년 7개월 동안 야당은 총 29번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대통령은 25회 거부했다. 과잉이고 남용이다. 문재인 정부 5년 간 야당 발의 탄핵소추안이 6건이다.
‘윤이권력투쟁’ 은 인물 특성도 있지만, 제도에도 있다. 견제와 균형이 되도록 정부를 3개로 나눈 3부(국회 행정부 법원)다. 다수당과 행정부 수반이 다른 당파인 권력분점 상황에서 정치의 실종으로 유(有)견제 무(無)균형이 된 것이다. 인삼보다 좋다는 월동 냉이는 옆 잎에 햇볕이 가려 그늘이 지지 않도록 서로를 피해 자란다.
87년 6공화국도 혁명도 쿠데타도 아닌 민정당과 신민당(통일민주당)의 타협의 산물이다. 노태우정부때 전두환백담사 유배도 여야 여야 원내총무 간 합의였다.
정치를 사법화한 것은 정당의 책임인 만큼, 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법치(法治)의 잣대로 이 난국을 수습 할 수 밖에 없다. 헌재는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한 윤 대통령 탄핵 종국결정을 신속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한덕수 권한대행 결정도 하루 속히 해야 한다. 규정상 1심 선고 6개월 규정을 어기고 2년 2개월 만에 선고한 법원도 재판도 법치의 기강을 위해 정상화해야 한다. ‘윤이 권력투쟁’의 운명은 누가 먼저 죽을지, 누가 먼저 살아날지 모르는 게임으로 흐르고 있지만, 사법부의 손에 달렸다.
여야 국회의원이 국회에 모여 국정 수습 국회 토론은 하지 않고 집회 시위자를 부추기는 정당에 의한 내란 행위는 그만하라. 헌재와 법원에 자기편은 살리고 상대는 죽이라는 속 보이는 헛소리도 치워라. 국정 혼란을 조기에 수습하는 것이 민생(民生)이고 위국(爲國)이다. 재판관이 헌법 정신 법리와 양심에 따라 신속하게 범법자를 처리하도록 기다려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