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법이 아니지”. 70대 초로(初老)의 농부가 대선 후보 강제 교체에 대해 꺼낸 평론이다. 일전에 경상도 시골 밭두렁에서 만난 국민의힘 당원이다. 이 글을 쓴 5월 당시 상식으로 사는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기도 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5월 10일,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대선 후보를 취소하고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당 후보로 등록하려는 한국 정당 사상 초유의 반(反)민주적인 행각을 벌였다. 윤석열 정부 국무총리 한덕수가 당내 경선에 출마하지 않고 입당 몇 시간 만에 임명직(?)같은 날치기 대선 후보가 되는데 동조하는지 이해 불가다. 심야에 후보 신청공고로 77만여 책임 당원 가운데 한덕수만 병적증명서 등 32종 서류를 갖춰 등록한 복숭아학당 개그 수준이다. 야밤 난동에 참석한 의원 64명 중 브레이크를 건 이가 조경태 등 2명밖에 없었다는 게 더 놀라웠다.
과거엔 민주당계 정당이 불안정했는데 요즈음은 국민의힘이 그렇다. 중국제 타이어 펑크나 듯 당수 교체가 너무 잦아 불안정 그 자체다. 5년 3개월 짧은 역사를 가진 당의 대표가 김용태 비대위원장까지 벌써 14번째다. 그 기간 대표나 후보를 4번이나 내쫓았다. 윤 전 대통령 하명과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의 야합의 결과다. 이런 퇴행적이고 비상식 행태를 보여 준 의원들이 선거 때마다 살아남은 것은 1구 1인의 소선거구제 때문이다. 공천으로 텃밭에서 당선이 보장되는 양당 패권 구도의 기생품이다.
당 운영의 비(非)민주성으로 말하면 더불어민주당도 똑같다. 양대 정당제도가 단점만 노출된 것이다. 상대 당이 실정·실수만 하면 반사이익으로 지지받아 당선된다. 그러니 양당이 죽으라고 마구잡이로 서로 공격해 댄다. 그래도 과거 우파(보수)는 단합이라도 했지만, 요즈음은 친한 친윤 개혁신당으로 3분 된 지경이다.
끊는 물속에 개구리 같이 죽어가는지도 모르는 국민의힘이 대선 후에 낡고 썩은 고질병을 고쳐 온전한 정당으로 환골탈태해야 하는데, 물밑에서 당권 싸움에 골몰하고 있다. 총리 청문회제도 이래 증인도 신청 안 한 정당은 국민의힘이 유일하다. 당이 스스로 리모델링이나 재건축 수준으로 개혁되지 못한다면 국민이 표로 심판한다. 내년 지방선거, 2028년 총선, 2030년 대선에서…. 자유당(4대 국회 233석)이 1960년 5대 총선에 민의원 2석(의석 비율 0.85%)으로 참패했다. 3대 총선(의석 56.15%) 4대 총선(의석 54.5%)에 비해 폭삭 망한 사례다.
국정은 집권 여당의 책임이 더 크다. 2024년 4·10 총선에서 윤 전 대통령의 잇단 실수로 유례없는 공천 잡음을 일으킨 야당에게 과반수를 안겨주었다. 12·3 비상계엄은 소극(笑劇)이라고도 할 수 없는 싸구려 거사다. 자유주의 정치이념과 민주정이 정치 규범이 된 지 오래인데, 군(軍)이 국가를 통치하는 계엄선포로 국격도 추락했다. 말로는 국가번영을 논하고 실제로는 권력에 취한 친윤계의 비틀거리는 막장 당 운영은 정당이라기보다는 도당(徒黨)이었다.
보수주의자들은 국민의힘 등 우파정당이 강한 야당이 되기 위해 보정(補正)해야 하고, 앞으로 집권하려면 크게 고쳐야 한다고 주문한다. 애국충정의 실낱같은 바람이다.
신순범 전 대한웅변입협회장의 11대 국회 등원 연설은 맹자를 인용한 명연설이다. “집은 반드시 스스로를 무너뜨린 뒤에 남이 그 집을 무너뜨리며, 나라는 반드시 스스로를 멸망시킨 후에 남이 그 나라를 멸망시킨다” 우파 정당은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