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우리는 상대방을 부르거나 지칭할 때 호칭을 사용한다. 호칭은 일반적으로 사회적으로 공식화된 호칭, 개인 간에만 특수하게 사용하는 사적 호칭이 있다. 전자는 직장생활 등 사회적 관계에 의해서 형성된 호칭이나 가족관계에서 통용되는 전통적 호칭 등을 주로 이야기하고, 후자는 개인 간 혹은 몇몇 사람에게만 통용되는 호칭이다.
남한 정착생활 초기에는 호칭으로 인해 당혹스러울 때가 많았다. 북한에서는 식당 안내하는 사람을 접대원이라고 하는데 남한에서는 이모, 삼촌, 아저씨, 아줌마, 사장님 등으로 부른다. 제일 의아한 게 친인척 호칭 사용이다. 식당에서 이모나 삼촌이라 부르길래 친척인 모양이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가는 식당마다 같은 호칭을 사용했다. 나중에야 남한식의 친근감의 표시이구나 하는 것을 알았다.
처음 남한에 와서 교육기관에서 적응교육을 받을 때다. 지도하는 선생님들이 우리들에게 항상 이름 뒤에 누구누구 씨라고 불러서 참 어색했다. 나중에는 공식적인 호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북한에서는 이름에 동무를 붙이고 상대방을 높여 부를 땐 동지라 한다. 호칭이 정해져 있고 그것을 일반적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지금은 선생님이라 호칭에 익숙해 있다.
직장생활에서 사용하는 호칭도 처음에는 어색했다. 직장에 먼저 들어 온 사람에게는 선배님 이라고 부르고 후에 입사한 사람들은 후배라고 부른다. 선배, 후배는 학교 선후배를 부를 때 사용하는데 직장에서도 사용하니 처음엔 적응이 안 됐다.
또 남한에선 직책에 따라 예를 들어 시장님, 군수님, 장관님, 이렇게 직급 뒤에 님자를 붙여 높여 부르고 있다. 나중에는 알게 된 사실이지만 보통 누군가를 부를 때는 아무개 씨라고 하고 더 높여 부를 때는 누구누구 님이라고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북한에서는 이렇게 복잡하지 않다. 동무, 동지라는 용어만 있으면 사회관계에서 호칭은 다 통용된다.
가정에서의 호칭도 그렇다. 남한에서는 여성이 남편을 부를 때 자기야 또는 오빠라고 한다. 더 나아가 젊은 부부들은 사랑스런 애칭을 붙여 애기야라고 부르기까지 한다.이런 호칭은 제가 살았고 있었던 시기의 북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용어들이다. 그런데 결혼해서 막상 살아보니 저도 남편에게 자기야, 또는 오빠라고 부르고 남편은 우주씨 라고 부르고 있다. 이제는 익숙해지고 오히려 다정하고 편안함이 있어 좋다.
남한에서는 여성이 시댁에서 사용하는 호칭이 복잡하다. 시아버님, 시어머님, 큰 아주버님, 어른들 부르는 호칭은 비교적 북한과 같다. 하지만 간혹 시부, 시모, 시숙이라고 불러서 혼돈이 올 때도 있지만 곧 적응이 되었다. 또 누나 남편은 자형이라고 부르고 남편 누나를 부를 때 형님, 남편 여동생은 아가씨, 남편 남동생을 장가 안 갔으면 도련님 그리고 결혼했으면 서방님 이렇게 부르는데 꽤나 호칭 선택이 어렵다. 북한에서는 시누이나 남편 동생을 부를 때 조카 이름을 붙여 누구누구 큰고모, 작은 고모, 삼촌이라고 부른다.
북한에서 호칭은 남한보다 단순하다. 태어난 곳에서 쭉 살아오니까 서로 다 알고 있다. 집성촌 수준이다 보니 집안 어르신들 공경하고 사회에서는 윗분들 하라는 대로하면 욕먹을 일이 거의 없다. 어떤 면에서는 편하다. 상대적으로 남한은 호칭이 개인 간 관계, 사회적 지위, 개인의 선호도 등에 따라 달리 불러야하기 때문에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다. 그래서 남한에선 호칭에 대한 교통정리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이제는 호칭문제로 불편하거나 당혹스러움은 거의 없다. 청진댁이 남한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증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