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절정이다. 옷차림도 가벼워지고 있다. 민망한 옷차림도 종종 본다. 개성의 시대인데 그럴 수 있겠거니 하면서도 그래도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옷차림은 북한 같으면 사상교육 대상이다.

요즈음 직장인들도 격식을 요구하는 과거와는 달리 반소매 웃옷에 시원한 복장이다. 심지어 일부 회사는 반바지 출근도 한다. 대통령도 회의 할 때는 옷차림을 편하게 하자고 말하는 시대이니 복장에 대한 엄격함이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남한에서 느낀 것이지만 사람들이 옷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 지인들끼리 만나서 이야기 나누다 보면 몇 년 동안 입지 않은 옷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옷장에는 옷들이 가득차 있단다. 그런데 하나같이 입을 옷 없다고 푸념한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아니 옷장에 옷을 가득 넣어 놓고도 입을 옷이 없다니.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한 두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남한 생활을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 이해가 조금은 된다.

북한은 그야말로 다들 단벌옷이다. 옷 색깔이나 모양도 거의 비슷하다. 직장에서나 모임에서 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누가 무슨 옷을 입었는지 별로 관심도 없다. 그런데 남한에서는 모임에서 같은 옷 입은 사람이 없다. 옷 모양이나 색깔이 모두 다르다. 좋게 표현하면 개성이다. 북한에서 보면 낭비고 날라리 풍이다.

옷도 각양각색에다가 기능성까지 추가하는 시대다. 결혼 이후에 옷은 많은데 입을 옷이 없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다. 남편이 출근할 때 옷차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늘상 신경이 쓰인다. 옷은 많은데 매일매일 다른 옷을 입어야 하는데, 오늘은 어떤 옷을 입도록 하는 것이 좋을지 종종 망설여진다. 그런데 남편의 옷장에는 계절별로 다양한 유형의 옷들이 가득 차 있다. 북한에 있을 때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걱정을 사서 하는 거다. 북한에서는 아예 이런 고민은 없다. 어제 입었던 옷 세탁해서 내일 입으면 된다. 옷 때문에 남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옷을 격식에 맞게 입어야 할 일도 별로 없다. 지금 남한에 와서는 옷을 골라 입어야 한다는게 또 하나의 고민거리가 되었다. 북한에서는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는데 옷이 많아서 고민이 생기니 참 아이러니하다.

그것만 아니다. 세탁도 조심해야 한다. 한번은 빨래를 하다 옷을 망친 적이 있다. 종류도 너무 다양하고 많아서 옷의 속성을 다 몰랐다. 그냥 세탁하면 되는 줄 알았다. 세탁기에 이옷저옷 몽땅 넣어 세탁했는데 옷이 망가진 거다. 고급 옷들은 물 빨래를 하면 안되고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되는데 모르고 세탁기에 돌려 빨았더니 쪼그라들었다. 다림질을 아무리 해도 주름이 펴지지 않아서 결국 옷을 버린 적이 있다. 퇴근한 남편에게 옷 세탁을 했는데 이렇게 버리게 되었다고 하니 옷 안에 상표가 붙어 있는데 그걸 잘 보고 집에서 세탁기에 할 것은 하고 세탁소에 맡길 것은 갖다줘야 한다고 하는 충고를 들었다.

따지고 보면 돈 아끼려다 벌어진 일이다. 고급 옷은 가격도 비싸지만 매번 세탁소에 맡겨야 하니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세탁기를 사용했는데 옷을 망쳤으니 속상했다. 북한에 있을 때는 세탁기 자체가 없으니 집에서 손세탁하거나 가까운 개울에서 빨래했다. 그래도 지금은 호강스럽게도 세탁기로 빨래하고 있으니 감사할 일이다.

요즈음 북한에서 세탁기를 사용하는 계층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물론 평양을 비롯한 일부 도시의 부자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지방에 사는 대부분의 주민들에게는 세탁기는 언감생심이다. 그들도 나처럼 손빨래에서 해방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노우주(통일교육강사)
노우주(통일교육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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